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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2007.06.20 21:12
조회 78 |추천 0
처음으로 페이퍼를 발행하면서 처음이란 이름의 기억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첫사랑, 첫키스, 세상의 빛을 처음으로 본 날을 기념하는 생일.... 이렇게 우리는 처음이라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오래도록 기억한다. 빛으로 그리는 그림 사진이란 것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처음이란 2년전 여름을 회상하게 한다. 2년전 군대를 갓 전역한 나는 군대에서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사진에 관심만 가지고 있던 나에게 본격적으로 사진에 빠지게 된 계기이자 나의 잊을 수 없는 첫 카메라 Lomo LC-A라는 러시아 컴팩트 카메라를 손에 넣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로모의 독특한 색감에 빠져 열심히 돈을 모아서 구입하기는 했지만 셔터스피드, 조리개, 감도 등 사진에 기본적인 지식은 고사하고 필름도 어떻게 넣는지 몰라서 낑~ 낑~ 거리는 어찌할 바 모르는 초짜였다. 카메라가 좋으니 찍으면 무조건 내가 원하는 대로 일류 사진가처럼 찍을 수 있을 거라는 철썩같은 무식함으로 이곳 저것 사진을 찍으러 다였다 그런 초짜이다 보니 사진이 제대로 나왔을리 만무하다 필름장전을 잘 못해서 필름을 몇번인가 버리고서야 내가 찍은 사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청계천에서 찍은 사진이 내가 찍은 첫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억이다.      

 

부푼 가슴으로 첫 스캔을 맡긴 필름을 찾으러 간 나 마음은 결과물을 확인하고 여지없이 좌절하고야 말았다.

로모를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색감과 강렬한 비네팅 때문 이었기에 모두 조리개 모드로 촬영을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조리개에 대한 개념도 없었거니와 조리개 모드에서는 셔터스피드가 1/60로 고정되는 로모의 기능적 특성을 전혀 알지 못 했다. 알았다 하더라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 했으니 아나마나한 사실이었다.

 

 

우수운 얘기지만 주제 파악도 못하고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해서 사진을 망친 이유가 절대 나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책임이 없으므로 그 책임은 전적으로 카메라에게 돌아갔다.

필름이 들어가는 수동(?) 카메라인 주제에 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느냐고 김병장을 무척이나 책망하고 질타하였다.


 

 

아~ 여기서 김병장이란 저의 첫 카메라 Lomo LC-A의 애칭이다.

앞에서 말했 듯이 군인이던 시절 월급을 모아서 병장되던 시기에 구입한 카메라라 애칭을 김병장이라고 지어주었다.

군대까지 전역한 산만한 덩치의 총각이 주먹만한 카메라에 애칭까지 붙여 줄 정도라면 그 애착이란 얼마나 될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좌절하면서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 또 사진을 망치면 어떻하지라는 걱정이 들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멋진 결과물을 얻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그 행위 자체가 나에게 있어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줄곧 찍게 되었던 것 같다.


 

 

얼마전 가까운 지인중 한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사진 찍는데 어떤 매력이 있고 무엇이 그렇게 좋냐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진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고...'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무언지 모르게 거창한 대답인 것 같아서 민망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찌하겠는가

많이 알고 잘 찍고는 것을 떠나서 찍고 싶은 피사체를 찾고 뷰 파인더로 그 피사체를 보며 초점을 맞추고 노출을 생각하고 구도를 생각하고 셔터를 누르고 다 찍은 필름을 빼고 새 필름을 끼워 넣고 필름을 맡기고 결과물을 기대하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너무나 즐겁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왠지 모를 뿌듯함 마져 들고 만다 이런 걸 자아도취라고 하는 것 일까?! 아무튼 나는 내가 사진을 찍고 그걸 즐기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2년전 첫 카메라를 손에 쥐고 처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그 때가 매우 소중한 추억으로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줄곧 사진을 즐기고 있다면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내 인생에서 2005년의 여름은 아주 오래도록 인상적인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LoMO LC-A Photo by min  

마지막으로 이 사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베스트 컷 이다

뭐 남들은 이런게 베스트 컷이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2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찍었다고 자부하는 나 자신에게 가장 멋진 한컷으로 남아 있을 사진이다.

이론을 공부하고 테크닉을 알아가고 장비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이 사진만큼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고 무엇하나 모르는 나였지만 그 때만큼 벅차오른 가슴으로 많은 것을 시도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그만큼 많이 기대하던 때가 없어서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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