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
Rocky를 지나 여기서 6시간 떨어진 Calgary까지 간다고 하였다. 그곳 까지 태워 줄 수 있냐는 질문에 흔쾌히 ‘물론’이라고 대답하며 짐 싣는 것을 도와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인다. 저 눈 덮인 산을 오늘 넘을 수 있다. 며칠이 걸릴 것을 한방에 뚫는 것이다. 산속에 숙영해야 할 일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야생동물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동면에서 깨어난 곰들은 배가 많이 고파 있을 테니까. 너무 기쁜 나머지 처음 보는 사람을 확 끌어안았다
정우
Vancouver에서 요트하나 장만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불고기를 무지 좋아한다는 Michel. 미쉘은 호탕한 사람이었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만큼 우리에게 호의적이었고 또 우릴 믿는 듯하였다. 처음 보는 우리를 차에 남겨두고 화장실을 갈 때에도 차키를 뽑지 않았다. 그는 체격이 작았지만 기운이 넘쳤고, 활발하며, 자신감에 넘쳤다. 이러한 그의 에너지에 오히려 반대로 우리가 긴장하였고 그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못하였다.
현우
이 엄청난 경사를 무거운 짐을 실은 자전거로 건넜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리, 심장, 목이 아파온다. 그리고 분명 곰 몇 마리는 살고 있을 것이 산세가 험했다. 참 다행이다. 그래도 언제고 한번 정우와 자전거로 Rocky에 도전해 보고 싶다. 정우는 앞좌석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아저씨가 틀어 놓은 컨츄리 뮤직 때문에 하나도 들리지가 않는다. 오랜만에 갖게 된 나만의 시간이다. 기타소리와 창밖의 rocky를 감상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정우
49살의 이 아저씨는 개척시대 French 들이 건너와 정착한 Quebec주의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오타와에서 자랐단다. 자기 자신을 french-canadian 이라고 불렀다. 젊었을 적 히피였던 그는 차에 기타를 들고 다녔고, 또 차에서의 음악 선곡도 탁월하였다. Calgary 시내에서 큰 커피숍을 두개 운영한다고 했다. 여행 경비가 없어 알바 자릴 찾는다는 말에, 필요하다면 일거리도 한번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왠 떡이냐.
말을 나누다 보니 괜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나치다 싶은 그의 호의에 경계를 계속 늦출 수 없었다. 12시가 넘어서 우리는 Calgary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날도 늦었으니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또 이상한 호의를 베푼다. 믿어도 될까?
현우
Michel의 집에 도착하였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이런 마을에서 우리가 없어진 다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이미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집에 도착하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꽤 그럴싸한 집이였다. 들어가도 아무 탈 없을까? 에라 모르겠다.
현관에서 아저씨의 아내로 보이는 분이 우릴 반갑게 맞아 주셨다. 내부는 그야 말로 궁궐이었다. 당구대와 벽에 걸려있는 멋진 그림들. 널찍하고 깔끔한 부엌. 서재에 멋지게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수 백 장의 LP판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골동품 기타. 우리가 쓸 방은 아래층의 화장실이 딸린 Guest room이었다.
헉! 저건 뭐야? 곰 새끼 같이 큰 시커먼 개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래층 거실에서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셨다. ‘hey guys! let's grab a beer!’ 아저씨는 벽난로에 불을 지피셨고, 아주머니께서 꺼내 오신 맥주와 치즈안주를 먹으라고 하셨다.
뭐여 이거? 왜 이렇게 잘 해주는 거지? 혹시 맥주에 수면제 탄 것 아녀? 이거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장기 몇 개 없어져 있고 그런 것 아녀? 밀봉된 맥주는 마셨지만 꺼내 오신 안주는 겁이나 먹지 못하였다. 곰 새끼가 자꾸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정우
술자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생전 처음 보는 우리한테 왜 이렇게 잘 해 주는 거지? 겁도 안나나? 우리가 누군 줄 알고? 현우가 자기는 개 때문에 못나간다며 나보고 나가서 집에 전화하고 오란다.
자기 전에 난 밴쿠버에 전화하여서 이 곳 위치와 자동차의 번호, 그리고 이 사람이 준 명함의 커피숍 주소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겁이 났다. 혹시 납치 될 경우를 대비한 방법이었다. 둘이 침대에 앉아 최악의 상황들에 대하여 얘기하며 조심하자고 서로를 챙겨주었다. 그렇지만 뽀송뽀송한 오리털 이불과 베개, 안락한 침대에 눕자마자 수면제를 먹은 듯, 정신을 잃었다.
바보 여행기 - 17. Michel이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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