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여름, 서울 삼성은 고민에 빠졌다. '간판스타' 문경은 때문이었다.
당시 문경은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상태였다. 삼성 구단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문경은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며 떠났다. 2003년 여름에는 마지막 실업멤버였던 김희선마저 삼성을 떠났다.
이후 삼성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를 중시하고 있다. 오리지널 삼성 멤버인 강혁과 이규섭은 지난해와 올해 차례로 FA가 됐지만, 삼성에 잔류했다. 이제 강혁과 이규섭은 삼성의 당당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러나 프로농구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영원한 현대-KCC맨' 이상민의 삼성행은 그래서 팬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1990년대 한국농구의 르네상스를 열어젖히며 프로 출범 후에도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김병철(오리온스)이 유일하다.
그 시절 함께 코트를 달군 허재·강동희·조성원·김영만·문경은·전희철·우지원·서장훈·양희승·현주엽·신기성 모두 한 차례 이상씩 이적을 경험했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숫자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유니폼을 갈아입어야했다. 오리온스에서 12년째 몸담고 있는 김병철은 이제 '천연기념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스타. 데뷔부터 은퇴할 때까지 한 팀에서만 활약하는 진정한 의미의 간판스타다. 돈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한 팀에만 머무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스타는 소중하다. 선수는 FA 계약과 같은 유혹을 이겨내야 하고 구단은 선수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어렵게 탄생하고 유지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바라보며 팬들은 언제나 성원을 보낸다. 그 지역과 그 팀의 얼굴이자 상징이기 때문이다.
30일 결정된 이상민의 삼성행은 수많은 농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상민 본인이 받았을 충격은 이루 설명할 수 없다. KCC는 팀을 위해 11년간 근속한 이상민을 보호하지 못했다. 정에 호소하고, 대승적인 명분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였던 것. KCC는 11년간 팀과 동고동락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그냥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보냈다.
특히, 이상민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로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KCC와 전 시즌보다 연봉이 37.5%나 깎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어디까지나 팀을 위해서였다. 연봉이 삭감되더라도 팀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없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계약서에 찍은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이상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팀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KCC의 연고지 전주실내체육관에서는 경기가 열리고 이상민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겠지만, 이상민 본인이나 농구팬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박대는 비단 프로농구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에서는 한 때 양준혁이 삼성을 떠났었으며 LG의 간판이었던 이상훈도 '팽' 당했다. 최근 프로배구에서는 삼성화재 신진식이 구단으로부터 은퇴를 종용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구단 입장에서는 나이가 들고 제 몫을 못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천덕꾸러기로 비쳐질 수 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큰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풍토상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헌신짝처럼 내팽겨 치기 일쑤다. 성적과 전력강화 앞에서는 과거의 영광과 팬들의 사랑도 무용지물이었다.
팬들은 성적만큼이나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한 선수가 투박한 청년에서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매료되기 마련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선수 개인의 명예도 크지만 그들에 대한 팬들의 자부심도 매우 크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팀의 자랑거리이자 명예가 된다. 그것은 또 역사로 이어진다. 기록으로 남겨지는 성적만큼이나 가슴 속 깊이 안겨주는 감동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만의 진면목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팀과 팬들의 희로애락 그 자체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선수 개개인의 자기계발과 구단의 노력 그리고 팬들의 성원이라는 3박자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에서 구단의 노력은 삼박자에서 이탈해버렸다. 성적과 수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팬들의 사랑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각 구단들이 다시금 되새겨야할 때다. 더 이상 프랜차이즈 스타를 그냥 떠나보내서는 안 된다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