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부터 1990년까지 피델리티 운용의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면서 누적수익률 27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13년 내내 연수익률이 한 번도 마이너스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1987년 주가 폭락 때도 연 수익률 3%를 맞춘 그야말로 '투자의 귀재'였다. 당시 미국 100가구 중 1가구는 '마젤란 펀드'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피터 린치는 자신의 은퇴식 날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다. 바로 '마젤란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 중 절반이 원금 손실을 경험했다는 것.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이었을까. 바로 1년도 안돼 가입과 환매를 반복했던 단기적인 투자행태 때문이었다.
요즘 증권사에 쏟아지는 펀드투자와 관련해 자주 나오는 질문은 딱 두 가지다. "주가지수 1700을 넘어섰는데 지금 펀드 가입해도 되나요?"
"주가지수 1700인데 지금 환매할 시점인가요?" 문의를 받은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나 판매창구 직원은 이것 저것 묻기 시작한다. 어디에 쓸 자금인지, 전체 자산 중 펀드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다른 펀드를 갖고 있는지, 수익률은 얼마나 되는지, 나이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한참을 듣고 있던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물어본다.
"그러니까 펀드 가입하라는 겁니까, 아니면 기다리라는 겁니까." "지금 환매해야 수익이 극대화된다는 겁니까, 아니면 더 유지하라는 겁니까."
이쯤 되면 증권사 직원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상담직원 10명 중 9명은 이렇게 말한다.
"고객님, 지금 주가가 너무 급하게 올라 당분간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익률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2배 이상 됐으니 환매하시고 기다리십시오."
무작정 달려드는 투자자들에게 섣불리 투자를 권유했다가 욕을 먹느니 '안전(?)'한 쪽으로 유도하는 게 별 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시중 펀드 판매창구에선 이런 상황이 심심찮게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지수는 1500을 넘었고, 1600, 이어 1700까지도 넘어버렸다. 펀드 가입을 연기했던 사람들, 일찌감치 환매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지금 그야말로 안달이 나 있는 상태다.
펀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주식과 펀드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사람들이 자꾸 주식처럼 펀드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염려한다.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산다는 생각을 펀드에도 적용한다는 것. 주가를 확인하듯 매일 자기 펀드수익률을 확인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이원기 KB자산운용사장은 "막연히 주가가 빠지면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은 만약 주가지수가 1700에서 1600으로 빠져도 들어가지 못한다"면서 "주가가 오르면 환매하고 떨어지면 가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17만원 하는 특정 기업 주가가 16만원으로 하락하는 것을 예측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도 "펀드투자에 있어 증시전망은 무의미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투자자 자신에 대한 분석"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적립식 펀드는 시장 전망이 필요없는 투자"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지금 펀드투자와 환매를 고민하는 개인들은 어떤 분석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나이, 수입원, 투자자산 비중 등 자신에 대한 재테크 상황분석이다. 불과 몇 달 전 적립식 펀드 투자를 시작한 20대 후반 신입사원이라면 '환매'를 고민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시장 등락에 상관없이 월급 절반을 재테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반면 같은 20대 후반이라도 경력 5년차로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 직장인이라면 지금쯤 환매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게 최선이다. 50대 중반 투자자가 주가 1700시대에 주식형 펀드에 몇 억원을 투자하는 것도 정석은 아니다.
나이를 고려해볼 때 지금은 혼합형 펀드 또는 채권형 펀드 등 안전자산 확보에 주력할 때다.
펀드 가입과 환매에 대한 고민은 이미 국내 주식형 펀드 2~3개를 갖고 있고 이미 3년 이상 유지하면서 연 수익률 30% 정도 올린 투자자들에게 가장 크다. 투자금 규모는 1억원 이하로 펀드자금을 늘리기도 망설여진다.
이런 투자자는 다음 3가지 사안을 명확하게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향후 발생할 현금 비용흐름 추이다. 가령 1년 안에 반드시 목돈이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는 투자 비중을 줄일 단계다. 반면 비교적 지출 내용이 안정적으로 확정돼 있다면 추가 펀드 투자를 고려해도 좋다.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면 이제 둘째 고려 요소인 본인 펀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
현재 8000개가 넘는 국내ㆍ해외펀드가 팔리고 있다. 이 중엔 주식형도 있고 채권형, 부동산ㆍ리츠펀드도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만 2개 가입한 투자자라면 어떤 종류 펀드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미 대형주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를 갖고 있다면 이제는 인덱스펀드, 가치주 펀드 등으로 운용스타일을 다변화하자. 또 유럽펀드처럼 연 10%대 안정적 수익률을 올리는 해외펀드를 추가 편입하는 것도 좋다.
셋째는 장기투자에 대한 기준 설정과 장기투자에 걸맞은 펀드를 고르는 안목을 높이는 것이다. 펀드투자도 분명 어느 순간 차익실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나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할지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3년 이상 유지된 국내 주식성장형 펀드 151개의 3년간 기간수익률은 99%로 조사됐다. 눈 감고 국내 주식형 펀드 하나만 찍어 가입해 3년간 유지했다면 연 30% 이상 수익을 거뒀다는 결론이다.
구재상 미래에셋운용 사장은 "누가 펀드투자 잘하는 방법을 물어보면 그냥 장기투자하라고 한다"면서 "주가등락 사이클을 고려하면 3년은 기본적으로 버텨야 하고 5년, 아니 10년은 버틸 각오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정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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