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다들 우울해지는 것 같다.
특히..남자보다 여자가 더 그런 것 같다.
한 여자를 봤다.
맥주를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잠깐 스치우듯 버스 한대가 지나쳤는데..
우연히 버스 뒷쪽에 앉고 창밖의 비를 우울하게 쳐다보는 여자를 봤다.
가슴이..시큰했다.
나 또한..비오는 날 버스 타기를 좋아해서.
내 우울한 모습을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봤을수도 있겠다..
비에는 우울함을 야기 시키는 바이러스가 있는 듯 하다.
독특한 비의 향내.
약간 비릿하면서도..코끝을 간지럽혀...마치 어린 아이가 된양..
비를 맞고 싶기도 하고..그리고..멍하니 바보처럼 바라보고 싶기도 하고..
또 빗소리는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일정한 아래 방향으로 수직 낙하하는 비는..바닥에 부딫히며..
때론 유리창에 부딫히며..때론 돌에 부딫히며..
부딫히는 물체에 따라 제각기 다른 소리들을 낸다.
아스팔트..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비는..마치..
어쩌면..파도 소리 같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바다를 누구나 보고파하고 그리워하듯이..
빗소리 또한 비슷한 묘한 매력이 있는 듯 하다.
몹시 더운날..비라도 한바탕 왔으면 기대하는 날이 있지만..
덥지 않더라도..마음이 더운날이 있다.
괜시리 분주하고..답답하고..짜증날땐..
시원한 빗소리가 그리워지고..
그 차가운 냉기를..세상이 주는 갈증을 해갈할.. 마치 샤워을 하듯..
시원한 물을 마시듯..
몸으로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비는...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묘한 것이다.
행복했던 한 시절.
반면..불행했고..힘들어서 빨리 지나가 버리길 간절히 바랬던 시절..
그리고..비와 관련된 사랑의 기억들은..
비가 오면..어디선가 서서히 풀풀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웬지..차분해지고..웬지 센티해지고..
그 결과..우울해진다.
한 줄기 비처럼.
짧게 한번 내리고 끝나더라도.
비처럼 열정적으로..오직 땅에 낙하하는..생각할 틈도 없이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그 꿋꿋함.
이 모든 걸 종합해 보더라도..
비는 사람들에게..
마치 몽환적인 음악처럼 중독성있게 다가오고..
그래서 사람들은 비를 은근히 기다리게 되는게 아닐까.
그리고.. 젊다는 거다.
비가오면..널어놓은 빨래들이 마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온 몸이 쑤시고 비가 오는날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나이가 들었다는거다..
역시..비는..
젊은이들의 로망과 낭만을 대변해주기도 하고..
반면..우울함의 상징이 아닌가 한다.
우린 아직 젊다.
그래서...우울해도..다음날 햇볕 쨍쨍 내려쬐면.
아무렇지도 않은듯 다시 화사해 진다.
그래서 난 이제..
난..비가오는 날의 우울함과 적막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