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다는건 꿈에도 생각해 본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자신이었다.
그토록 겁없이 달려가던 나였다. 스물두살. 사랑한다면 그가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아프리카인으든 아무상관이 없다고 믿었던, 사랑한다면 함께 무엇이든 이야기하고 나누고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믿었던 스물두살의 베니였다.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수 없다는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떠날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칠년전 내가 울면서 커다란 가방을 끌고 그의집을 나설때 보이지않던그가. 이제 내앞에서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것이다. 내가 멀리서라도 좋으니까, 내사람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설사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좋으니까, 설사 그사람옆에 아름다운 일본여자가 대체 저 한국 여자느 누구야, 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함께 서있다해도좋으니까 한번만 보고싶다고 생각했던 그얼굴이었다.
그렇게 혹시라도 기적처럼 그가 전화를 걸어와 베니, 넌 잘있니? 하고물으면 그러면 나는 대답하고 싶었다.
'응. 잘있어. 나는 최홍이고 나는 씩씩한여자고 나는 잘있어 준고. 어쩔수없이, 안간힘을 다해서, 필사적으로 그렇게 잘 있단다.'
그리고 나는 꼭 물어보고싶었던것이다.
'왜 그렇게 울고있는 나를 내버려 두었니? 왜 붙잡지않았니? 잡지도않고 찾지도않고 그리고 왜이제야 여기에 온거니?'
어떤 작가가 그랬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는 거라고. 그렇지만 그작가가 모르는 것이 있다. 즐길수없을때도 있다는것을. 그저 한사람을 피해 가는것조차 안간힘을 써야만 할때가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자신이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것이 때로는 축복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단다
나는 그와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모든것을 알고 싶었고 참견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그의 일부가 되고싶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수 없었다 사랑을 하면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줄알았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나는 내감정에 충실한 이기주의자였다.
'한번만 용서해줄수있찌? 한번만.... 한번만 말이야'
나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른채 중얼거렸다. 그것이 민준이었을까, 아니면 준고였을까, 아니면 내자신이었을까, 실은 도무지 모른채로.....
@ 사랑후에오는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