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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 ①

김봉수 |2007.08.01 00:50
조회 101 |추천 0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 ①

 

 

 

 

 

 

 

도서관은 아주 조용했다.

책이 소리를 전부 흡수 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책에 흡수된 소리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물론 어떻게 되지 않는다.

요컨데 소리가 사라진게 아니고 공기의 진동이 흡수 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책에 흡수된 진동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떻게도 되지 않는다.

진동은 다만 단순히 사라져 버렸을뿐이다.

진동은 어차피 언젠가는 사라진다.

왜냐하면 이 세계에 영원한 운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원한 운동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만 해도 영원한 운동은 아니다.

다음주가 없는 이번주고 있었고 지난주가 없는 이번주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주가 없는 다음주는.....

이제 그만하자.

아무튼 나는 도서관에 있었다.

그리고 도서관은 아주 조용했다.

도서관은 필요 이상으로 조용했다.

나는 새로 산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으므로 회색의 리놀륨이 깔린 마룻바닥을 걷자 뚜벅뚜벅 하는 딱딱하고 메마른 소리가 났다.

어쩐지 내가 내는 소리 같지가 않았다.

새 가죽 구두를 신으면 자신의 발소리에 익숙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대출 코너에는 본적이 없는 중년 여인이 않아서 책을 읽었다.

아주 두툼한 책인데 오른쪽은 외국어, 왼쪽은 국어로 쓰여진 문장이 인쇄되어 있었다. 같은 문장도 아닌것 같았다.

좌우의 단락이나 행이 전혀 달랐으며 삽화도 달랐다.

왼쪽페이지의 삽화는 태양계의 궤도도 였고 오른쪽의 것은 잠수함의 밸브 비슷한 금속 부품이었다.

무엇에 대한 책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 미안합니다」하고 나는 말을 걸었다.

그녀는 책을 옆으로 밀어 놓고 나를 쳐다 보았다.

「 책을 반납하러 왔습니다」하고 나는 두권의 책을 카운터에 올려 놓았다.

한 권은 '마의 산' 이였고, 또 한 권은 '어느 양치기의 회상'이었다.

어느 양치기의 회상은 상당히 흥미있는 책이었다.

그녀는 책의 뒤표지를 넘겨서 바코드를 입력했다.

물론 기한 내에 가져왔다.

그녀는 익숙한 태도로 대출 기한를 살피고 책을 받았다.

그리곤 다시 독서에 열중했다.

「 책을 찾고 있어요」하고 나는 말했다.

「 계단을 내려가서 오른쪽 107호실」하고 그녀는 짤막하게 말했다. 계단을 내려가서 오르쪽으로 돌자 정말 107이라고 적힌 문이 있었다.

아주 깊고 어둑어둑한 지하실로 문을 열면 그대로 브라질로라도 가버릴 구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이도서관에 백번도 더 왔었지만 지하실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아무려면 어때.

나는 문을 두드린다.

가볍게 두드렸을뿐인데도 경첩이 빠져 나올 뻔했다.

아주 낡아빠지 문이었다.

나는 경첩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살며시 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작고 낡은 책상이 있었고 그 뒤쪽에는 얼굴에 검버섯이 잔뜩 핀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은 대머리였고 도수가 높은 안경을 끼고 있었다.

어딘지 깔끔하지 못한 대머리였다.

쪼글쪼글 비틀어진 흰 머리카락이 산불이 난 뒤처럼 어수선하게 두피에 단단히 매달려 있었다.

'차라리 전부 면도기로 밀어 버리면 좋을텐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건 물론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 어서오시오 무슨용건이오?」하고 노인은 물었다.

「 책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쁘시다면 다음번에... 」하고 나는 말했다.

「 아니오. 아니, 아니, 바쁘달 게 있겠소이까,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무슨 책이건 찾아드리죠  그래 어떤책을 찾으시는 거요?」

「 저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세금징수 정책을 알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

노인의 눈이 번쩍 빛났다.

「 옳거니,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세금 징수 정책이라.....」

나는 그자리가 몹시 어색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세금 징수 정책을 꼭 알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나는 지하철 안에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세금 징수 정책은 어떤것이었을까, 하고 문득 생각했을 뿐이다.

그건 이태원의 외국인 거주사 라는 주제라도 상관없다.

「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세금 징수 정책이라.....」하고 노인은

되뇌었다.

「 하지만 괜찮아요 그렇게 급할 것은 없어요 」

「 그리고 아주 전문적인 사항 이니까요, 국회 도서관에라도 가보겠습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 실없는 소리하지 말게」 하고 노인은 화난 듯이 말했다.

「 여기엔 분명히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세금 징수 정책을 다룬 책이 몇권이나 있으니까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

「 녜」

노인은 방 안쪽에 있는 철제 문을 열고 다른 방으로 사라졌다.

나는 거기에 선채 15분이나 노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도중에 몇번이나 달아날까도 생각했었지만 아무래도 노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그만 뒀다.

작고 검은 벌레가 전등갓 뒤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

노인은 제권의 두툼한 책을 안고 돌아왔다.

모두 지독하게 낡아서 겉장이 너덜거리고 있었다. 방안에 묵은 종이 냄새가 풍겼다.

「 자, 이거」하고 노인은 책을 건넸다.

'오스만 투르크 세금 징수 역사', 그리고 '오스만 투르크 세금 징수 담당자의 일지', 그리고 또 '오스만 투르크 제국 내의 비납세 운동과 그 탄압에 관하여...' 「 어때 있잖는가?」

「 정말 감사합니다」하고 나는 그 세권을 받아들고 출구쪽으로

나가려 했다.

「 기다리게 기다려, 그 책은 세권다 대출이 금지 된 걸세」

분명 그책들의 겉장에는 '대출 금지' 라는 빨간 표가 붙어 있었다.

「 만일 읽고 싶다면 안쪽방에서 읽고 가도 되네」

「 그런데.... 」라고 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5시 12분이었다.

「 벌써 도서관도 폐관시간이고요, 저도 저녁식사전까지 귀가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걱정하시거든요」

「 폐관 시간 같은 건 문제가 안돼, 내가 괜찮다고 하면 그걸로 되는 거야, 그런데도 내 호의가 싫단 말인가? 이보게 내가 무엇때문에 이 책들을 찾았지? 운동이라도 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 정말 미안합니다」하고 나는 사과를 했다.

「 결코 악의로 그런건 아닙니다. 다만 대출금지 인줄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깊은 기침을 하고 휴지에다가 가래를 뱉었다.

「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야」하고 노인은 뱉어 버리듯 말했다.

「 내가 자네 나이쯤 되던 시절엔,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책을 읽었단 말일세」

「 그럼 한 30분만 읽다가 가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안될 것 같습니다, 저희어머니가 굉장히 걱정을 하시거든요, 어릴 때 교통사고나 난 다음부터는, 저의 귀가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거의 광란 상태가 되곤 한답니다, 나머지는 이번 일요일에 와서 계속 읽을게요」

나는 이렇게 힘없이 말했다.

나는 무엇이든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던 것 이다.

노인의 얼굴이 가까스로 누그러졌다. 나는 안도했다.

「 이리로 오게나」 하고 노인은 낡은 철제문을 열고 나에게 손짓을 했다. 문 안쪽은 어스레한 복도였다.

낡은 전등 불빛이 먼지처럼 희득희득 했다.

「 내 뒤를 따라오게」 하고 노인은 복도를 걸어갔다. 기묘한 복도였다. 얼마를 걷자 복도는 좌우로 갈라져 있었다.

노인은 오른쪽으로 구부러졌다. 그 바로 뒤로, 마치 개미굴처럼

복도의 양 옆으로 여러 개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노인은 별로 살펴보지도 않고 갈림길중 하나로 들어섰다.

나는 세권의 책을 가슴에 안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는 채

노인의 뒤를 따랐다. 노인의 발걸음은 보기보다 빨라서 나는 도대체 우리가 몇번째 갈림길로 들어섰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조금 가다가 또 갈림길, 그리고T자 길.

나의머리는 이제 완전히 혼란스러워졌다. 

학교 도서관의 지하에 이런 광대한 미로가 있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다. 학교에서 이런 지하 미로의 건설을 승인할 까닭이 없다. 나는 노인에게 그 점을 질문해볼까도 했지만, 호통을 당할 것만 같아서 결국 그만뒀다.

막다른 데에 또 전과 같은 철제 문이 있었다. 문에는 '열람실' 이라는 표찰이 걸려 있었다. 주위는 무덤가처럼 조용했다.

나의 가죽구두만이 뚜벅뚜벅 소리를 내고 있었다.

노인은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걸었다.

노인은 윗도리 주머니에서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커다란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그리고 전등 아래 열쇠 하나를 골라내어, 문의 열쇠 구멍에 밀어 넣고 돌렸다.

어쩐지 이상한 거부감이 밀려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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