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가네시로 가즈키
표지가 정말로 유치하다..
그의 책들은 몽땅 그렇다..
화려하고 휘황찬란하고 게다가 유치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던건,
번역가가 '김난주'였기 때문이다..
난 일본 소설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김난주 역'이라고 쓰인 일본 소설을 더욱 좋아라 한다..
그녀는 거의 '보증수표'이다.. 절대 '부도수표'가 아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일본 소설이 거의 다 김난주의 번역이었다..
아이들 책을 사려고 서점에 갔을때 내 책도 하나 살까하고 둘러보다가 일본 소설 코너에 멈춰섰고, 어지간한 일본 소설은 다 읽은 내가 고집스럽게도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만큼은 선택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들여다본 '옮긴이의 말'에 써있는 한줄 때문에 이 책을 선뜻 구입하게 되었다..
- 'Go'는 점수가 나지 않아 답답하고 짜증스러웠던 게임의 막판에 터진,
창공을 뚫고 시원하게 날아가는 만루 홈런을 보는 것처럼
통쾌하고 가슴 후련하다.
과연...
이 책을 읽고 나면 후련하다..
그(주인공 스기하라,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생각들이, 뱉어내는 말들이 너무나 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역시... 내 선택은 옳았다.. ^^
소설은 '재일 한국인' 스기하라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스기하라는 한때 조총련계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으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 아버지 덕분(?)에 현재 일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 스기하라의 재일 한국인으로써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실상은 너무 속터지고 열받고 한편으론 슬픈이야기임에도- 너무나 재미있게 펼쳐진다..
스기하라의 절친한 친구인 조총련계인 '정일'과 코뼈를 주저앉게 해서 성형수술을 할수 있게 해주었다는 이유로 친해진 가토, 우연히 만나게 된 일본 여학생 '사쿠라이', 더불어 너무나 독특하고 멋진 아버지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아마도 스기하라는 단일,차별,동화,배척,혼혈,팔굉일우,만세일계,이인종,열등인종,우등인종,혈족........
이런 단어들에 넌덜머리가 난건 아니었을까...
그가 생각하는 '국적'이란,
- 애당초 국적 같은거,
아파트 임대 계약서나 다를 바 없는 거야.
그 아파트가 싫어지면 해약을 하고 나가면 돼.
스기하라가 얼마나 편견과 차별에 부딪쳤는지 여실히 느껴진다..
그래서 스기하라가 생각해 낸 방법은, 열심히 배워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 국적이라든가 민족을 근거로 차별하는 인간은 무지하고 나약하고 가엾은 인간이야.
그러니까 우리들이 많은 것을 알고 강해져서 그 인간들을 용서해주면 되는 거야.
하기야 뭐 나는 그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우리는 보통 사랑은 국경도 인종도 모든 것을 초월한다고 하지만,
스기하라가 정말 사랑하게 되었던 사쿠라이에게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그래서 '피가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 당하게 된다..
하지만 스기하라는 역시 멋진 놈이다..
비굴하게 매달리지도 않고 눈물을 보이지도 않고 깨끗하고 깔끔하게 맘을 정리하고 공부에 몰두한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스기하라의 처지와 불평등과 차별에 너무나 화가 났다..
하지만 스기하라의 촌철살인의 대사들과 행동들에 정말로 후련해진다..
작가 스스로 조총련계 일본인으로 살아 왔기에 가능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스기하라의 지식과 고민과 갈등과 차별 또한 작가의 몫이었을 테고 그것을 견뎌내고 이렇게 멋지게 성공(?)을 했다는 점에서 가네시로 가즈키가 정말로 많이 좋아질것 같다.. ^^
- No, soy coreano, ni soy Japanes, yo soy desarraigado..
- 노 소이 코레아노, 니 소이 하포네스, 조 소이 데사라이가도..
- 나는 조선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닌, 떠다니는 일개 부초다..
소설속의 스기하라도, 정일이도, 스기하라의 아버지도,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도 모두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그저 '사람'으로만.....
더도 덜도 말고 그저 '사람'으로만.....
인상깊은 구절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마이너리티의 목소리는 고위층까지 들리지 않을 테니,
어떤 수단을 써서든 목소리를 크게 하는 수 밖에 없다..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도록 나락을 들여보다 보면 나락 또한 내 쪽을 들여다 보는 법.
가끔 내 피부가 녹색이나 뭐 그런 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다가올 놈은 다가오고 다가오지 않을 놈은 다가오지 않을 테니까
알기 쉽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