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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 단편선

최희진 |2007.07.18 13:24
조회 265 |추천 1


 

 

Anton Pavlovich Chekhov

 

 

 

 

  안톤체홉의 단편모음집. 10편정도 가량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본문에서는 체홉을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낳은 최고의 단편소설가이자 극작가라고 말하고 있다. 극작가로서의 안톤 체홉과 그의 희곡들은 너무 유명하고 많이 알기 알려져 있지만, 단편소설가로서의 그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은게 사실이었다. 그의 후기 희곡들은 러시아 연극뿐만 아니라 세계의 현대극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쳤고 세익스피어의 희곡 만큼이나 빈번하게 공연이 되었지만 그의 단편에서 대해서는 그의 위대한 희곡의 업적에 가려서인지 접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화잡지사러 갔다가 만원이하로는 카드결제가 안된다기에 만원 맞추려고 6000원의 단가에 맞는 책을 찾다가 무심코 고르게 되었다. 우연히 집게 된 이 책을 읽고나서야 그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소설이라는 건 알았고, 작가로서의 안톤 체홉의 나머지 반쪽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갈매기', '세자매'의 안톤체홉으로만 그를 이해하기엔 그의 소설들이 훌륭하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단편은 주로 그의 초기작들 위주로 실려 있다. '관리의 죽음'(1885)은 아주 사소한 사건이 주인공의 어리석음 때문에 걷잡을 수 없게되고 결국 주인공을 죽게 만드는 내용인데, 바로 닐 사이먼의 희곡 '굿 닥터'의 한 부분인 '재채기'라는 작품의 원작이다. 이 작품은 특유의 희극성과 글의 템포에 의해 웃음을 자아내지만 라는 문장과 함께 주인공이 죽게되는 마지막 장면을 읽다보면 역설적이게도 유머러스하면서도 뭔가의 씁슬함이 남게 된다. 이건 체홉의 글들에서 비교적 빈번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인데 삶의 환호와 누추함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주인공의 죽는 장면에서는 머뭇거림 없이 냉정하다고 느껴질정도로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체홉의 유머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특성이라고 한다.

 

 

  희극적인 내용의 막간극인 '드라마'(1887)의 주인공은 막무가내로 자신의 습작 희곡을 읽어달라는 뚱뚱한 부인의 부탁을 거절못하고 그녀가 읽어주는 희곡을 듣게 되는데 말도 안되게 너무나 지루한 내용과 시끄럽기만 한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무의식 상태를 헤메다가 결국 문진으로 그녀의 머리통을 내려쳐 죽여버리고 만다.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 문장은 작가였던 안톤 체홉에게 아마도 이렇게 자칭 작가 지망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이 있었나 보다. '티푸스'(1887)라는 작품도 발진티푸스라는 중병에 걸렸다 겨우 살아난 젊은이의 혼수상태를 통해 이런 지각과 의식의 대혼돈현상을 보여준다.

 

 

  '미녀'(1888)라는 작품은 아름다움의 본질에 관한 고찰과 명상을 담고 있는 짤막한 단편인데, 여성의 미를 온갖 수식어와 표현을 통해참으로 멋지고 아름답게 찬미하고 있다. 두 미녀가 등장하는데 그 둘의 공통점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에 알 수 없는 슬픔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달콤하면서도 괴로운, 꿈처럼 모호한 슬픔. 그 슬픔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고결한 아름다움에 대한 질투인지,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타인이기 때문인지,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았을때의 인간의 마음에서 일으켜지는 감정인지 알 수 없다. '베로치카'(1887)도 이와 같은 섬세한 서정성을 담고 있는데 평화로운 시골의 저녁풍경에 대한 묘사와 함께남녀관계에 대한 그 불가사의하고 이해불가한 없는 주제를 담고 있다. 서로가 설레이는 연정의 마음을 품고있는 두 남녀의 따뜻한 온정과 낭만은 여자의 고백으로 인해 날카롭고 거북한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버린 어리석은 남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그런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깨닫고 그녀를 뒤쫒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내기'(1888)는 조금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 작품인데 고딕소설의 괴기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형과 종신형에 관한 늙은 은행가와 젊은변호사의 사소한 의견다툼이 말도 안되는 황당한 내기를 이루어지게 한다. 내기로 인해 15년동안 자발적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 젊은 변호사는 엄청난 독서와 구도의 노력을 통해 궁극의 진리에 이르게 되고 자기 스스로 내기에서의 승리를 져버리고 떠난다.

 

 

 그 외 '공포'(1892)나 '베짱이'(1891)는 둘다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여성의 심리와 행태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고 있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전면으로 부각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성 방식은 전통적인 소설의 구성을 역전시킨 형태라고 한다.

 

 

  그의 이런 단편소설은 러시아 문학뿐만 아니라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어네스트 헤밍웨이등 수많은 소설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는 안톤 체홉이 기 드 모파상과 함께 현대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인데 특별히 놀라운 사건을 도입하기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설정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사건의 외부적인 면보다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다양하고 모순된 반응에 주목한다는 점등이 현대 단편소설의 출현을 예고하는 핵심적인 징후들이라고 한다. 

 

 

  안톤 체홉은 냉정하고 차갑지만 따뜻하고, 담담하며 단호하지만 부드럽다. 그의 웃음뒤에는 무거운 슬픔이 깃들어져 있고, 비관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하는 듯 하지만 알게모르게 낙관성이 꿈틀댄다. 희곡에서 소설까지 장소와 풍경과 인물의 내면과 서로의 관계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그의 재능 덕분에 이런 체홉의 세계는 더 깊고 재미있게 다가오는데 한국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는 이 단편선집은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면 필히 읽어보고 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봐야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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