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의 '광인전략'과 빅2의 ‘치킨게임’
요즘 정가의 화두는 무엇인가? 노무현의 선거법까지 위반한 한나라당 빅2 물어뜯기, 그리고 이명박ㆍ박근혜의 치고받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사람이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쌈을 건다면 그놈이 맞아죽을 짓을 한 정신 이상자가 틀림없을 것이다. 힘이 진짜로 세서 둘을 동시에 제압할 수 없다면 맞아죽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노무현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동시에 물어뜯는데, 서로 힘을 합해 상대방에게 저항하기는 커녕 박근혜는 이명박을, 이명박은 다시 박근혜를 물어뜯는다. 이건 적과의 동침도 아니고... 아마 미친놈과의 삼각관계가 이러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은 미쳤다. 그냥 미친 게 아니라 단단히 미쳤다. 대통령을 미쳤다고 하면 또 후폭풍이 만만치 않겠지만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으니 어쩌겠는가! 누구 입을 빌어 조작하지도 않고 자기 입으로 ‘세계적 대통령’이라면서 자신을 있게 한 헌법마저 그놈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작자를 미쳤다고 하지 않고 무슨 다른 말로 불러줄까? 미친놈이라고 하고 싶지만 ‘미친 놈’이라는 말이 불만스럽거나, 불만은 아니지만 불경스럽다거나 불량스럽다고 할 사람들이 많을 듯하여 광인이라고 해두겠다. 아무튼 그동안 셀 수조차 없는 미친 짓을 했던 그가 미친 짓의 종합판이자 마지막 판으로 제작ㆍ감독ㆍ주연한 4시간짜리 원맨쇼를 참평포럼이라는 데서 펼쳐보임으로써 스스로 광인임을 입증한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이 땅의 어떤 것이고 어떤 사람이고 그 입방아에 오른 것치고 어느 하나 성한 게 있었는가? 그 광풍에 성한 게 있다면 그 네 시간짜리 [사이코 모노 코메디]에 환호와 휘파람을 보냈던 참평포럼인가 하는 집단들과 그 주축이 됐을 것이 분명한 노사모, 그리고 그가 알게 모르게 기르고자 한 후계자들일 것이다. 한마디로 ‘광인의 愛玩人’들이다.
그 자리가 광란의 굿판이었음은 선관위가 보증해준다. 그럼에도 여유만만이고 선관위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하겠다니... 하긴 뭐 제작, 감독, 주연을 모노로 했으면 당연히 마케팅도 모노로 할 것이고 역마케팅 전략 중에는 안티팬을 이용한 관심제고 기법도 있을 것이니 그렇게 이해해야 같은 미친놈 되지 않겠지?
앞서 노 대통령을 광인이라고 하니 너무한다는 말을 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국제정치에는 이따금 ‘광인(狂人)전략(madman strategy)’이란 전략이 등장하고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제관계에서 적대국을 상대로 흔히 쓰는 전략이며, 현대 세계 정치에서 ‘광인전략’의 대가로는 꼽히는 인물은 김일성-김정일이다.
김씨 부자를 광인전략의 대가로 부르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나, ‘광인전략’이 김씨 부자같은 정신병적 독재자에게 제 격인 용어로 보여서 그렇지 그렇게 제한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닌 그저 국제관계 전략의 하나를 뜻하는 말이다.
그 광인전략을 다른 국가가 아닌 국민과 야당을 향해 쓰고 있는 것이 노무현이다.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을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는 면박, “한국 지도자가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외 신문에 나면 곤란하다”는 인신공격은 광인전략이 분명하다.
북한같은 독재국가라면 몰라도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자기 국민에게 ‘나는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어’라고 으름장을 놓을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 이같은 ‘광인전략’을 쓰고 있는 유일한 목적은 노무현은 결코 ‘지는 정치인’의 흘러간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결코 광인전략을 이용한 좌파집권 연장 같은 원대한 목표를 가진 그릇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무현의 광인전략이 겨눈 최종 표적은 지금의 어느 누구가 아니라 이명박과 박근혜의 사생결단식 싸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노무현은 지금 이명박ㆍ박근혜를 제 목덜미 물려도 죽고 상대 목덜미 물어도 죽는 ‘바보 싸움’으로 몰아넣고 있는 저승사자다. 그럼 그 광인전략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까? “무슨 일이든지 저지를 수 있다”고 선언한 대통령이 무서우면 서로 싸우던 중이라도 싸움을 중단하고 힘을 합해 맞대응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그 쉬운 길을 놔두고 더 심하게 싸우는 것은 무슨 이치인가?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게 바로 치킨게임(chicken game)이다. 이 또한 국제 정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말한다.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로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아마 닭대가리 같은 놈들이 하던 탓에 치킨게임이라고 이름 붙였을 게 틀림없기 때문에 그냥 닭싸움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요즘 한나라당 빅2간의 이전투구가 바로 그 치킨 게임 같다. 정인봉, 김유찬으로 부터 시작된 네가티브 검증론이 경선룰 공방전과 운하검증론처럼 정책공방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다시 8천억 재산검증과 BBK 자문사 문제으로 도화했고, 여기에 정수장학회 문제나 최태민 스캔들 설 등 기름이 부어질 것이 뻔한만큼 다시 네가티브 검증으로 선회하기 시작했으니 치킨게임의 전형적인 양상을 벗어나지 못할 듯하다.
닭싸움을 하고 있는 경기장 밖 환경은 어떠한가? 광인전략을 쓰고 있는 노무현, 그리고 훈수정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어느 닭이 더 맛있을까 내기하고 있는 족제비들, 그리고 미래의 조폭을 꿈꾸며 ´맞짱 토론´을 외치는 민노당의 새앙 쥐까지...
있는 힘 없는 힘 다 빼고 나면 아무리 자기가 잘 나가는 장닭이든 투계든 줄지어 서있는 족제비를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족제비는 고사하고 생쥐 한 마리 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검증은 예방주사라는 어리석은 논법과 너 그러면 나도 그럴 수밖에 없잖느냐는 자기합리화논리로 시작한 싸움의 관성에 빠져들어 버린 것 같다.
닭대가리 또는 새가슴이라는 말이 있다. 배짱과 용기가 없는 사람을 그렇게 풍자한 비속어의 일종이다. 치킨게임은 바로 그 두 가지를 다 가진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게임이다. 먼저 핸들을 꺾은 사람이 겁쟁이로 몰려 치킨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이 두려워 끝을 보고 마는 것이 게임의 단순한 룰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시합중인 선수들이 닭대가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 그 닭대가리 새가슴 족을 놓고 광인전략을 펴는 족제비가 닭고기 파티를 하는 일만 남은 것인가? 빅2에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서로 목숨 걸고 싸운 끝에 누군가가 살아남는다고 해서 힘을 하나도 소진하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던 쪽제비를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러니 새가슴이 아닌 것은 입증하더라도 닭대가리임을 만천하가 알 것인데 왜 그 게임을 계속 하려는가? 스스로 새가슴이 아니라고 믿었기에 이미 시작한 게임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닭대가리도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기 바란다. 네거티브는 집어치우고 정책검증으로 게임을 계속해서 치킨게임이 아닌 독수리 시합임을 보여달라는 말이다. 적어도 빅2라는 이름이 맞는다면 닭보다는 독수리에 어울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