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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 (1권) - 가장 중요한 말 빼 먹지 않기

유미화 |2007.06.17 07:39
조회 157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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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Guy~♥ 

 

남자는 참 많은 이야길 준비했다.

 

오는 길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낙엽 하나가 머리 위에 축복처럼 내려 앉았다는 이야기.

그래서 올려다본 하늘이 눈을 벨 듯 파랗더란 이야기.

오늘 따라 노을이 참 선명하더란 이야기.

노을이 지며 한강 다리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이상스럽게도 가슴이 일렁거렸다는 이야기.

이어폰을 나눠 끼고 나란히 걸어가는 연인을 봤을 땐,

그게 미치게 부럽더라는 이야기..

 

그 많은 이야기를 마음에 담은 채, 남자는..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그, 제가, 그, 버스 타고 왔거든요. 저, 요즘에 낙엽 많이 떨어지잖아요.

내가 정류장에 서 있는데! 낙여.. 콜록콜록"

너무 긴장한 탓에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한 남자는

남데없이 기침을 해댄다.

일분 간 기침만 해대는 남자를, 여자는 근심스레 바라보고..

남자는 괜찮다는 시늉으로 서둘러 손을 내저으며 간신히 말을 잇는다.

 

 "콜록.. 아이고, 음, 보고 싶었다구요."

..여자가 활짝 웃는다.

남자는 그제야 숨을 쉰다. 

 The Girl~♥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순간부터

여자에겐 미안한 상대가 많아졌다.

 

먼저 약속을 해 놓은 친구에게도.

"나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미안해서 어떡하지?"

매일 기대어 놀던 벽에게도.

"나 이제 너랑 하루종일 붙어 있는 거 못 할것같아.

내 체온이 그리울 텐데 미안해서 어쩌지?"

꽃병에 꽃혀 있는 활짝 핀 장미에게도..

"내 사랑은 이제 막 피어나는데 넌 이제 지는 일만 남았네.

미안해서 어떡하니?"

 

그렇게 여자는 남자를  만나러 간다.

남자는 무슨 말을 하려다 갑자기 기침을 해대고

여자는 저 기침이 끝나면 무슨 말이 나올까.

한껏 긴장을 한다.

기침을 그친 남자는 보고 싶었다 말하고

여자는 그제야 웃는다.

그러곤 남자에게 고백하듯 말한다.

 

오늘 하루 미안한 상대가 참 많았다고

거리에서 시금치며 고사리 옹색하게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도

향수를 잔뜩 뿌린 채 나서던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던 흰둥이에게도

바스락,발 밑에 밝히는 낙엽들에게도

몇 번씩이나 가만가만 속삭였다고

 "나만 행복해서 미안해요"라고.

 

 

 〃그남자 그여자〃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이야기

 (04. 사랑에 서툰 당신을 위한 열가지 조건 )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 / 이미나(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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