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하르마게돈(미완)
박승현
|2007.07.31 22:30
조회 77 |추천 0
본 소설은 2004년 9월과 10월에 걸쳐 작성한 본인의 창작물로 두산동
아 백과사전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참조하였다.
현재는 불의의 사고의 휴유증으로 소설을 더 이어가지 않고 있다.
하르마게돈
2014년 가을
2014년은 한반도에 있어서 최고의 해였다.
남한과 북한의 화해와 협력이 계속해서 물꼬를 틈에 따라 2013년에 마침내 통일을 이루었고 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도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아닌 고구려민족연합이라는 새 이름의 국호를 가지게 되었다.
다음해인 2014년에 고구려민족연합(약칭 고민연)은 월드컵축구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룩하였으며 날이 갈수록 경제, 군사 대국으로 성장해나갔다.
2014년은 어느 나라에 있어서나 풍요로운 해였다.
아직도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적어도 기아로 인하여 사망하는 사람이 줄었다는 언론의 희망에 찬 보도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이 지구상에서 기근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광범위한 파급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매우 좁히는데 기여하였으며 가장 가난한 나라에조차 정보통신망의 보급은 선진국과 별 다를 바 없었다.
경제는 과학기술의 개발에 힘입어 날로 발전해나갔으며 세계는 더 없는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었다.
많은 국가들에선 더 이상 전쟁이나 내전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고 상당수의 국가들은 이웃한 나라들과 거의 한 나라이다시피 하게 국가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진정 평화가 도래하였다고 믿게 되었고 세계정부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세상은 아주 평화롭고 날이 갈수록 유토피아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의 이면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별로 없었다.
2007년 정보통신의 과도한 발달은 일부 사람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가져다주었고 그 특혜의 힘입은 그 일부 사람들은 세계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
물론 세계 언론을 장악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시도 끝에 마침내 짧은 기간 내에 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정복한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스스로를 평화주의자라고 일컬은 그들은 세계 언론의 장악에 성공하였고 자신들의 신념과 이념에 맞는 언론활동을 시작하였다.
세상의 비밀을 감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언론 활동 외에 막대한 재원을 이용한 여러 가지 불법활동으로 자신들의 보도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여러 단체들과 사람들을 숙청하였으며 2012년 마침내 전세계 언론 통제를 완료하였다고 그들은 발표 할 수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영국등 강대국들의 수재들이 모인 세계 언론(United Speech)은 단순한 방송국에 불과하지 않았다.
많은 나라에 정규군과 맞먹는 강력한 용병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심지어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 힘이 막강한 그룹이었다.
이들은 스스로의 이념과 모순되게도 여러 나라에서 비평화적인 활동을 하였으며 자신들의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 나라에 쿠데타를 일으켜 전복시킬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세계 언론의 왜곡된 보도와는 달리 세상은 엉망이었으며 모든 것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그 모든 일들은 하르마게돈이라는 하나의 대주제와 관련된 시작이었던 것이다.
2014년 겨울 바티칸
"이봐 바티스틴, 교황청의 상황은 어떠한가?"
"음..별 다른 움직임은 없네.. 세계 언론이 aif, vis등의 방송국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어. 지금은 다소간의 소강상태이긴 한데, 그 문제 때문에 교황을 비롯해서 다른 추기경들도 영 머리가 아픈 모양이야."
"흠...그래 우리도 현재 추기경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불안해지는 느낌을 떨쳐버릴수 없어..세계 언론이 교황청뿐만 아니라 동방 정교회, 다른 프로테스탄트 교에서 역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걸 부인 할 수 없어..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걱정 말게나. 마틴, 세계 언론이 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 하더라도 아직은 종교계를 완전히 장악할 만한 힘은 없는 것 같네. 전 세계 인민의 대다수가 어떤 형식으로든 종교를 믿고 있는데, 단순한 힘만으로 그들의 믿음을 뺏을 수 있을 것 같나?"
"자네의 생각이 맞길 그저 바랄 뿐이네..아, 이런 미사를 집전할 시간이 다 되었군..어서 가자고.."
"그래..어떻게 되든 괜찮아지겠지.."
같은 시각 세계 언론 서유럽 제2지부 프랑스 파리
"쾅"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왜 바티칸 시국은 방송국을 내놓지 않는 거지?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상부에는 어떻게 보고하려고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건가?"
분노한 모습으로 마호가니 목재의 책상을 세게 내려친 반백의 남자는 세계 언론 제 2지부장 샤르트였다.
마호가니 책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저..저. 그게..."
그 모습에 매우 두려워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젊은 남자는 서유럽 지구 방송책임위원장인 빌 이었다.
바티칸 시국과 세계 언론의 마찰이 빚어진 것은 세계 언론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그들의 방송국이었다.
세계 언론은 공식적으로는 모든 방송국과 언론 매체를 자신들의 휘하에 놓았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상당수의 구멍들이 존재하였다.
바티칸 시국 역시 그런 골치 아픈 구멍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세계 언론은 그런 구멍들을 해결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제시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특혜, 그리고 협박도 동원하였으나 바티칸 시국은 방송국을 양보하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는 실리적인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바티칸과 세계 언론의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었던 것이다.
세계 언론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단체를 먼저 언론에서 매장시킨 후 재기가 불가능하도록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해서 완전히 괴멸시켜 버리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다.
세계 언론의 군사력은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걸로 알려져 있다.
도합 450만 명의 육. 해. 공군 그리고 굴지의 방위산업체 기업들과 연계를 맺고 있었으며 따라서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각종 무기들은 첨단을 달리는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군사력을 이용하여 괴멸시켜 버린 몇몇 단체와는 달리 바티칸 시국은 그러한 식으로 상대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전세계를 통틀어 수억의 카톨릭 신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바티칸을 무력으로 제압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바티칸은 오래 전부터 세계 언론에게 곱지 않은 대상이었다.
세계 언론의 모든 정책과 행동들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오는 축의 지도층들은 항상 바티칸에 있었으며 그 때문에 그들의 사이는 예전부터 견원지간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할건가? 자네나 나나 퇴출당하는 것은 둘째라 치더라도, 상부에서 마지막 카드라고 믿고 있는 이 일마저 자네가 실패하게 만들었으니 세계 언론의 위신은 어디까지 떨어지겠나?"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워낙 완강하게 나오는 바람에..아마 지부장님이 직접 가셔서 말씀하셔도 소용이 없었을 것입니다. "
"닥치지 못해! 어디서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하는 건가? 바티칸은 우리가 접수하지 못한 언론매체 가운데 가장 큰 그룹이야. 무려 37개 언어로 각지의 카톨릭신자들에게 반 세계 언론주의를 퍼뜨리고 있다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들의 입을 막아야 해! 이건 세계 언론자체가 달려있는 문제라고!"
"하지만..지금 현재로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음을 한번..."
"또 다음인가? 듣기도 싫군! 처분을 기다리게나. 그럼 나가봐"
빌이 나간 후 샤르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축출해야 될 대상들에게 말려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그로선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2015년 봄 고구려민족연합 세계 언론 서울지부
"지부장님, 뉴욕에서 전화입니다. 급한 일이라는데요."
"음. 알았네. 어서 연결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세계 언론의 바티칸 시국의 방송국의 접수가 실패로 돌아가자 지하 언론을 통해 세계 언론의 행패가 전 세계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세계 언론은 공식 방송을 통해 그러한 일의 시작조차 적극 부인하였으나, 명백한 증거들이 사방에 퍼져있었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들까지 세계 언론은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 세계인들은 세계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을 갖기 시작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김진형씨 세계 언론 메인 센터입니다. "
"오래간만이군요. 마크, 무슨 일이지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후 모든 지부장들과 메인 센터의 고위 관계자들과의 회담이 있습니다. 매우 긴급합니다."
"갑작스럽게 긴급하다니요? 사안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 일은 세계 언론의 운명자체가 걸린 문제입니다. 아무튼 일주일후 뉴욕에서 뵙길 바랍니다. 그럼"
마크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김진형은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였다.
그가 이 회사에 입사한지 벌써10년이 다 되어갔다.
그 때는 자신이 세계 언론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인 대표였다.
그가 입사한 이곳은 여태까지 발전이 있으면 있었지 결코 어려움은 없었던 곳이었다.
"운명자체가 걸린 문제라니...심각한 것 같군..바티칸 때문인가..아무튼 서둘러야 겠어."
일주일 후 뉴욕 세계 언론 메인 센터 83층
"지금부터 본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조용히 해 주십시오."
거대한 홀에 모인 약 89명의 지부장들과 세계 언론의 고위 관계자들과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장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마치 세계 언론의 그 힘의 세기를 여실히 증명해주는 것처럼 바닥에 깔린 융단만 하더라도 수십만 달러가 넘었으며 모든 것이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그곳은 가히 첨단을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편리한 시설들도 지금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진 못하였다.
"먼저 회장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경청하여 주십시오."
앞자리 쪽에서 백발의 노인이 천천히 연단 쪽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그레즈넌 박사로 세계 언론의 총책을 맡고 있는 회장이었으며 미국의 굴지의 기업들을 다수 운영하는 총 재벌가(家)의 가장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제임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쁘신 와중에 참석하여 주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현재 우리 세계 언론은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 기업은 마치 광속의 속도로 발전한 것과도 같았지만 현재는 거대한 종교 제국과 맞선 십자군이 된 상황과 마찬가지입니다. 바티칸은 우리 세계 언론의 모든 정책과 행동에 반기를 들고나선 주축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모든 재정은 심지어 우리의 뛰어난 정보력으로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고도로 비밀화 되어 있으며 그런 면에 있어서도 그들의 제국은 부패의 온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세계 언론의 방송통합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가장 큰 그룹중 하나이고 더욱 위험한 것은 지하 언론을 통해 세계 언론을 비난하고 적대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태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때가 때인 만큼 시간이 없습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적극 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장은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이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커다란 짐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 누구도 선뜻 의견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았다.
"없으십니까? 어떤 의견이라도 괜찮습니다. 계속 이야기 하다보면 무언가가 나오기는 하겠지요..."
계속되는 무거운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김진형이 탁자에 놓인 센서를 통해 발표의사를 밝혔다.
"네, 그렇다면 먼저 김진형 지부장님의 의견이 있겠습니다."
"동북아시아 서울 지부의 김진형이라고 합니다. 저는 여태까지 세계 언론가운데 있어왔습니다. 여기 계신 대다수의 분들처럼 저도 창사 멤버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금 우리의 처지는 사면초가입니다. 무리한 군사 활동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의 신뢰를 잃었고 현재 우리가 슬로건으로 내건 평화주의에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우리를 후원해주는 강대국들에게도 차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가운데서 바티칸의 입을 막지 못하면 불 붙은 데 기름을 끼얻는 격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럼 의견을 말씀드리지요. 현재 세계 언론의 총 정보력을 동원하여서 바티칸의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치는 것은 어떠할까요? 그렇게 해서 결과가 있다면 그래도 낫지 않겠습니까?
김진형은 의견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좋은 의견입니다. 하지만 현재 정보력과 우리의 기술력을 아무리 동원하여 보아도 바티칸은 정말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방어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리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어렵겠군요. 또 다른 의견 있습니까?"
"제가 말하겠습니다."
"의견을 말씀하시려면 탁자에 부착된 센서에 지문을 입력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발표하실 수 없습니다."
"그냥 하겠습니다. 회장님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럴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센서를 통한 지문 인식을 하지 않는다면 외부인으로 간주하여 회의장에서 퇴장시키겠습니다."
"그냥 한다고 하지 않았나!"
샤르트는 괴성을 내지르며 탁자를 거칠게 내려쳤다.
첨단 합금과 고급 목재로 된 탁자의 일부분이 불쑥 들어갔다.
그의 놀라운 힘에 회의장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하하하..화가 나면 오른쪽 팔이 흥분하는 경향이 있어서..."
말을 흐리는 그의 손목 사이로 은색과 금색 계통의 금속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럼 의견을 말해도 될까요? 회장님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의 난폭함에 기가 질린 회장은 말하도록 허락하였다.
"서유럽 제2지부장인 샤르트입니다. 방금의 무례는 죄송합니다. 모든 분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보신 바와 같이 한쪽 팔이 기계화되어 있습니다. 세계 언론 소속의 평화유지군에서 복역하던 때에 저는 당시 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 때도 지금처럼 흐린 날이었습니다. 치안이 불안하기 짝이 없는 발칸반도의 사라예보에서 군사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던 때에 테러리스트의 습격을 받아 부하들은 모두 죽고 저는 한쪽 팔이 날아갔지요. 오른쪽 팔 말입니다. 그래서 전 지금 다른 분들처럼 그 잘난 지문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샤르트의 말끝에선 싸늘함이 묻어 나왔다.
"이 팔을 보시지요."
샤르트가 오른쪽 팔의 셔츠를 걷어붙이고 기계화 된 팔의 뚜껑을 열었다.
순간 회의장은 놀라움으로 웅성거렸다.
그의 오른 팔에는 총기류를 비롯하여 소형 핵미사일까지 장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는 이러한 기계 팔로 이식 받고도 얼마간 군 생활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 팔을 소유함으로 군장성이 그저 나이 먹고 부하들의 경호나 받아야 하며 고래고래 소리나 질러야 하는 신경질 적인 늙다리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을 잠깐 멈춘 그는 서유럽 제1지부장인 영국의 찰스를 노려보았다.
"저는 아직도 군인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지요. 그날 역시 몇 안 되는 부하들과 함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고 있을 때 수백 명의 체첸 반군의 습격을 당했습니다. 제 부하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갈팡질팡 하더군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또 다시 말을 멈춘 그는 핵미사일의 안전장치를 해제하였다.
회의장은 더욱 시끄럽게 웅성거렸다.
"자 자 조용히들 해주세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냐구요? 간단합니다. 이 핵미사일 대신 장착된 ICBM을 쏘아 날려버렸습니다. 부하들은 기가 찬 듯 저를 바라보더군요. 비로소 저는 허울만 좋은 군장성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던 것입니다."
"무식하게 사람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다니..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찰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샤르트는 몇 발자국 걸어가더니 찰스의 멱살을 움켜잡고 들어올렸다.
"그래, 난 네 말대로 머리가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상황에서 넌 아마 부하들 붙잡고 엄마를 부르면서 오줌이나 쌌을걸? 왜? ICBM이라서 너무 싱거웠나? 그 놈들에게 아예 핵미사일을 한방 날려줄걸 그랬나? 도시도 같이 시원스럽게 날아가도록? 하하하하."
왜소한 체격에 안경을 낀 영국의 지부장은 샤르트에게 멱살이 잡힌 채 두려움에 떤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샤르트는 멱살을 풀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이제 세계 언론도 당당해질 때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평화주의라는 나약한 슬로건 뒤에 숨어 말 안 듣는 녀석들을 그저 용납해야 되겠습니까? 그들이 기어오를 때까지 기어올라 한계를 봐야 되겠습니까? 왜 우리는 겁쟁이 같은 저 영국 지부장처럼 벌벌 떨어야 하지요? 힘이 있는 데도 말입니다. 저 건방진 바티칸을 한방에 날려버립시다."
"그건 안됩니다!"
영국의 지부장이 두려움을 떨치고 용감하게 말하였다.
샤르트는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뭐가 안 된다는 거지 겁쟁아?"
찰스는 그 눈에 움찔하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지고 말하였다.
"샤르트는 지금 세계 언론뿐만 아닌 전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엄청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 말을 받아들인다면 이 지구라는 행성이 아예 사라져 버릴 것이 뻔합니다."
"뭐가 어쩌고 저 째? 이런 계집아이 같은 자식이!"
"그만 두시지요."
그레즈넌 박사가 말을 꺼냈다.
"그만 하십시오. 샤르트씨 그리고 핵미사일은 안전장치를 다시 가동시킨 후 제자리에 넣으십시오."
샤르트는 의외로 순순히 핵미사일을 집어넣고 자리에 앉았다.
"다음에 역시 그러한 위험한 무기를 소지하고 올 경우 우리는 당신을 사법기관에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샤르트씨의 의견은 충분히 알겠지만 역시 위험천만합니다. 우리 세계 언론의 군대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며 각종 분쟁과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놀라운 활약들을 보여왔습니다. 확실히 우리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힘을 바티칸과 같은 이들에게 사용한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영국 지부장의 의견처럼 말이지요. 어쩌면 정말 지구의 멸망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의견은 기각하도록 하지요.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힘 싸움이 아니라 규칙과 도덕과 밀접한 관계라는 것입니다. 그럼 계속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사실 매우 어려운 안건이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선뜻 의견을 내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서서히 분위기가 경직될 무렵 한 사람이 센서에 지문을 읽혔다.
"이제서야 의견이 나왔군요. 이번엔 좋은 의견이길 바랍니다. 그럼 발표하여 보실 까요?"
회장의 말이 마침과 동시에 한 남자가 천천히 연단 쪽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청중들을 스윽 한번 둘러본 후 열릴 것 같지 않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세계 언론 방송책임위원장인 스피치입니다. 본명은 드와이트. 진이고요. 보통 사람들은 절 스피치라 부르더군요."
간단히 자기 소개를 마친 스피치는 회장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았다.
회장은 약간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떡거렸다.
스피치의 말이 이어졌다.
"현재의 상황은 저도 잘 압니다. 막강한 세계 언론이 위기에 처해있다? 재미있는 상황이군요. 이것은 마치 게임과 같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죠."
말을 끊은 스피치는 천천히 연단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자연의 세계에선 사자들은 강한 놈을 잡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주 힘이 약하고 어린놈들만 골라잡지요. 왜냐? 그들이 제일 만만한 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티칸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보호막 없는 연약한 놈 같지만 그들은 마치 강한 어른 들소와도 같은 수많은 카톨릭 신자들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깐요.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다시 말을 끊은 스피치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옮겨갔다.
"강한 어른 들소가 사라지면 약한 새끼 들소들은 어찌 할 줄 모르고 방황해 합니다. 그 때 덮치면 그들은 사자의 손쉬운 먹이 감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걸 위해서 보호막과 같은 어른 들소들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슨 수로 그런 보호막을 없앨 수 있죠?"
회장의 말과 함께 스피치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힘듭니다. 그 많은 카톨릭 신자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니깐요. 그렇다면 방법은?"
다시 말을 끊고 백판 앞으로 온 스피치는 UNITED NATION이라는 문구를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U. N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바로 우리와 몇 블록 떨어져 있지 않는 저 건물에서 해결 보자는 이야기지요."
"어떻게 말인가요?"
"U. N역시 우리처럼 바티칸과 어느 정도 불편한 관계에 있습니다. U. N은 바티칸의 건방진 태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죠. 그들 역시 우리와 어느 정도 생각이 비슷할 것입니다."
"무엇을 근거로 바티칸을 유엔안보리에 상정할 수 있죠?"
"U. N에 공식적으로 협약된 우리의 조약들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바로 2012년에 새로 제정된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방송. 언론 매체들은 세계 언론 휘하에 있어야 한다는 점 말이죠. 지금까지 우리는 그 법이 상당히 생소하였고 또 워낙 시국이 정신없었기 때문에 잊고 지나가 버린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을 빌미로 바티칸의 트집을 잡으면 틀림없이 승산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꺼내었다.
"지금까지 나온 의견 중에 가능성이 있는 의견이군요. 좋습니다.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의원이 있으십니까?"
잠시간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한 사람이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요청을 하였다.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하였군요. 좋습니다. 발표하시지요."
검은 피부의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부장인 폴. 그린입니다. 스피치 씨의 의견은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만..과연 그것만으로 바티칸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스피치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 그것만으로는 힘듭니다. 하지만 저는 바티칸이 어느 기업 못지 않게 부패의 온상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눈감아줄 수 없을 만큼 아주 크게 말입니다. 그 점을 잘 공략한다면 승산은 있습니다."
"그렇군요. 아무튼 행운을 빕니다."
그린의 말이 끝난 후 아무도 더는 반대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의 상황은 절박하였던 것이었다.
같은 시각 일본 요코하마 여호와의 증인의 왕국 회관.
"어서 와. 하리모토 오늘도 봉사를 나왔네, 학교의 휴교가 좀 길어지는 모양이지?"
"네, 요즘 일본의 신세대들은 점점 구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현재 난동을 일으켜서 학교가 휴교하게 만든 상황도 그렇구요. 앞으로 어떻게 될련지 모르겠어요."
"그래, 그 모든 현상이 앞으로 큰 환난이 가까웠다는 명백한 증거 아니겠니? 이젠 정말 코앞에 닥쳐왔다는 생각이 들어."
"듣고 보니 그렇네요. 참 이번에 뉴스 들으셨어요?"
"무슨 뉴스?"
"세계 언론이 바티칸 시국을 국제 연합에 제소한다고 하더군요. 그 동안 두 집단이 상당히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아주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그게 정말이냐? 세계 언론 식의 뻥튀기 보도만 아니라면 이건 정말 큰일인데?"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요. 자신들의 지위나 체면도 있는데 전세계에 그러한 보도를 할 정도면, 그리고 바티칸 쪽에서도 부인하지 않으면 사실이겠지요 뭐.."
"음..그래 이젠 정말 때가 다 된 듯 하구나.. 준비해야 겠어..조만간 거짓 종교 세계 제국이 삽시간에 끝날 것 같다.."
"생각은 나중에 하고 그만 봉사하러 나가지요."
"그래..그러자꾸나.."
세계 언론의 바티칸 제소는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세계 언론은 매우 흥분한 나머지 방송의 공정성을 잃고 건방지고 버릇없는 바티칸을 이번에야말로 불구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보도를 연일 해댔으며 바티칸은 바티칸대로 지하 언론을 통해 무력만 가지고 교만하게 구는 저 세계 언론에 하느님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방송을 하였다.
전 세계의 이목이 바티칸과 세계 언론에 모아지는 순간이었다.
일주일 후 국제 사법 재판소 네덜란드 헤이그
검은색의 세단 여러 대가 미끄러지듯이 사법 재판소 앞으로 도착하였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여러 명의 사나이들은 원고 자격으로 참석한 그레즈넌 세계 언론 회장, 방송책임위원장인 스피치, 기타 여러 국가들의 지부장들과 수행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무거운 표정으로 걷던 그레즈넌이 먼저 말을 꺼내었다.
"스피치. 아니 진.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잘하는 일일까? 난 그다지 확신이 서지 않네.."
"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모든 언론은 우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카톨릭 세계 제국은 이미 끝에 다다랐습니다. 우리는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안심하십시오."
"그래, 자네만 믿겠네. 그런데 바티칸의 바보들은 아직 참석하지 않은 건가?"
"저기 오는 군요. 회장님,"
맞은 편에서는 교황과 다수의 추기경 그리고 수행원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세계 언론의 지도자들과 바티칸의 종교지도자들은 잠시 멈춰 서서 서로를 노려본 후 지나갔다.
그레즈넌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자신감이 있어 보여. 얼굴에선 살기까지 느껴지는걸?"
"이번 재판은 기 싸움이 승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걸고넘어질 것 외에 더 많은 것들을 찾아서 바티칸을 궁지에 몰아넣어야 하구요. 회장님께선 그저 보고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스피치의 말을 끝으로 두 세력의 지도자들은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1시간 후 재판 개정중
"그러니깐 내 말은 우리는 그 법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어긴 적도 없다 이 말이오."
"재판장님 저들은 지금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국제법에 한 조약으로 명시가 된 '모든 언론은 세계 언론의 통제하에 있어야 하며, 그 어떤 언론도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법안이 제정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고 또 지금까지 계속 어기고 있습니다."
15인의 재판장은 난색을 표한 체 말을 이어갔다.
"물론 세계 언론과의 조약이 국제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만. 세계 언론의 언론 지배력이 워낙 강하며 그 강함을 보증하여 주는 형식의 법이었기 때문에 집행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그런데 바티칸의 관계자들 분들은 이 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계셨습니까?"
그 말에 교황이 직접 나서서 변호하였다.
"사실 우리는 그 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언론은 자신들의 무자비한 힘을 사용하여 새로운 나치주의를 전 세계에 구사하고 있을 뿐이지, 저들은 종교의 자유나 인권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