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3, 여동생과 한 번 보고 여자 친구와 한 번 또 보고, 이번엔 남자 친구와 함께 또 보게 되는... 은근히 나와 인연이 깊은 영화이다. 이제 개봉된 지도 꽤 됬으니 사람이 별로 없이 한적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대부분 꼬마 손님들이었다 ^^) 자, 그럼 영화에 대한 헛소리 몇 마디 늘어나 볼까?
+1. 번역가의 센스~!
처음에 가장 날 웃음 짓게 한 것은 'Far Far Away'를 '겁나먼 왕국'으로 번역한 센스 있는 번역가 분.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나 혼자 피식하고 말았다. 조금만 더 수준 있는 영화였다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겠지만, 아동용 에니메이션에 그보다 더 나은 번역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2. 캐릭터의 가벼움.
스토리가 짧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있듯, 나도 이 점에 대해서는 꽤 불만스럽다. 내게 '아더'라는 이름은 굉장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내가 좋아하는 모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세이버사마~!)의 모체이기도 하고, '원탁의 기사들'이라는 문학에도 등장하며, 실존 인물로는 뛰어난 전쟁가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프린스 아더가 악당 프린스 차밍을 용맹히 무찌르는 전혀 '슈렉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프린스 아더가 '왕이 된다는 중압감', '왕따 시절에 대한 분노', '아버지에 대한 원망'.. 등등 여러 감정들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청소년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해답을 소탈한 슈렉에게서 찾은 뒤에 왕위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게 슈렉다운 감동, 슈렉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제작자 분들께선 슈렉다운 이야기가 '코믹과 개그'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이 슈렉 3에는 그 어떤 감동도 없다.
프린스 아더의 고민은 슈렉의 말 몇 마디로 해결되어 버리고, 슈렉에게서 받은 상처 또한 말 몇 마디로 해결되고, 프린스 차밍과의 마지막 결투도 너무나도 희극적으로 묘사되어 감동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나는 마지막에 프린스 아더가 왕관을 쓸 때까지도, 아니 지금까지도 대체 어디서 이 영화의 작품성을 논해야 하는가? 라는 대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도 짧은 러닝 타임처럼, 영화의 감동도 짧은 듯 하다. 얼마든지 더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소재를 작은 틀에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애쓴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흥행성'은 좋지만, 그것은 최소한의 작품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그냥 싸구려 개그가 될 뿐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우스운 슈렉~!
위에 말한 것과 정반대의 논리를 펴게 될 지 몰라 좀 겁이 나는데, 머리로는 이런 저런 비판을 하면서도 입은 항상 미소 지은... 아니 지을 수 밖에 없는 느낌이랄까.
특히 프린세스 피오나와 퀸 릴리안, 나머지 다섯 프린세스들의 왕궁침투기는 슈렉 특유의 유머를 그대로 살려내었다. 햇빛 내리쬐는 날 연인과 가볍게 웃으며 한 편 보기에는 슈렉만큼 좋은 영화도 없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