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관객들을 찾아 온 많은 한국 공포영화 중 가장 흥미진진한 소재는 뭐가 있을까? 일찌감치 개봉해서 관객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은 [전설의 고향]은 쌍둥이 자매에 얽힌 비극을, 역대 한국공포영화 중 최다관객동원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는 [검은집]은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지난주에 개봉한 [해부학교실]을 비롯 앞으로 줄줄이 선보일 [기담], [리턴]은 병원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도 다양하고 개성있는 소재의 공포영화들이 풍성하게 선보이고 있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는 두 주인공-조안, 차예련]
그리고 이국적인 배경과 매력적인 여자의 초상화가 인상적인 [므이]는 1896년부터 베트남에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므이’의 초상화에 얽힌 전설을 소재로 삼고 있다. 누군가가 복수를 구하면 대신 복수를 해준다는 므이의 초상화와 그에 얽힌 저주는 공포영화로서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개봉 전부터 연재소설과 뮤직비디오, 이색적인 벽보 및 버스광고를 통한 홍보 역시 영화 [므이]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켜 주었다. 온라인 포털과 무가지를 통해 인기리에 연재된 이종호 작가와 강도하 작가의 소설인 “므이의 초상”과 영화의 일부 영상을 뮤직비디오로 사용한 원티드의 “I Promise You"는 감각적이고 이국적인 영상과 애절한 음악의 절묘한 조화로 일찌감치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차예련, 조안의 각선미 대결 - 간담회 입장]
[간담회에서 장난치는 두 배우 - 조안, 차예련]
베트남 로케이션을 비롯 약 6개월간의 헌팅 기간과 1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이국적이고 비밀스러운 ‘므이’의 집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므이의 전설’이 담긴 영화 [므이]의 기자/언론 시사회가 7월 18일 서울극장에서 열렸다. ‘므이의 초상화’ 속 여인의 모습만큼이나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여배우, 조안과 차예련의 수줍은 무대인사와 함께 시작된 시사회는 꽤나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영화 [므이]는 겁에 질려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한 베트남 여인의 등장과 함께 공포스러운 오프닝을 장식하며, 그동안 감춰져 왔던 영화 [므이]의 실체를 가만히 벗겨가기 시작한다.
[은근히 잘어울리는 김태경감독과 조안]
영화 [므이]는 생각만큼이나 시각적인 공포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소 잔인하다는 이유로 18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고, 재심의 요청을 한 후, 15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바 있기에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영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편집된 것인지 영화는 시각적으로 전혀 공포스럽지가 않다. 간담회에서 김태경 감독은 삭제장면들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삭제씬들에 대해서 차후 DVD 등으로 만날 수 있을듯 하니 그때 ‘재심의’까지 받게 된 문제의 그 장면들을 확인해 봐야 겠다. [므이]는 앞서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베트남에서 100년 이상 전해져 오는 ‘므이의 전설’을 소재로 현재와 전설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원한에 사묻힌 한 여인의 저주와 복수의 두려움을 내포한 므이의 전설을 조금씩 풀어 나가며 지속적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 [므이]는 시각적, 청각적으로 공포를 자극하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전설을 들려주면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여자들 사이에 얽힌 질투와 애증, 원한과 복수를 통한 스토리 위주의 공포영화라고 할 수 있다.
[김태경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영화 [므이]의 김지훈 감독은 영화가 상영하기 전 인사말에서도 언급했고, 간담회에서도 다시 말했던 내용이 있다. “나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정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을 원한다. 베트남 역사 역시 왜곡된 것이 많고,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 있다. 이 영화를 베트남인들에게 헌사하고 싶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공포영화이기 이전에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담으려 한 것이 분명하다. 영화 곳곳에서도 베트남 역사 속 왜곡된 부분들을 지목해주는 부분들이 담겨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렇듯 영화 [므이]는 눈과 귀를 자극하면서 깜작 놀라게 하기 보다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즐거움이 담긴 공포영화이다.
[포토타임에 다정한 포즈를 취해주는 두 사람]
영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전설을 듣는 것 뿐만이 아니다. 일찌감치 베트남 로케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속 배경들과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세트장은 영화의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공포를 동시에 느끼도록 해준다. 영화 속 대부분의 배경이 되고 있는 베트남의 이국적인 영상은 영화를 보는내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어 주며, 금방이라도 무엇인가가 튀어 나올 듯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므이의 집’ 역시 그 전설과 함께 호기심과 공포를 더욱 자극하게 해준다. 매혹적인 므이의 초상화부터 베트남의 아름다우면서도 비밀스러운 풍경들, 그리고 음산하고 두려움 섞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세트장 등 [므이]는 이국적이고 세련된 영상으로써 공포영화가 가질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간담회에서 차예련이 조안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므이]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매력으로 올해의 호러퀸으로 다시한번 도전장을 내민 [여고괴담]이 탄생시킨 두 여배우에게 있을 것이다. 우연하게도 주인공인 조안과 차예련은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공포영화의 고전격인 [여고괴담] 시리즈를 통해 이미 공포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여고괴담3-여우계단]을 통해 공포연기를 보여준 조안과 이어지는 [여고괴담4-목소리]에서 또다른 모습의 공포를 보여준 차예련은 이번 영화 [므이]를 통해 각자가 지닌 묘한 매력을 통한 공포연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감담회에서 자신이 공포영화와 잘 어울리냐는 질문에 조안의 대답이 참 인상적이었다. “저는 공포영화는 잘 안 어울리는 외모를 지녔어요. 차예련씨는 가만히 있어도 무서운 느낌이 나지만 저는 노력을 해야 공포스럽쟎아요” 영화 [므이] 속의 두 배우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만큼이나 서로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으로 그야말로 가만히 있어도 공포영화와 잘 어울리는 차예련과 아직까지 해맑은 여고생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조안의 상반된 매력은 영화 속에서도 각기 다른 스타일로 자신의 캐릭터를 개성있게 표현하고 있다. 아직 [여고괴담]에서 보여준 [여고괴담]식 공포연기가 그대로 묻어나 있지만 그래도 고정된 이미지보다는 신선한 느낌의 두 배우이기에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 [므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도 있겟지만 필자에게는 '옥의 티‘처럼 다가 온 것이 있다. 대표적인 공포영화인 [엑소시스트]의 흉측스러운 소녀를 연상시키게 하는 소름끼치는 모습의 ’므이‘귀신이 그것이다. 시꺼멓게 타들어간 얼굴과 꺾여진 발목, 하얀 소복까지 전형적인 처녀귀신의 모습에 흉측한 외양을 얹은 듯한 모습의 므이 귀신은 등장 때마다 깜작 놀라게는 하지만 다소 과장된 모습과 설정들 속에서 공포 보다는 오히려 식상함을 안겨줄 정도이다. [므이]는 김태경 감독의 전작인 [령]에 비해 스토리는 한층 더 탄탄해 졌지만 시각적인 공포는 많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므이]는 오히려 이야기가 주는 드라마틱한 공포를 즐기는 관객에게 더 즐거울 수 있는 공포영화이다.
[므이의 두 히로인과 함께 김태경감독 므흣] 유난히도 개성있는 소재로, 각양각색의 스타일을 선보이는 공포영화들이 많이 선보인 올해에 [므이] 역시 매우 관심을 끌게 되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더군다나 [므이]는 독특한 제목부터 한번쯤 검색창에 검색어로 입력해 보고픈 호기심을 가지게 해주는 영화이다. 어린아이든 나이가 지긋한 부모님세대든 누군가에게 듣는 무시무시한 ‘전설’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100여년 전, 베트남에서 원한을 가지고 저주를 품은 매력적인 여인 ‘므이’와 그녀의 초상화에 얽힌 소름끼치는 전설을 직접 확인하고픈 관객들에게 영화 [므이]는 흥미로운 공포의 시간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