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상처

김윤국 |2007.06.03 03:13
조회 22 |추천 0

정신없는 하루가 가고, 세면대 앞에서 난 줄곧 멍하니 내 손을 들여다 보았다.

 

어디서 베였을까. 흐르는 물에 풀어져 내리는 마른 핏자국. 중지손가락에 깊숙히 상처가 하나 나 있었다.

도통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었으나, 수돗물에 닿자 쓰라리기 시작했다. 왜 이제서야 알아주었냐는 듯

꽤나 흥건히 흘렸을법한 깊이와 넓이로 상처는 아파하기 시작했다.

 

테이프 커터기의 오돌토돌한 날이었을까, 차열쇠에 붙어있는 날잘선 미니휴대칼이었을까

의외로 얇은 종이었을수도 있겠지. 어디에 베였던 상관없다. 문제는 내가 눈치채기도 전에

깊숙히 난 상처가 나 버렸고, 조치를 취할 새도 없이 피는 범벅이 되어버렸으니깐.

그런대도 난 왜 몰랐을까. 새삼, 조심스러워진다. 세상 모든 것에 난 베일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흔한 참치캔 뚜껑에도 살은 베인다. 작은 장난감 하나도 고층에서 떨어지면

큰 충격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러니, 이와 같이 우리 마음도 온통 어디서 베였는지 알 수 없는 생채기들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

그사람이 후에 용서를 빌어도 이미 전에 상처는 나 버렸는데.

 

무섭다. 내가 알 수없는 어떤 말로, 누군가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낸다는 것이

그것이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을 것을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난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또,

상처준 것이 많아 두려운 사람이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