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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unded Man

이득남 |2007.07.29 03:54
조회 24 |추천 0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지금? ”

누군가 이렇게 물어주었으면 좋겠다, 싶은 시절이 있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가 그를 사랑하고 있을 때,
그 둘의 손이 절대로 떨어지는 일 없이,

끈끈하게도 붙어있었던 참 좋은 시절의 얘기다.  
그 시절은, 왜 그렇게도 짧았던 걸까?


" 여자친구 있어요? "
" 아니 "
" 그럼, 그 반지는 뭐예요? ”

 

이제는 이런 질문이 귀찮아지는 그런 시절이 왔다.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귀찮아,
반지는 결국 빼버렸지만,

지금도 그는 그녀와 손을 잡고 다니던

그 촉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손을 잡고,
그 손가락에 껴있는 반지를 살짝 만졌을 때의 그 느낌도.

 

“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

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 Wounded Man, 1854 ; Gustave Courbet

 

그는 아마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수많은 시절이 지나갔다. 

그는 몇몇 여자를 만났고,
함께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누구도,
예전의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그 느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세요? ”

 

미지근한 그의 태도를 비난하듯,
데이트 상대가 이렇게 물었을 때,  그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솔직히,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여자가 하나 있다고.
아마 그래서, 다른 사람을 쉽게 사랑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 그럼, 그 분한테 가서, 다시 시작하자고 하면 될 거 아니에요.
여기서 다른 여자나 만나면서 시간 낭비할 게 아니라. ”

 

그 말에, 그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별 수 없이 나쁜 놈이었고,
별로 그러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이상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

 

옛사랑에게 돌아갈 용기도 없으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도 없을 때.
누구에게도 그 입장을 설명할 수 없는 그때도,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de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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