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주말에 차 쓴다고 했어 분명히 트렁크에 있는거
그때까지 안치우면 내가 다 버릴거야... 나 분명히 말했다!"
차를 빌리겠다는 주제에
아까부터 계속 잔소리를 하는 동생의 성화에
남자는 마지못해 주차장으로 내려갑니다...
"어유... 대충하지... 치울게 뭐가 그렇게 많다고..."
엄청 귀찮아하며 트렁크를 열어본 남자는
자기도 놀라서 입이 벌어졌습니다
"아니 뭐가 이렇게 많어..."
TV홈쇼핑에서 사고 딱 한번만 쓴 듯한 차량용 광택기...
있는지도 잊고있었던 농구화 한켤레...
이보다 더 더러울 순 없는 걸레...
그리고 이것저것... 그녀의 물건들...
머리묶는 끈, 책, 썬글라스...
아마도 이 차에 떨어뜨리고 갔었던 것들...
한번쯤은 찾아주기도 했지만
또 다시 잊어버리고 이곳에 남겨졌을 물건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장면하나...
"이거 안가지고가?"
남자가 부르자 이미 저만큼 걸어가고 있던 그녀...
"귀찮아... 다음에..."
귀찮아... 다음에...
어리광을 부리듯 말하던 그 목소리가
귓가에 쨍~ 울려퍼지는듯
막 과거속으로 빠져들던 남자...
그런 남자를 현실로 꺼낸것은
형을 감시하러 내려온 동생의 목소리...
"것봐... 장난아니지...
완전 쓰레기통이잖아... 빨리 다 버려..."
동생의 말에
"다 버려야지..."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던 남자...
그때 그녀의 썬그라스를 발견한 동생이 그럽니다...
"어... 이건 쓸만한데... 이거 여자건데?
누구야? 이런 쓰레기통 같은 차를 타고
형이랑 데이트를 한 사람이?
아니... 어떤 여자가 이런 차를 다 타고 다녔을까..."
중얼거리는 동생을 한대 쥐어박고
다시 커다란 봉투안으로 부지런히
그 물건들을 다 주워담던 남자...
문득 희미하게 웃습니다...
'그래... 이거 어떤 여자꺼라고...
나보다 더... 뭘 다~ 귀찮아하던 여자가 있었다고...
아마 그 여자는 이걸 잊어버린지도 모를거라고...'
처음 그때 내 전화를 받지 않는 너에게 나는 물어봤었지...
"왜 내 전화를 안받아요?
혹시 내가 전화하는게 싫어요?"
그런 나에게...
"싫은건 아니고 그냥 귀찮아서 안받았어요..."
당당하게 말하던 너를 나는 사랑했던거 같다...
너의 그 당당함... 대책없는 솔직함... 어이없는 게으름...
한때 내가 사랑했고 한때는 내가 몹시 싫어했던
너의 그 모든것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트렁크안에 쌓여있었구나...
이제는 다시 나를 웃게 하는구나...
긴 세월이 지나 이제는 모두 웃으며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