중학교 3년동안 난 거의 매일 아침마다
아버지한테 이끌려서 등산을 다녔었어.
여섯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반 등산하고 학교에 갔었는데,
사실 그 나이에
매일 아침에 등산가고 싶어하는 애가 몇이나 되겠냐?
가기 싫어서 고함도 질러봤고 꾀병은 내 18번이었고
머리 좀 굴려서 등산로 입구까지 따라갔다가
신발끈 묶는 척 하면서 아버지랑 동생이 살짝 멀어지면
집으로 냅따 뛴 적도 있었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40분 넘게 버텨 본 적도 있었지.
그러던 어느날 아침이었어. 그 날도 어김없이 등산중이었지.
그런데 산 중턱쯤 가서 배가 살살 아픈거야.
이건 찬스다 싶어서
진짜 미칠 것 같다고 집에 빨리 가야겠다고 아버지한테 말했더니
일단 닥치고 풀숲에 들어가서 싸라는거야.
죽어도 못 하겠다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계속 등산을 하는데
이번엔 진짜로 너무 급한거야.
어쩔 수 없이 닥치고 풀숲에 들어가서 뿌지직 댔어.
내 인생 최고의 배변이라고 할 만큼 통쾌했었는데
대충 볼일을 보고 나니까 이성이 돌아오면서
뒤처리가 심히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거야.
어쩔까 고민하다가 답이 안 나와서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아버지한테 휴지 좀 달랬더니
잠시 후 풀숲을 헤치면서 들어온 아버지가 뭔가를 내미시더라.
“아빠, 이게 뭐야??????”
“옛날엔 다 이렇게 닦았어.
뒷면은 까칠까칠해서 다칠 수도 있으니까
부드러운 앞면으로 닦아라.”
대체 똥 딱는데 다칠일이 뭐람? 하며
아버지가 내민 걸 바라보았더니,
이런 damn.. 호박잎이더라.
그 날은 똥 딲는데만 30분이 걸린 날이었던 것 같아.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그 사건.
근데 요즘 이렇게 흔치않은 경험을
나만 하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내 아들한테 써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