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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여행기 - 7. Priceless

정현우 |2007.06.17 14:17
조회 44 |추천 0
   


 

 

 

 

정우

어떨 결에 4일이나 머물게 된 이 마을을 오늘 떠난다. Lytton이라는 지금은 우리에게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마을과 앞으로 만나게 될 익명의 그 사람들을 향해 간다. 할아버지들은 우리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계셨다.

 

 

 

 

 


현우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많았다. pace maker가 따로 있는 걸까? 맨 앞사람과 제일 뒷사람은 어떻게 연락을 주고받을까? 화장실이 급하거나 배가 고플 때는 어떻게 하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정우와 둘이 페달을 밟을 때처럼 생각을 하면서 달릴 수 있을까?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며 달리 생각을 하니 신이 난다.

 

 

 

 


 

 


 

 

 

 


정우

자전거를 탄 우리 5명의 갱단은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조직력이란 건 전혀 없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갈 테니 알아서들 오라는 것 이였다.  더구나 얕잡아 보았던 할아버지들의 체력은 내 체력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시작 하자마자 순식간에 할아버지 셋은 없어져 버렸다. 아침에 단체로 비아그라를 드셨나? 뭐야 같이 가자며…….

 

 

 

 

 

 


현우

정우는 오르막에서 매번 뒤쳐진다. 평균 연령 65세인 사람들 보다 뒤쳐져 따라온다. 정우를 제외한 우리 나머지 넷은 큰 무리 없이 넘었던 오르막길. 정우는 한참을 떨어져 혼자 특수 훈련을 받는 사람처럼 괴성을 질러댄다. “Yeah!!! baby~!!! Come on~!!!" 정상에서 쉬면서 그런 정우를 할아버지들과 같이 쳐다보기가 민망했다. 친구지만 창피한 그런 느낌. 쪽팔림……

 

 

 

 

 


정우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언덕이 원망스럽고 중력이 원망스럽다. 집중력은 초능력을 발휘한다. 나는 하나의 생각으로 바위라도 벨 수 있듯 집중되어 있었다. 사서 고생한다. 사서 고생한다. 사서 고생한다. 사서 고생한다. 사서 고생한다. 사서 고생한다. 사서 고생한다. 사서 고생한다. 사서 고생한다…….

 

 

 

 

 

 


현우

많은 이들이 할아버지들을 알아보았다. 터널 보수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이 유명 인사들을 위해 도로를 막아 주었다. 응원도 해주었다. 우리도 얼떨결에 그 응원을 받으며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어느덧 우리는 일원이 되어있었다.

 

 

 


70대의 할아버지 Charlie는 내 앞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고 계셨다. 몸집이 크진 않았지만 키도 무척 크셨고, 단련된 종아리는 젊은 사람 다리 못지않았다.  한때는 경찰, 한때는 목사님으로 세상을 대하셨던 이 분의 뒷모습은 나에게 한 우주의 단편을 보여주는 듯 했다. 

 

 

70여 년 전 한 가족의 기대 속에 이 세상에 태어난 그는 내가 겪었을 모든 기쁨과 아픔, 성공과 실패, 설렘과 실망을 경험하였을 것이고, 자신만의 인간관계, 행복, 사랑의 정의를 내렸을 것이다. 세상이 그를 만들고 빚어 주었고 또 그는 그러한 세상을 경찰의 정의감으로써, 목사의 사랑으로써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였다.

 

 

자신의 70살이란 나이를 느끼며 인생을 돌아 볼 때, 비록 자신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였어도 자기 몫을 하였다며 떳떳해 할 것이다. 할아버지의 등이 이 모든 것을 땀 흘리며 그를 뒤 쫒고 있는 나에게 얘기해 주고 있었다.

 

 

 

 

 

 


정우

이 할아버지들은 정신병자와 homelessness의 연관성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정신병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한다.  많은 정신병자가 rent 집을 구하기 힘든 것과 집을 구하여도 계약을 renew하기 힘든 이유는 landlord의 편견들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할아버지들은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리려 자전거를 타고 캐나다 대륙을 횡단한다.

 

 


왜 자전거이고 왜 횡단일까? 물론 언론에 기사거리를 제공해 줌으로써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그렇지만 더 큰 의의는 자신들이 편견을 깨기 위해 직접 "무엇인가" 최선을 다한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정신병자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자전거로 대륙횡단”이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그것을 성취하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바치는 노력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나도 한 언덕 한 언덕 오를 때마다, 땡 볕에 몸이 후끈거리고 허벅지가 통증에 아파올 때마다, 도중에 포기하고 걸어서 올라가고 싶을 때마다, 난 이러한 "노력"을 내 여행의 목적에 적용시켰다. 내가 자전거로 산을 넘는 노력은 이 여행을 통해 깨닫고자 하는 바를 얻고 싶은 나의 노력이었던 것이다.        

 

 

 

 

 

 

 

 

 

 

 

 


현우

점심으로 햄버거를 주문했다. 메뉴는 Plain 햄버거. 종업원에게 배는 고프고 다른 메뉴 시킬 돈은 없으니 감자튀김을 될 수 있는 데로 많이 달라고 하였다. 우리에게 더 이상 쪽팔림이란 없다. 초코파이만한 햄버거 빵에 햄버거 고기 딱 하나. 이보다 더 Plain 할 수는 없다.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다 먹고 보니 케첩을 한통 다 비웠다.

 

 


우리가 먹어 치운 케첩 한통 : $10

우리가 지불한 햄버거 값 : $10

다시는 안 볼 사람이라는 느낌 : Priceless

 

 

 

 

 

 


정우

우리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다시는 못 볼 사람이지만 식당 주인이 출발하는 우리를 보고 응원해 주었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던 이 식당 주인과 나, 이 두 사람 인생의 선이 어쩌다가 이 산골짜기에서 교차하였다.  이곳을 떠나고 나면 더 이상 이 사람을 생각할 일도 없을 것이다.  마치 내가 이곳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듯싶다. 

 

 


이 사람은 내가 떠난 후에 어떠한 삶을 살고, 어떻게 늙어갈까? 내 인생의 선과 교차했던 모든 이들, 잘 살고 있겠지?

 

 

 

 

 

 

 

 

 

 

 

 

 

 

바보 여행기 - 8.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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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보 여행기 - 싸이월드 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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