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피스.
그들은 자신들의 뿌리인 힙 합의 틀을 뛰어넘어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세계적인 신드롬을 형성하고 있다. ‘Where Is The Love?’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들인 3집 [Elephunk]를 통해 전 세계의 젊음을 사로잡은 그들. 이어진 4집 앨범 [Monkey Business]에서도 역시 ‘Don’t Phunk With My Heart’를 히트시키며 이들은 거침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 2003년 선보인 이들의 3집 [Elephunk]는 이들의 음악 인생에 있어 커다란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이들은 힙 합 밴드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커다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어들였고, 특히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힙 합 밴드의 음악이 주로 미국 시장에서 소비되는데 비해 이들은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전역에서 고른 지지를 얻어냈다는 점이다. 이 음반이 무려 750만 장이나 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래미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힙 합 팀의 음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융합시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보편적인 음악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피부색과 나이, 음악적 취향을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해낸 음악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그래미상 시상식 무대 등을 통해 펼쳐진 이들의 뛰어난 라이브 실력 역시 대중들에게 큰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힙 합 밴드들 중에서 그들만큼 세계 전역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음악을 들려준 이들도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앨범을 통해 시종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밝은 힙 합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것이 바로이들을 최고의 파티 힙 합 밴드로 만들어준 원동력이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힙 합 음악’이라는 이념은 이들이 1990년대 후반 이들이 결성되었던 시점부터 일관되게 이어져온 것이다.
블랙 아이드 피스는 갱스터 랩 그룹 N.W.A. 출신인 래퍼 이지 이가 설립한 [루스리스(Ruthless)] 레이블을 통해 데뷔했다. 그룹 결성의 핵은 고등학교 친구들인 메인 래퍼 겸 프로듀서 윌 아이 엠과 필리핀계 래퍼 애플 딥. 이들은 트라이벌 네이션(Tribal Nation)이라는 브레이크 댄싱 팀에서 함께 활동했고 이후 팀 이름을 애트밤 클란(Atbam Klann)으로 바꾸어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래퍼 겸 MC로 뛰어난 댄스 실력을 지닌 타부를 받아들여 3인조로 편성을 갖추고 이름을 블랙 아이드 피스로 바꾼 이들은 LA 지역의 클럽 등지에서 활동을 하며 지지 기반을 쌓아갔다.
1998년, [인터스코프] 레코드를 통해 데뷔 앨범 [Behind The Front]를 낸 이들은 그 당시부터 ‘즐겁게 춤추고 따라 할 수 있는 힙 합’이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었고, 여기에 기존의 갱스터 랩과는 달리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것도 대중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들의 데뷔작에서는 여성 CCM 가수 킴 힐(Kim Hill)이 피처링한 ‘Love Won’t Wait’가 주목을 얻었다.
이어 2000년 발표된 2집 앨범 [Bridging The Gap]에는 메이시 그레이와 모스 데프, 드 라 소울, 레니 크래비츠, 데이비드 그롤(푸 파이터스)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피처링 해 데뷔작에 비해 훨씬 풍성해진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이 중 메이시 그레이가 보컬 피처링한 'Request + Line'이 인기를 얻었는데, 이들은 이렇게 두 장의 음반을 통해 개성 넘치는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며 주목을 끌었고, 특히 리얼 밴드를 대동하고 무대에 올라 라이브 공연에 강한 밴드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그저 ‘가능성 있는 힙 합 밴드’ 정도의 위치에 있는 팀이었다. 이들이 정상의 밴드로 올라선 것은 펑크(funk)와 힙 합, 레게, R&B 등의 장르를 고루 포용해낸 3집 앨범 [Elephunk](2003)의 성공으로 인해 가능했다. 그리고 3집부터의 블랙 아이드 피스 음악은 그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개성만점의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엔 싱크 출신의 팝 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피처링 한 ‘Where Is The Love?’가 이들의 성공시대를 견인했고, 이어 전세계 클럽가를 평정한 ‘Shut Up’, ‘Let’s Get It Started’ 등의 신나는 파티 힙 합 넘버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중에서 무려 다섯 곡이 우리나라에서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어 블랙 아이드 피스를 인기 밴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데뷔 무렵부터 꾸준히 음악적인 실험을 거듭해온 이들은 3집 [Elephunk]를 통해 실험성과 예술성 그리고 대중성을 조화시키는데 성공하며 세계 시장을 평정했다. 이는 최고의 프로듀서 겸 작곡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윌 아이 엠의 뛰어난 감각, 그리고 새로 영입한 여성 보컬 퍼기의 탁월한 보컬 솜씨와 섹시하면서도 건강미 넘치는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결합되면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이들은 4집 [Monkey Business]를 통해 미국의 대형 전자 제품 마트 체인인 [베스트 바이] 광고 음악으로 쓰인 ‘Pump It’과 3집의 ‘Shut Up’을 연상시키는 파티 뮤직 ‘Don’t Phunk With My Heart’, 블랙 아이드 피스의 장르파괴적인 성향이 잘 드러나는 잭 존슨과의 합작품 ‘Gone Going’ 등을 히트시키며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으로 홍일점인 퍼기는 그룹의 리더 윌 아이 엠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솔로 데뷔작 [Dutches]를 내고 빌보드 팝 싱글 차트 3주 연속 1위 곡인 ‘London Bridges’와 ‘Fergalicious’ 등의 빅 히트곡을 발표하며 가창력을 갖춘 최고의 섹시 디바로 각광받고 있으며 특히 뛰어난 감각을 지닌 패션 리더로도 주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