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었다.
친구와 나는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뚝뚝이’를 타고
이국의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해질 무렵,
짜오프라야 강의 물비린내가 한적한 동네를 감싸고 있었다.
우리는 운전사가 정해둔 코스대로 움직였다.
한 곳을 돌아본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는 식이었다.
대부분 ‘관광’이 그렇듯 정해진 순서가 있었고
예상된 감흥이 있었다.
저녁 사원은 아름다웠다.
관광객이 출입할 수 없는 시간대라 그랬고
멀리서 보아야만 해 더 그랬다.
나는 촐랑대며 말했다.
" 옛날 사람들이 만든 큰 돌, 큰 집 이런 거 참 좋지 않니? "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우리의 눈과 가슴이 꽤 담담해진 상태란 걸.
어딘가로 떠나왔다는 엷은 흥분이 있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그새 ‘잘 놀라지 않는’ 나이가 돼버린 탓이었을까?
나는 좀 불안했다.
뭔가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우리는 옆으로 누운 부처님 주위를 산책했다.
부처님 발바닥이 내 키만 했다.
운전수는 담배를 문 채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를 무료하게 기다렸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친구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 했다.
친구는 가까운 민가에 들러 양해를 구한 뒤
후다닥 화장실로 들어갔다.
마당 앞엔 신성한 검은 닭들이 모이를 쪼고 있었다.
마당에 고인 물 위론 낮은 구름이 지나가고.
열대몬순기후의 하늘 아래서,
나는 할 일도 없고
겸연쩍기도 해서 딴 곳을 바라봤다.
저기, 지평선 위로 기다랗게 솟은 나무 세 그루가 보였다.
크고 잘생긴 나무들이었다.
멀리, 세 그루의 나무가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꿈꾸는 듯,
그러나 표 나지 않게 꿈꾸려는 듯,
수 천 장의 나뭇잎이 조용히 나풀대고 있었다.
문득 가슴 한쪽이 한없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먹먹한 통증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결국 저런 작은 것들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친구가 화장실 문을 닫으며 갈 길을 재촉했다.
우리는 곧 숙소로 향했다.
녀석은 지가 오줌을 누고 온 사이,
내 내면에 얼마나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났는지 몰랐을 거다.
……말하자면,
‘내 마음 속 그곳’이란 그런 곳이다.
시간이래도 좋고 풍경이래도 좋다.
그런 순간이 있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좋다.
바람이 불거나 나무가 흔들리는 곳.
내 내면을 조용히 잡고 흔드는 곳.
살면서 종종 만났고, 만나게 될 곳.
그곳의 이름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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