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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여행_두눈을 감으면(4)

신기숙 |2007.06.22 13:06
조회 73 |추천 0

퐁데자르.

우리나라말로 예술의 다리.

예쁜 이름만큼이나 예쁜 곳이다.

퐁데자르는 차가 다닐 수 없는 보행자의 다리로, 다리의 상판이 나무로 되어 있어 보다 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

오르세미술관에서 나와 세느강변을 따라 생미셀거리 방향으로 걸으면서 몇 개의 다리를 만나게 되는데 나의 시선을 강하게 끈 곳이 바로 여기 퐁데자르이다.

머랄까.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고 사람들도 거의 없었는데도 퐁데자르는 고즈넉하고 따스하고 인간적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숙소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파리시내에 차가 없으면서 충분히 넓은 공간으로 공원과 다른 분위기의 유일한 곳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나무는 돌이나 철제보다 친근하다.

퐁데자르에 들른 첫 날은 비가 와서 오래 머물 수 없었으나, 이후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들렀을 때에는 작정하고 몇 시간을 뒹굴었다.

의자가 있음에도 굳이 철제난간에 기대어 주저앉았는데, 왠지 더 자유로운 기분이 들고, 또 바닥에 널부러져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자잘한 일상을 정리하고 편한 마음으로 주변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담소하거나 글을 쓰거나 가벼운 낮잠을 자는 그들은 그저 일상을 보내고 있을 뿐인데도 근심걱정 없이 편하고 부드러워보였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미술관에 들러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들을 감상하고, 예상치 못한 길거리와 지하철에서 아름다운 곡들을 들으면서 지내다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는 듯하다.

나는 파리에서 지내는 내내 그림이 너무너무 그리고 싶었다.

집에서, 카페에서, 그리고 퐁데자르에서 그림을 그렸다.

맞은편에 소년같기도 하고 소녀같기도 한 학생이 앉아있다.

옆에 자전거를 그리고나서 그 친구를 그리려고 구도를 잡는데 그친구가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처음 한두번은 나를 보고 웃는지 몰랐다.

아, 그 친구도 나를 그리고 있었다.

갑자기 쑥스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뭐, 어려서 수업시간이후 그림을 그린 기억이 없을 정도로 그림에서 손을 뗀지 오래였기 때문에 내 그림은 너무너무 부끄러운 수준이어서 차마 그 친구와 그림을 공유하고픈 생각은 할 수 없었으나, 그 친구 그림속의 나는, 내 그림속의 그 친구보다 낫기를 바란다.

엉성하기 짝이 없고 하나 닮은 데가 없지만 그리는 순간엔 마이 행복했다.

국내에 가면 제일먼저 미술학원에 등록하리라, 다짐에 다짐을 했을 정도다.

       

아이들이 한 무더기 지나가는데 뭐라고 쫑알쫑알하는 것이 귀여워 웃으면서 쳐다봤더니 눈이 마주친 아이가 머라고 쏼라쏼라 한다.

언니는 네가 머라는지 모르겠다.

재밌는 하루 보내라. 하고 한국말로 했다.

그 아이도 또 머라머라 자기네 말로 하고 웃으면서 간다.

아, 이제 일어나 공항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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