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가슴으로 첫 스캔을 맡긴 필름을 찾으러 간 나 마음은 결과물을 확인하고 여지없이 좌절하고야 말았다.
로모를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색감과 강렬한 비네팅 때문 이었기에 모두 조리개 모드로 촬영을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조리개에 대한 개념도 없었거니와 조리개 모드에서는 셔터스피드가 1/60로 고정되는 로모의 기능적 특성을 전혀 알지 못 했다. 알았다 하더라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 했으니 아나마나한 사실이었다.
우수운 얘기지만 주제 파악도 못하고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해서 사진을 망친 이유가 절대 나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책임이 없으므로 그 책임은 전적으로 카메라에게 돌아갔다.
필름이 들어가는 수동(?) 카메라인 주제에 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느냐고 김병장을 무척이나 책망하고 질타하였다.
아~ 여기서 김병장이란 저의 첫 카메라 Lomo LC-A의 애칭이다.
앞에서 말했 듯이 군인이던 시절 월급을 모아서 병장되던 시기에 구입한 카메라라 애칭을 김병장이라고 지어주었다.
군대까지 전역한 산만한 덩치의 총각이 주먹만한 카메라에 애칭까지 붙여 줄 정도라면 그 애착이란 얼마나 될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좌절하면서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 또 사진을 망치면 어떻하지라는 걱정이 들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멋진 결과물을 얻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그 행위 자체가 나에게 있어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줄곧 찍게 되었던 것 같다.
얼마전 가까운 지인중 한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사진 찍는데 어떤 매력이 있고 무엇이 그렇게 좋냐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진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고...'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무언지 모르게 거창한 대답인 것 같아서 민망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찌하겠는가
많이 알고 잘 찍고는 것을 떠나서 찍고 싶은 피사체를 찾고 뷰 파인더로 그 피사체를 보며 초점을 맞추고 노출을 생각하고 구도를 생각하고 셔터를 누르고 다 찍은 필름을 빼고 새 필름을 끼워 넣고 필름을 맡기고 결과물을 기대하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너무나 즐겁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왠지 모를 뿌듯함 마져 들고 만다 이런 걸 자아도취라고 하는 것 일까?! 아무튼 나는 내가 사진을 찍고 그걸 즐기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이 사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베스트 컷 이다
뭐 남들은 이런게 베스트 컷이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2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찍었다고 자부하는 나 자신에게 가장 멋진 한컷으로 남아 있을 사진이다.
이론을 공부하고 테크닉을 알아가고 장비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이 사진만큼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고 무엇하나 모르는 나였지만 그 때만큼 벅차오른 가슴으로 많은 것을 시도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그만큼 많이 기대하던 때가 없어서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