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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밀(3)***소설

최은경 |2007.05.29 09:03
조회 24 |추천 0

태훈의 별장에 도착하자 태훈은 아이를 안고 진호는 아이 엄마를 안아 별장 안으로 들어간다. 한 편, 차를 주차시키기 위해 차고로 간 민우는 차를 주차시킨 뒤 운전대를 잡은 그의 두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그는 상념에 젖어든다.

 ' 그녀다! 분명 그녀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문해란! 지금 신혼인 그녀가, 마냥 행복한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그녀가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힘겨운 모습으로 왜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앞에 나타난걸까? 해란아, 내 마음은 이렇게 아픈데, 너에게 난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난 네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하는거니? 해란아! 제발 이대로 포기하지 마. 넌 꼭 살아야 해. 살아나야만 해. 알겠니? 네가 나의 사랑을 몰라줘도 좋아! 그냥 네가 내 곁에서 살아 숨 쉬기만 한다면, 내 생의 마지막 날까지 나를 거부해도 괜찮아! 어차피 고백 한 번 못해본 혼자만의 사랑이니까! 정말 난 이제 어쩌면 좋니? '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을 놓고 키를 뽑는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 가슴 속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돌덩이 같은 아픔이...

 그로부터 정확히 아홉시간 뒤에 나영이 딸을 낳는다. 그렇게 두 아이 중 한 아이는 폭풍을 잠재우며 태어나고, 한 아이는 여명을 이고 태어난다.

 

 

 이틀 밤 낮 꼬박 해란의 곁을 지키고 있지만, 민우의 바램과는 달리 해란은 도무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태훈에게서 연락을 받고 세영에게 일을 일임한 채 한달음에 아들에게로 달려온 여민정 원장은 노크를 한다. 여러번 노크를 해도 문이 열리지 않자 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들을 부른다.

 " 민우야, 엄마야. 문 좀 열어주지 않을래? 우리 아들이 너무 많이 아프다고 해서 이렇게 달려왔는데 그냥 돌아가게 할 셈이니? 제발 문 좀 열어 줘 민우야. "

 이틀동안 지키고 앉았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민우는 한 발 한 발 천천히 문 쪽으로 지친 몸을 옮겨 잠긴 방문을 연다. " 철컥 " 하는 금속성 소리가 들리는 순간 민정은 급히 문을 열고 유령처럼 촛점 없는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민우를 와락 껴안는다. 어릴적부터 그가 아파할 때면 묵묵히 자신을 안아주던 따뜻하고 포근한 품이, 그 품 속에서 풍기는 은은한 아카시아 향기가 누구의 체취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민우는 서서히 현실에 눈을 뜬다.

 민정이 민우의 손을 잡고 해란의 자리를 나란히 하고 앉아 그녀를 응시한다.

 " 그녀구나! 울 아들을 생애 처음으로 펑펑 울게 만들었던... 왜 이렇게 그림처럼 누워서 널 아프게 하는걸까? 해란씨, 이제 그만 일어나요. 이렇게 잠들어 있는 당신도 힘들겠지만, 당신에게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화인으로 새긴 채 아파한 사람이 있답니다. 그러니까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도록 해요. 나도 민우도 당신이 깨어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어요. "

 민우는 어머니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더해 고마움을 전한다. 어머니란 따뜻한 존재감이 어둠 속에 잠긴 민우의 정신을 깨어나게 한다.

 " 아기! "

 그는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 아기침대에 누워있는 아기에게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아기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는지 눈을 감고 있다. 젖 한방울 빨지 못한 입술은 하얗게 매말라 있고, 기저귀는 물론 매트에 깔아진 침구까지 냄새나고 지저분한 대소변으로 얼룩져 있다. 하지만 민정은 거리낌 없이 손가락으로 아기의 맥박을 살피고, 얼굴을 가까이 대 아기의 호흡을 살핀다. 몸을 일으켜 아기의 지저분한 베넷저고리와 기저귀를 벗기는 민정이 딱딱한 어조로 민우에게 묻는다.

 " 도대체 아기에게 무슨 짓을 한거니? 혹시 이틀동안 단 한 번도 아기를 돌보지 않고 방치헤 둔건 아니겠지? "

 " 바로 그거예요. "

 " 짝! "

 민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민정의 손바닥이 그의 볼에 불을 일으킨다. 그녀는 그리 빠르지 않은 어조로 민우에게 또박또박 말한다.

 " 난 네가 내 아들이란 게 항상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네가 전혀 자랑스럽지 않아! 나머지 이야기는 아기 먼저 돌본 뒤에 하자. "

 민정은 아기를 품에 안아 욕실로 들어가 깨끗이 씻기기 시작한다. 아기는 기운이 없어 목욕 중엑도 전혀 깨어나지 않는다.

 아기를 씻긴 뒤 바스타월로 아기를 감싸 품에 안고 욕실에서 나오자, 아기침대 시트와 침구가 깨끗한 걸로 바뀐 것이 민정의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아기 몸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힐책하듯 한마디 한다.

 " 아기에게 미안하긴 하니? "

 아기에게 깨끗한 베넷저고리를 입히고 새 기저귀를 채운 민정은 아기를 반듯하게 눕힌 뒤, 수납장에서 우유병을 들고 문을 나선다. 1월의 칼바람에도 그녀의 화는 식을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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