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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4 08 일

박은정 |2007.07.18 23:54
조회 23 |추천 0


오늘 '사랑을 읽다' 시간에 소개해드릴 글은

벨기에 작가 장 필립 드 생의 라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7년간의 연애 끝에 이별을 맞는 남녀의 이야기인데요.

1인칭 화자의 화법으로 나와 여자친구 마리의 시들해진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서 느끼는 나의 느낌을

차갑고 건조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자, 그 중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친구 마리와의

이별을 예감하는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 이별의 발단이 되었다.

 

그 때 나는 택시를 부르기 위해서 인도 가장자리 쪽으로 걸어갔다.

나의 손짓을 보고 택시는 곧 중앙선에서 빠져나와

우리앞 인도에 정차했고, 거의 동시에 뒷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펼쳐진 우산을 바깥쪽으로 내민 채 나는 차안에 머리만 들이밀고는

운전사에게 호텔의 이름을 말했는데

운전사는 무기력한 미소를 지으며 승차를 거부했고

택시는 나를 뒤로한 채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맥이 빠지고 화가 난 나는 확신도 없이 손을 드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다른 택시를 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 뒤에 있던 마리는 추위에 떨며 두 손으로 몸을 감싼 채

그렇게 사람이 탄 택시만 불러대면 호텔로 돌아가긴 글렀다고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나는 마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고

마리는 나를 노려보았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없이 몇 분동안 걸었다.

 

남보기에는 동행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우리는

발목엔 빨간색 줄과 파란색 줄이 그려진 똑같은 하얀 양말에다가

그 양말에 걸맞는 슬리퍼를 끌고 서로 잔뜩 화가 나서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곰곰히 되씹으면서 인파 속을 계속 걸어갔다.

 

우리는 말이 없었고 더이상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누구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더이상 서로를 참아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나쁜 행동보다는

좋은 행동을 더 많이 했지만

서로에게 가하는 그 작은 나쁜 행동들을

이제는 더이상 참아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참동안 걷던 마리는 다리 앞에 섰고

나는 내 앞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어둠이 물러가고 해가 떠오르자

우리의 사랑이 해체되고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장 필립 드 생의 중에서

사랑을 읽다

 

♡ JK 김동욱 / 미련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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