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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랑스러운 구암인입니다.

김진이 |2007.06.25 17:02
조회 134 |추천 0


비오는 아침입니다.

 

이시간이면 늘 운동장을 깨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일렬로 세워놓으면 누가 누구인지 멀리서 보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딱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언제 시작했는지 모를 새벽운동에 한창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습관적으로 그 아이들 하나, 둘, 셋,,, 세어봅니다만 언제나 더도
덜도 아닌 열두명입니다 유난히 삐쭉 키가 큰 친구가 하나 눈에 띄는데 그친구는 코치입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은 언제나 딱 열한 명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만났습니다.
난생 처음 하키경기를 눈 앞에서 보고 왔습니다.
올해로 50회를 맞이한 전국종별 남녀하키대회에 참가한 우리학교 하키부 경기를 응원차
청풍명월의 도시, 충북 제천을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응원이라기보다는 관전에 가까웠습니다만 핑계거리가 아주 없진 않습니다.

 

우리측 응원단은 아주 점잖고 소심한 응원단입니다.
교장선생님, 2학년 부장선생님, 그리고저.
그나마 의무감에서 저와 2학년 부장이 번갈아 "구암 파이팅"을 외치면 교장선생님도박수를
치셨겠지요.

그럴 때마다 상대편 응원단에서는 단체로 응원 나온 무리의 학부형들이 "송곡 파이팅" 소리를
여남은 번 외쳐댑니다.
물론 조직적이고 우렁찬 아주머니들의 높은 톤으로 말이지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느낌에 차라리 조용히 관전하면서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요.

응원전에서 이미 완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경기장 안에는 머리가 하나쯤 더 높이 달린 상대팀의 아이들과 여전히 딱 고만고만한 우리 아이들이 공을 쫓아 내달립니다. 체격 조건에서 다시 완패를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팀 벤치에는 호시탐탐 출전의 기회를 노리는 후보들이 줄지어 앉아 있지만 우리팀 벤치에는 감독과코치만이 외로운 싸움을 진두지휘합니다.
교체가 자유로운 하키경기에서 그들이 벤치멤버를 황용하며 체력을 아낄 때 우리 아이들은 전후반 70분 쉼 없는 사투를 벌여야만 합니다. 체력싸움에서 또 한번의 완패를 당합니다.

 

이쯤이면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기가 질릴 법도 합니다.
경기 걸과를 말씀드려야겠군요.
20일 경기에서는 대전정보고와 우세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겼습니다.
21일 경기는 서울 송곡여고에 3:1로 패했습니다.
예선탈락입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허무한 결과이지만 눈앞에서 지켜 본 그들의 눈물겨운 사투를 단순한 결과만으로묻어버리기엔 너무도 잔인한 듯하여 두서 없는 글을 전합니다.
뙤약볕 아래 흘려야 했던 땀방울이 모자라 넘어지고 멍 들어가며 끝까지 사력을 다한 성적표입니다.
한참 외모에 신경을 쓰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스틱 하나에 매달려 얻은 결과입니다.

 

20일은 그늘막이 있는 스탠드에 가만히 앉아 있기에도 등줄기에 땀이 맺히는 날씨였고,

또 21일은 장맛비의 시작에 제법 거센 빗줄기가 내리꽂히는 악천후였습니다.


전광판 '구암고'라는 이름 아래 '0'이라는 숫자를 '1'로 바꾸기 위해 아이들이 벌인 싸움은 실로
지켜보기에도 고달프고 외로웠습니다.

 

돌덩이같은 공에 맞아 아랫입술이 찢어져서 피가 흘러도 교체할 선수가 없어 수건으로 피만 닦아내고 이내 경기장에 나서야 했습니다.
경기후반, 눈 앞으로 굴러가는 공을 보고도 발이 따라가질 않아 넘어지며 스틱을 날리는 아이의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했습니다.

 

오늘 그 아이들이 돌아옵니다.
비록 이기진 못 했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백 번이라도 아깝지 않을 경기였습니다.
그들을 만나걸랑 수고했다, 고생했다 한 말씀 꼭 좀 나눠 주셨으면 합니다.

 

주제넘는 호들갑으로 여기진 말아 주십시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학교에 학교의 이름을 등에 아로새기고
자신의 꿈을 걸고 사는 열한 명의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혼신의 힘을 다한 그들이 준 감동을 기억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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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 한 분이 쓰신 이 글을 통해 저희 하키부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

평소 운동장에서 ' 구암을 위해 뛰고 있는 저희 자신을 누가 알아줄까 ? ' 란 생각을 가졌는데 , 이 선생님의 글을 통해 우리를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저희를 지켜보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패가 아닌 승으로 보답해드리고 싶습니다 .

                                                                                                   - 구암하키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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