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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인사가 아쉬운 사회

이강섭 |2007.07.15 21:03
조회 14,995 |추천 103

며칠 전 이마트에 갔을 때 일이다.

필요한 물품을 카트에 담은 뒤 계산하려고 기다리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카트에서 계산대로 물건을 옮기며

점원 아주머니께 가벼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아주머니의 반응이 사뭇 예상 밖이었다.

난 그저 가벼운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아주머니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나보고 왜 이렇게 친절하냐며 오히려 나를 무안하게

했다. 그냥 인사 한 번 한건데 그게 그렇게 낯설게 다가왔던걸까.

캐셔 일을 하루이틀 하신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면 그 아주머니를

거쳐간 수많은 손님들 중에 그와 같은 작은 인사 건네 본 손님이

몇이나 있었던 걸까. 아주머니는 웃음을 지으시며 참 친절한

손님이라며 연신 칭찬을 날려주셨다.

 

사려던 물품 중 하나가 바코드에 문제가 있어 계산하기까지

조금 기다리게됐다. 아주머니는 내게 양해를 구하고 다음 손님

계산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심결에 한 쪽 구석에서 내 뒷

손님의 계산모습을 바라보았다. 바코드 인식이 끝난 물건들을

정신없이 담으며 카드 한 장 건네고서는 거기 있는 번호로 포인트

적립하고 결제는 어떻게 해달라는 등 얼굴은 쳐다보지 않은 채

자기 할 말만 하느라 바빴다. 캐셔 분은 계산을 끝낸 뒤 카드를

돌려드렸고 손님은 한 손으로 카드를 받은 후 여전히 물건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 후 내 계산이 마저 정리된 후 아주머니는 내게 깍듯이

인사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덕담까지 해주셨다. 나는

영수증과 잔돈을 받아들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사실 내가 한 건 그저 물건 고르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한 것 밖에는

없는데 그날따라 왠지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았다.

 

한창 바쁠 시간에는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물건 사는 사람이나

시간에 쫓겨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사람과 사람이 맞대는

자리이고 때로는 상대방이 나보다 연장자일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기본적인 예의나 인사예절 정도는 지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굳이

인권을 들먹이지 않아도 가벼운 인사 한 마디가 분위기를 바꾸고

서로를 기분좋게 하는 것임은 자명한 일인데.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화낼 수 있지만 그전에 과연 나는 직원들에게 얼마나 친절한

손님이었는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리 돈을 지불하는

위치에 있다 할지라도 받으려 하기보다 먼저 베풀고 호의를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곧 성숙한 인격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일하는 직원들 또한 단순히 돈 많이 받는다고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친절한 손님이 있을 때 직원들도 기분 좋아지고 더욱

진심어린 서비스와 친절한 안내가 뒤따르게 되지 않을까. 우리들

역시 자기 직장에서는 손님이나 상사를 욕하면서 왜 자기 자신도

그런 손님, 그런 상사가 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사회현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의 변화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자기 목소리 높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고

남의 소리엔 귀기울이지 않는 사회는 소망을 두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가벼운 인사가 아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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