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으로 늦어진 퇴근길, 하나님은 지하철에서 연극 한 편을 보여주셨다. 사실 진짜 연극이 아니라 세 할머니의 대화를 내게만 특별히 보여주신 것이었다. 나는 노약자석에 나란히 앉으신 세 분의 할머니를 마주보고 건너편에 기대 있었다.(다행히 건너편에는 휠체어를 위해 의자가 치워진 공간이었고 늦은 퇴근길이어서인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왼쪽과 가운데 자리하신 할머니 둘은 예수를 믿는 분이셨고 오른쪽에 앉으신 분은 당신의 말씀에 의하면 아주 험난한 인생을 사신 예수 안 믿는 할머니셨다.(내가 이들의 대화를 이리도 소상히 들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하철이 한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할머니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한 몫 했다)그런데 이들의 대화가 잘 나가다가 나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왼쪽에 앉으신 예수 믿는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할머니는 갑자기 예수님, 예배 등의 말씀을 하시다 말고 ‘띠’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당신의 남편이 용띠인데 자신의 그 띠와 맞지 않기 때문에 부부사이가 많이 힘드셨단다. 그랬더니 갑자기 오른쪽에 앉으신 무신론자 할머니가 띠와 점에 대한 강의를 늘어놓으셨다. 그러자 가운데 앉으신 할머니도 지지 않고 ‘나도 예수 믿기 전에 점쟁이 많이 따라다녔다.’며 대화에 불을 붙이셨다.
그런데 막판의 무신론 할머니의 말이 그럴듯했다. 자신은 인생의 역경마다 점쟁이에게 찾아가 의견을 묻고 늘 거기에 근거해서 자신의 샤프한 판단력을 이용, 지금까지 역경을 이겨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보지 않는 사람은 당신의 세대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론의 원천을 봉쇄시켰다. 거기에 막판 굳히기로 할머니는 자신의 고향에서 있었던 시골목사의 실수와 그로인해 받은 상처를 이야기 하셨다.
사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고난이 제일 크다. 물론 과거 세대와 지금의 고난을 같다거나 누가 더 우위를 차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윗세대들의 수고만큼은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단지 내가 단지 다루고 싶은 문제는 구원에 대한 문제이다. 나는 지하철에서 이 연극 아닌 연극을 관람한 후 왜 하나님이 내게 이 사건을 보이셨는지 계속해서 묵상하고 물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메시지도 있었지만 좀 더 제너럴한 이유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정말 영화 같은 인생을 산다. 여기서의 영화 장르는 멜로가 아니라 전쟁이다. 정말 험난한 인생을 산 것이다. 그런 이들과 이야기를 해본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환경으로 인해 굳어진 마음 때문에 복음을 잘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나는 주로 노인들에게 전도하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고통이 상대적이지 않다는 전제를 깨더라도 누가 그리스도보다 더 큰 고난을 받았겠는가? 게다가 하나님은 큰 고난을 받은 이들에게는 색다른 ‘고난의 구원받는 길’을 따로 마련하신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구원에는 단지 믿음만이 필요하다. 이것은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일도 아니다. 사실 돈은 전혀 필요치 않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예전에 캠퍼스에서 전도를 하다가 이단교회에 부모님을 따라 다니는 ‘썬데이 이단 크리스천’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예수님을 믿는 것만으로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너무 쉽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이단들은 언제나 그렇듯 구원에 십자가 이외의 다양한 조건들을 주렁주렁 걸어둔다)
하나님 앞에서 한 사람의 사역자로 사는데 있어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성도와의 관계를 지혜롭게 그리고 풍성하게 맺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중요한 사실은 구원 그 자체이다.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 받는다는 그 사실은 험한 인생이든 평탄한 인생이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구원의 유일한 방법이다. 이 선택의 문 앞에서 어떤 이들은 자신의 험악했던 인생으로 인한 억울함 때문에 천국문을 돌아서서 지옥을 향해 간다.
지극히 고전적일지는 몰라도 모든 사람은 천국과 지옥의 문 앞에서 믿음이라는 실존을 가지고 선택할 운명에 놓여있다.(물론 이것은 주님의 구속사역이다) 천국과 지옥은 어린이들이 하나님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하라고 주일학교 교사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천국과 지옥은 하나님이 만드신 곳이며 그 곳은 언제나 영원과 현재라는 두 가지 시제를 포함하고 있다. 구원의 복음, 예수님은 2000년 전에 이 땅에 오셔서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지금도 살아계시고 마지막 날에 심판주로 오실 분명한 하나님이시다.
이 사실을 믿는 자는 누구나 구원을 얻게 된다. 아직도 너무 쉽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