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에 서너명쯤되는 여자애들을 보았다.
키도 크고 화장도 진해서 언뜻보면 성인같았다.
하지만 곧 옷차림과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꾸민 청소년임을 알았다.
본인들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무슨 신나는 일이라도 있는지 깔깔거리면서
인파가 많은 거리속으로 멀어져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퇴근하는 그 거리는 늘 이런 청소년들로 북적인다.
그들이 불량스럽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저렇게 어른흉내를 내고싶어하는 모습에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내 주관이지만, 청소년은 어른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어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 이들에게, 세상은 자신의 진짜모습을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게는 당장 자신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어른'이 필요할 뿐이니까.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청소년에는
아무 관심도 없을 것이다.
어른이라는 의미는 사실 별거 아니지않을까?
그저 세상에 찌들어버린 사람이 어른이 아닐까.
화려하고 멋지게만 보이는 세상으로 뛰어들어 호되게 무너지고
깨지고, 멍들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노력하면서 세상이 정해준
길을 따라 조용히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데 성공해서 사회적인 존경과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반대로 시궁창같은
곳에서 좌절을 맛보며 쓴웃음을 짓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곳이
바로 이 세상이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 모두 필연적으로 슬픔과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 잘못도 아닌데 용서를 구해야하고,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불안하고 초조해야 하는 것이다.
화려하고 멋지게 포장되어있는 만큼,
세상은 잔인하고 더러운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상은 끝없이 수많은 '어른'들을 착취하려고 하고,
어른들은 그걸 욕하면서도 그런 세상의 어느 부분에 일조를
해야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어른들이 누리는 권리는 결국 의무인 셈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아직 순수하다.
천진난만하고 여린 그들이 내딛기에,
아직도 세상은 너무 날카롭고 어둡다.
청소년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유치하지만 원대한 꿈을 꾸고,
멋진 세상을 기대하는 행동은, 오직 그 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겨울이 싫어도 가을 다음에는 겨울이 오는 걸
봐야하는 것처럼, 원하든 그렇지않던간에 성인은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에 직면하게 될 진정한 세상을
조금씩 배워가고 다쳐가면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인이 되었다고 다 어른이 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는데에는 상대적인 시간이 걸리니까.
멋진 미래와 세상을 기대하는 청소년들은
그런 세상을 만들 주최이자 열쇠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공부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준비해 가는 것이다.
결국 누구나 어른은 된다.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