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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동안... 15 - Call -

진태우 |2007.07.21 11:51
조회 21 |추천 0
여자 목소리,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목소리, 내가 다시 한 번 더 듣고 싶었던 목소리... 그럴 리가 없다. 휴가 때 이미 봤잖아. 가을이의 친구에게서도 들었잖아.

"죄송한데 누구..."

"나 기억 못해? 이름 네 글자."

이제와서 밝히는 거지만 가을이의 이름은 네 글자다. 가을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었다. 원래 이름이 가을의 순수 한국말이 가을이의 이름이었으니까.

순간 머리에 쥐가 나는 듯 했다. 온 몸에서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랄까? 뭔가를 토해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가을이?"

"아직 기억하고 있네?"

"당연하잖아. 내가 너를 잊을 리가 있겠어? 잊을 수 없지."

"핸드폰 번호도 그대로네... 난 이미 바꿨을 줄 알았는 데..."

"알잖아. 나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라면 사양하겠어. 난 이제 너를 좋아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으니까."

"그래... 어떻게 지냈어? 몸은 건강하고?"

"잘 지낼 리가 있겠어? 그 놈이랑 헤어지고, 그 놈 친구랑 사귀면서 동거하고 있는 데."

"헤어진거구나... 아무튼 이렇게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게 돼서 다행이야. 지금 같이 사는 애는 잘 해줘?"

난 뭘 기대한걸까? 다른 남자와 동거 한다는 말에 실망하고 있었고, 이젠 나에 대한 감정이 없다는 말에 놀라고 있었다.

"아까 못들었어? 못지낸다고. 그러면 말 다 한거 아냐? 헤어진 그 놈은 나랑 자고 싶어서 아직도 연락을 해오고, 지금 같이 사는 놈은 자기 형수랑 바람나서 아주 질알이고. 내가 따지고 들면 패기나 하고."

어쩌다 저렇게 된 걸까... 예전엔 저런 말들 안썼는 데...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걸까...

"그러면서 어떻게 같이 살고 있는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

"뭐가 늦지 않았다는 거야? 너랑 나랑은 이미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있다고 해도 난 안가. 너 입대할 때 내가 말했지? 나 같은 못된 년은 잊으라고 말야."

"하지만..."

"어쩌면 하나도 안변해? 나 지금은 호프에서 일도 해. 나 원래 이런 여자야."

"그런 소리 하지마. 네가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어. 세상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져도 가을이, 너는 세상에 한 사람뿐이니까. 기껏 전화해서 그렇게 냉정하게 대하면서 자기 할 말만 할 거면 왜 전화 한거야... 내가 휴가 때 네 소식을 들었을 땐 얼마나 비참했는 줄 알아?"

"그래서 어쩌라고? 전화 끊을까? 아~, 그러면 되겠네. 그게 사랑한다는 사람한테 할 말이야? 그래, 잘 먹고 잘 살아."

"아냐, 내가 말이 심했나봐.. 미안해... 그럴 생각은 없었어."

"하나만 다시 물을게. 아직 날 사랑해?"

"변함없어. 네가 내 곁을 떠났지만... 난 너를 잊을 수가 없더라."

"하이고~, 그런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난 이제 사랑 같은 거 안믿어. 세상에는 돈 많으면 최고더라고. 이왕이면 전쟁나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부자 군인이랑 결혼도 할까 생각중이야."

"너 군인 싫어한다면서..."

"이젠 직업군인이 좋아. 돈 많이 벌어주지? 퇴직금 두둑하지? 훈련이다, 뭐다해서 집에도 잘 없지? 전쟁나면 1순위로 죽을 거 아냐."

천사 같았던 가을이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천사에서 악마로 변해버린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러고보니 이런 생각하면 웃기겠지만, 이젠 오빠라고 불러주지도 않네...

"이제 퇴근해야 돼. 내일 다시 전화할게."

"어... 그래... 기다릴게..."

"기다리지마. 마음 변해서 안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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