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피랍되었던 심성민씨가, 배목사님에 이어 또다시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방금 접했습니다.
아프간 사태에 대해, 참 말들이 많습니다.
네티즌들, 기독교계, 종교계, 각종의 언론,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 사상초유의 대량납치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비판의 목소리도, 반성의 목소리도, 걱정과 탄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을 보면서, 사태의 본질을 비껴나간 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가 됩니다.
한국기독교계의 공격적 선교? 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벤트적인 여름 단기선교? 역시 문제 있습니다.
타 종교에 대한 몰이해와 배타적 성향? 아주 문제가 많습니다.
현대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누적된 문제점들과 비판거리들은 밤새 늘어놓아도 모자랄 것입니다.
허나, 현재의 아프간 사태, 특히 낯선 땅에 잡혀서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는 그 젊은이들에게,한국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입니까?
흔히들 이야기하는, '그들이 네 아들 딸이라면, 형제 누이라면'이라는 식의 감상적인 비교는 차치하고라도, 하물며 다른 인종 다른 민족이라 하더라도, 당장 우리의 눈앞에서 그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면 일단 그 생명을 구하는 것, 혹 직접 나서서 구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그를 측은하게 여기고 무사하도록 기원해주는 것이 사람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들에게 야단맞아야할 부분이 있고, 비난받을 것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일단은 목숨부터 살려놓고 난 뒤에, 회초리를 들던 야단을 치던지 하는 것이 순서겠지요.
기독교에 대해 '개독교'라고 싸잡아 욕하면서, 살려줄 가치가 없다던지, 그들을 구해낼 필요가 없다던지 하는 글들을 보면,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런 말들을 쏟아낼 수 있는지 아찔합니다.
심지어 영문 사이트에 탈레반을 지지하고 피랍자들의 이슬람 신성모독행위를 고발하는 글들을 올리는 네티즌들에 관한 뉴스를 접했을때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실망으로 정말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악독한 자라도, 아이가 우물가로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 아이를 안아 옮긴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측은지심이며,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는 심성이라고 합니다.
아닌 말로, 기독교가 탄압받는 수많은 나라들에서, 기독교인들이 타종교인들을 인질로 삼아 살해한다고 하면, 그 기독교인들을 지지하겠습니까?
여행제한구역에 들어간 것이, 모스크에서 찬송을 부른것이, 스무명도 넘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을만한 죄악입니까?
국민들 세금으로 그들의 몸값을 치를 가치가 없다고, 그냥 거기서 죽게 내버려두라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요. 돈으로 그 목숨을 대신할 수 있습니까?
이것은 종교의 문제도 아니요, 외교나 정치의 문제도 아닙니다.
아프간 사태는 바로 '생명'의 문제입니다.
스물 두명, 아니 남은 스물 한명의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앞으로 반성하고, 조심하고, 바꾸어야할 것들도 많겠지만, 그것은 차후에 생각할 것들입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그 생명을 구해내는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입니다.
혼내더라도, 일단 살려놓고 혼을 냅시다.
제발, 제발, 그들을 살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