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시즌의 약 1/3이 지났다. 올해는 각 팀들의 실력이 평준화 되어 그 어느해보다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현재까지 1위인 한화와 8위인 기아의 승차는 불과 6.5게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시작될 무더운 여름, 적어도 팀전력의 1/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 에이스의 역할은 이제부터 더욱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각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들을 뽑아보고, 그 중에서도 누가 가장 확실한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이닝과 방어율에 가장 비중을 두었음을 밝혀둔다.)
1. 두산 리오스
개인 성적 : 11경기 7승 3패 78 2/3이닝 방어율 1.83 피안타 62 4사구 28 탈삼진 46 WHIP 1.14
팀 성적 : 3위
리오스는 2004, 2005, 2006년 3시즌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져 주었다. 그의 나이는 72년 11월생 만 34살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시속 145Km 이상의 날카로운 직구를 던진다. 2002년 KIA 소속으로 한국 땅을 밟은 이래 작년까지 6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였고, 올해도 갑작스런 부상이 없는 한, 10승은 이미 따논 당상이다. 게다가 용병답지 않은 성실성과 팀 동료와의 친화력은 이미 여러차례 증명된 바 있다.(두산이 작년 시즌 후반, 한창 4강 다툼을 하고 있을 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잠시 미국에 다녀와야 했을 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겠다며 미국에서도 시차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마운드에 오른 일화는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사실 외국인이라는 색안경만 끼지 않고 본다면, 그는 2000년대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인지도 모르겠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만 34살인 그는,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한 포스를 뿜어내며, 박명환을 잃은 두산의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다승 1위, 최다 이닝 2위, 방어율 1위. 그는 누가 뭐래도 현재까지 올시즌 최고의 투수이다.
(두산은 올해 리오스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또다른 용병 랜들까지 버티고 있다. 그만큼 두산의 원투 펀치는 강력하다. 만약 두산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다면, 두산은 정말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될 것이다.)
2. KIA 윤석민
개인 성적 : 11경기 3승 7패 79이닝 방어율 2.16 피안타 60 4사구 24 탈삼진 40 WHIP 1.06
팀 성적 : 8위
정말 놀랍다. 올 해 윤석민이 선발로서 이렇게 대단한 활약을 펼치리라고 예상한 이가 몇이나 있었을까?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서정환 감독이지만 윤석민을 선발로 돌린 선택 하나 만큼은 기가막히게 적중했다고 할 수 있겠다. SK의 김성근 감독은 리그가 얼마 진행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올 시즌 최고의 투수는 윤석민'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같은 직구라도 구속에 변화를 줘 완급 조절을 할 줄 안다는 칭찬을 곁들이면서.. 최다 이닝 1위, 방어율 3위. 2번의 완투(1위)에 1번의 완봉(공동 1위). 어지간히 도와주지 않는 팀타선 때문에 고작 3승에 패전은 7번이나 기록할만큼 운이 따라 주지 않지만, 그가 김성근 감독의 말대로 올시즌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3. 롯데 손민한
개인 성적 : 10경기 5승 2패 70이닝 방어율 2.57 피안타 70 4사구 13 탈삼진 33 WHIP 1.19
팀 성적 : 6위
역시 민한신이다. '만약 롯데에 그가 없었더라면..'이라는 상상은 롯데팬이라면 정말 꿈에서라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70이닝에 33개의 탈삼진이면 2이닝 당 탈삼진 1개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70이닝에 70 피안타이면 생각보단 많이 맞는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13개 밖에 되지 않는 4사구이다. 좀 오버스럽지만 그런 말이 있다. 볼넷을 내주느니 홈런을 맞는다고.. 그만큼 투수에게 볼넷은 치명적이다. 그런 볼넷을 70이닝 동안 13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는 것은 '노련하다'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만큼 노련하게 투구를 하기 때문에 1이닝 당 안타 하나를 내주면서도 2.57이라는 훌륭한 방어율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2년 전 롯데의 감독이었던 양상문 현 LG 투수 코치가 이런 말을 했다. '유연하면서도 깨끗한 폼에 강약 조절도 매우 훌륭하다.'. FA 대박을 터뜨리며 LG로 이적한 뒤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명환도 '민한이 형은 정말 본받아야 할 선수다.'라고 했다. 뭐,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올 시즌 롯데가 가을에도 야구를 하고자 한다면 이 선수를 빼놓고는 힘들다.
4. SK 레이번
개인 성적 : 11경기 7승 0패 67 1/3이닝 방어율 2.41 피안타 58 4사구 35 탈삼진 31 WHIP 1.38
팀 성적 : 2위
김성근 감독은 항상 언론을 통해 레이번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다. 하지만 항상 따라 붙는 단서가 '에이스가..'라는 말이다. 그만큼 김성근 감독의 레이번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지난 해 대만에서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쳤는지, 또 코나미컵에서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지는 뒤로 밀어 두고서라도, 올 시즌 이 선수가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대단하다. 특히 7승을 거두면서도 단 한번의 패전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얼마나 이 선수가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WHIP이 1.38로 높은 편이지만 위기 상황이 되면 전력 투구를 하며 별 탈없이 막아내곤 한다. WHIP이 높은 만큼 이닝 소화율이 김성근 감독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경기당 6이닝 이상은 책임져주고 있으니 충분히 자기 몫은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올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이 유력한 SK의 입장에서 레이번은 정말 귀중한 보물이 아닐 수 없다.
5. LG 박명환
개인 성적 : 9경기 6승 0패 55 1/3이닝 방어율 2.28 피안타 42 4사구 28 탈삼진 46 WHIP 1.27
팀 성적 : 4위
LG 입장에서는 현재까지로는 대만족이다. 항상 FA 영입에 있어서 피를 봤던 LG로서는 박명환의 활약이 감동적이기까지 할 것이다. 6승 무패에 방어율 2.28. 이 정도면 특급 성적이다. 이닝이 타팀의 에이스에 비해 조금 적기는 하지만 김재박 감독이 그의 고질적인 잔부상에 대비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써주었고, 그래도 경기당 6이닝 이상은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흠이 되지는 않는다. 예전보다 부쩍 완급조절이나 컨트롤에 신경을 쓰는 모습인데 탈삼진 비율이 조금 줄어든 반면, 4사구 비율도 조금은 개선되었음을 감안하면,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WHIP도 1.27로 다소 높아졌지만 통산 1300이닝 이상을 던진 경험으로 위기를 잘 넘겨내고 있다. 역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매년 그를 괴롭히는 잔부상인데, 작년에도 12경기를 치를 때까지는 6승 3패에 방어율 2.33으로 맹활약하고 있었다.(결국 7승 7패 방어율 3.46으로 시즌 마감) 그가 진정으로 몸값을 해내느냐 못해내느냐의 여부는 어쩌면 이제부터의 활약에 달려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6. 현대 장원삼
개인 성적 : 10경기 3승 3패 59이닝 방어율 1.98 피안타 43 4사구 25 탈삼진 45 WHIP 1.15
팀 성적 : 7위
사실 장원삼의 순위를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가 굉장히 고민스러웠다. 윤석민보다 방어율도 좋고, 승수도 더 많은데, 왜 윤석민은 둘 째고 장원삼은 여섯 째냐 라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이닝을 중요시 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수밖에 없겠다.(이닝이란게 감독의 성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또 따진다면 또 할 말 없다.;;)
아무튼 순위가 중요하랴. 올해 현재까지 장원삼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작년의 신인 시절 그 이상이다.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피홈런이 크게 줄었고 그러면서 방어율은 더욱 낮아졌다. 2년생 징크스는 그의 앞에서는 그저 헛된 미신일 뿐이다. 작년, 당시 투수코치였던 김시진 감독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장원삼은 벌써부터 힘을 빼고 공을 던질 줄 안다.'라고.. 투구폼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라 부상 위험이 적다. 게다가 변화구도 적절히 사용할 줄 안다. 흡사 송진우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마 장원삼은 앞으로 10년, 아니 15년 이상 한국 프로야구를 짊어지고 나갈 것이다.
아직은 에이스라고 할 만한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현대 유니콘스라는 명문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바로 장원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7. 한화 문동환
개인 성적 : 10경기 5승 2패 69 2/3이닝 방어율 2.97 피안타 66 4사구31 탈삼진 35 WHIP 1.39
팀 성적 : 1위
한화의 팬인 필자로서는 올시즌 현재까지 한화의 에이스를 뽑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문동환은 사실 팀 선발 중 방어율도 1위가 아니고, 최다 이닝, 다승에 있어서도 1위가 아니다. 방어율은 2.86의 정민철이 1위이고, 이닝은 70 1/3이닝의 류현진이 1위이다. 다승도 6승의 류현진이 1위이다. 문동환은 셋 다 2위이다. WHIP도 앞의 두 선수에 비해 훨씬 높다. 하지만 필자가 문동환을 한화의 에이스를 뽑은 이유는.. 단순하다. 방어율이 류현진에 비해 훨씬 좋고, 이닝이 정민철에 비해 훨씬 많다.(류현진 방어율 3.58, 정민철 이닝 56 2/3)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문동환의 성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특이한 점이 있다. WHIP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작년 16승에 방어율 3.05를 기록할 때도 WHIP은 무려 1.34였고, 올해도 지금까지의 WHIP이 무려 1.39에 달한다. 그런데도 작년에는 무려 189이닝을 소화했고, 올해도 이미 70이닝 가까이 소화해내고 있다. 한화의 팬으로서 그의 투구를 자주 보게 되는데, 거의 매 이닝 주자 1, 2명씩 내보내면서도 어떻게든 무실점으로, 혹은 실점하더라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며, 매 경기 7, 8이닝씩 던져주는 모습을 보면 정말 믿음직스러우면서도 아리송할 따름이다.
사실 문동환이 다른 팀의 에이스들에 비해서는 조금 뒤쳐지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1위까지 치고 올라온 데에는 막강한 선발진의 역할이 컸다. 사실 필자가 이 글에서 한화의 에이스로 정민철이나 류현진을 뽑았더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러려니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어쩌면 문동환을 뽑은데 대해서 불평을 터뜨리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올시즌 한화의 선발진은 타팀에 비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에이스 류현진, 실질적 에이스 문동환, 돌아온 에이스 정민철에, 용병 세드릭도 볼넷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빼면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조성민까지 얼마전 6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등 5선발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화는 정말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하게 되었다. 혹시나 이 중 한 명이 부진하더라도 바로 영원한 에이스 송진우가 메꾸어 줄 수 있기 때문에 한화의 올시즌 고공 비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감독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올시즌 한화는 현재까지 43경기 중, 정민철이 4이닝 4실점으로 물러났던 단 한경기를 빼고, 나머지 모든 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을 책임져 주었다.)
8. 삼성 브라운
개인 성적 : 11경기 3승 3패 61 2/3이닝 방어율 3.36 피안타 61 4사구 27 탈삼진 31 WHIP 1.43
팀 성적 : 5위
배영수가 없다. 브라운이 더욱 더 분발해 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물론 작년 시즌에도 기록상으로 볼 때 브라운이 삼성의 에이스였지만, 잘만하면 몬스터 스탯을 찍어낼 수도 있는 배영수의 올시즌 공백은 삼성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아쉽게 다가온다. 아직 브라운은 선동렬 감독이 시즌 시작 전부터 큰 신뢰와 기대를 표현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아내의 출산 때문에 미국에 다녀오며, 선동렬 감독을 한숨 쉬게 만들었다.(물론 브라운이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에이스로서 작년의 리오스가 보여주었던 모습과 비교한다면 다소 아쉬움이 없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작년에도 브라운은 6월까지 방어율이 4점대를 들락날락거리며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7월 이후 부터 말 그대로 언히터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팀을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이끌었다. 물론 작년에는 한국에서의 첫 시즌이었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수준급의 구위가 뒷받침 된 채, 날카롭게 스트라이크 존 좌우 구석 구석을 찔러대며 타자를 상대하는 그의 특성상, 타자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집중력이 감소하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위력이 더욱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상을 해본다.
(에이스가 타팀 에이스들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현재 팀 방어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삼성은 투수 왕국이고, 선동렬은 투수 조련, 운용의 대가이다.)
* 이 글의 내용 일부는 KBO 홈페이지의 기록실과 SPORTS 2.0 + 2007 프로야구 특별판을 참고했음을 밝혀둡니다.
출처 daum 게시판(워낙 좋은 글이라 퍼왔음. 스포츠 신문 보다 훨 좋은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