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땐 좀 서글프고 열받는다.
최영민
|2007.07.05 16:03
조회 92 |추천 1
구정즈음한 어느날 자정무렵.
잠에 취한 내게 걸려온 전화.
“ 또로로롱~~~ (벨소리) ”
짜증 만땅 목소리로…
나 : 여부쑈
친구 : 웬수야~ 버~얼써 자냐?
나 : 무지 올만이다… 밥은 먹고사냐? 이 늦은시간에 왠 전화질이냐?
친구 : 울 아부지가 쓰러지셨다. 삼성병원에 계시는데 급히 돈 필요하거든..백만원만 꿔줘라. 지금 되겠냐?
나 : 이 시간에 거기까지 가야하냐? 어차피 돈 찾을데두 없으니깐 아침에 이체시켜주마.(내가 정말 쉽게 이체시켜 줬을까? 설마...) 참~! 느 아부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며? 새아부지 얻은거냐?
친구 : 음냐… 내가 그 얘기를 너한테 했었냐? 내입이 방정이구나. 암튼…
자초지종이……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신용불량자 되게 생겼다.
나 : 저런…딱하게 되었구나…돈은 있지만… 그냥 불량자 되어봐라. 좋은 경험일거다.
친구 : 여전히 독한 넘. 별로 기대 안했다만 너무하구나 개스끼...T_T
나 : 너를 위한 극단의 선택이었다. 원망마라. 딸깍!!
결국 그 넘은 과소비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며칠전 소식 듣기론 외삼촌이 하는 복덕방일을 돕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남 얘기를 하면서 서두를 끄집어내는가 ~ 하면,
오늘 또 신용불량자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이들의 대열에 동참한, 아쉬울때만 연락하던 바로 그 친구 (그넘을 친구라고 해야할런지 자신없다)가 느닷없이 떠올라서이다.
4년전쯤인가~?
자영업자의 소득을 투명화해서 과세공평을 실현하고, 소비진작을 유도하겠다면서 신용카드복권제니 소득공제니 하면서 무척 홍보를 했던거 같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당근 대성공이었으리라고 본다. 아마 그 제도를 기안한 사람은 특진을 했거나 포상을 받았을꺼라고 짐작해본다. 그 새끼는 좋겠다. ^^
이 시점에서 궁금한 점 있다.
4년전 범국민적인 신용카드사용캠페인을 전개할 때 이런 사태를 예견했었을까 하는 점이다.
신용카드사용유도 자체가 무슨 문제랴만은 여기에 파생될 문제를 왜 몰랐는가 말이다. 당시엔 카드업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주고자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카드업자의 부수업무인 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의 한도제한을 풀어버린 것이다. 독자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현금서비스는 이용이 무척 편한 대신 이자가 가히 고리대금업 수준이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23~25% 까지 육박했으니, 카드업자 입장에서는 조달금리(약6~9%)를 감안하더라도 얼씨구나 노나는 장사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노다지를 두고 카드업자들은 일단 외형키우기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그새끼들이 제일 먼저,,,
1, 오만가지 경품을 뿌려댔다. 그것도 추첨도 아닌 전원에게 1~5만원 상당의 경품을 말이다. 연회비까지도 없애버리니, 누구라도 가입만 된다면 노려봄직했으리라.
2, 가입조건도 대폭 하향조정했다.
대출받을 때 만큼이나 까다롭던 가입조건을 일당받는 아르바이트생도 가입이 가능할 정도로, 당장 소득은 없더라도 소득이 예상되고 미래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대학생까지도 무사통과 시켜줬다.
3. 카드자체의 서비스도 엄청나게 빵빵해졌다.
영화, 놀이공원, 스포츠관람, 주유할인 등등 도저히 카드를 쓰지않고 제돈내면 바보로 여겨질만큼 많은 유혹을 해댔다.
4. 사용한도, 특히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상향조정했다.
카드업자 입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는 현금서비스 한도를 작게는 두배에서 열배까지 본인의사와는 상관없이 상향조정했다. 마치 사용한도가 그사람의 신용과 비례라도 한다는 듯이 말이다. 마치 사용한도가 나의 저축잔고라도 되는 듯이 돌려막기까지 활용하면서 지능적으로 긁어대게끔 되어버렸다.
지금 돌이켜보니 이것은 사회적으로 참으로 큰 죄악이다.
과연 카드업자와 정부가 잘못한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죄다.
하지만 주범은 아니고 종범이다.
주범은 바로 생각없이 무책임하게 긁어댄 사용자라고 말하고 싶다.
카드사에서 분별없이 실적위주로 발급해주고 정부에서 대책을 못세웠던 점은 원인제공의 측면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2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최종적으로 카드를 사용한 사용자가 계획성있게 책임감있게 사용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없었다고 자부한다.
카드업자나 정부가 카드사용을 권장할 때 “안갚아도 좋으니 일단 많이만 써주세요” 라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내게 힘을 주는 나의 LG 카드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goood! 삼성카드"라고만 했다.
굳이 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미개한 밀림의 원주민일지라도 남의 돈 쓰면 갚아야 한다는 것은 다 알고있는 상식이자 윤리인 것이다.
자동차 사고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자동차회사 책임인가?
조폭들이 일으키는 각종 사건들이 칼제조업자 책임인가?
참고로 그당시 신용불량자가 되기는 대강과 같이 무척 쉽다.(지금은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은 구제해주는 쪽으로 가면서 액수도 좀 커지고 기간도 연장이 되면서 각종 구제책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이런 제도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 30만원 이상의 신용카드 대금을 3개월 이상 계속하여 연체한 경우
2. 대출금을 3개월 이상 계속하여 연체한 경우
3. 분활상환방식의 개인주택자금 대출금을 9개월 이상 계속하여 연체한 경우
4. 카드론대금을 3개월 이상 계속 하여 연체한 경우
5. 할부금융대금을 3개월 이상 계속하여 연체한 경우.
신용카드 대금이 30만원만 연체되어도 신용불량자가 된다니 앞으로는 좀더 결제계좌 잔고에 신경을 써야겠다.
그것은 바로, 위의 신용불량 요건에 해당한다고 해서 채권자인 금융기관에서 기다렸다는듯이 냉큼 등록을 해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신용불량 등록하려면 얼마나 귀찮은 줄 아는가? 구체적으로 설파하긴 싫지만 내부적인 결제절차 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사전통보, 집계와 본점/금감원 등에 보고하고… 등록 후 사후관리까지… 왠만하믄 오히려 얼르고 달래서 신용불량자 안만들려고 노력한 적도 많다.
그러니깐 신용불량자 후보들이여~ 포기하지말고 실무자와 협상(?)을 잘하길 바란다. 아예 배째라는 악성연체자가 아니라면 걸려오는 전화에 적극적으로 응해 줄것이며, 상환계획을 잘 설명해주고, 솔직히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상담해 보길 바란다.
이런저런 수단을 쥐어짜도 부득이하게 연체자가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신 분도 많다. 이런 분들에게도 일정부분 카드업자와 정부가 책임지고 돌파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쥐도 급하면 고양이랑 맞짱뜬다고 하지않은가? 무척 정밀한 분석작업이 필요하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부실이 심각한 카드업자도 단호하게 퇴출시켜버려야 한다. 직원들 불쌍한건 한순간이다. 결국 잘먹고 잘산다. 일벌백계 (一罰百戒)요, 읍참마속 (泣斬馬謖) 이라는 말도있잖은가?
그리고 건전한 소비문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부차원의 캠페인도 단발성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정의가 바로 서고 국민대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좀 매정하게 거절했던 그 친구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
“친구야 미안하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넌 지금도 투스카니 안팔았잖어~?”
2005.02.07 13:00 최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