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직도 개그맨으로 익숙한 심형래 감독의 디워가 제작 6년만에 드디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잘 아는 트랜스포머 등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사실 스토리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대신 논픽션이기 때문에 세계관은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블록버스터를 보는 관객들은 그 영상의 스펙타클한 부분에서 더 쾌감을 느끼지 스토리의 견고함은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를 보면 어떤 고도화된 행성에서 전쟁이 났고 그 로봇 종족은 절대반지와 같은 힘을 가진 큐브가 지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으로 인해 싸움이 나고 착한 로봇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결국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로봇들이 싸우는 이야기. 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안에 많은 복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의 치밀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특히 마지막에 나쁜 로봇이 주인공이 집어넣은 큐브에 죽는 다는 것은 정말 황당했다; 주인공은 그 와중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_-;;) 나는 트랜스 포머를 보면서 스토리가 견고하지 않아도 블록버스터에서는 볼거리가 풍성하면 되는 구나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트랜스포머의 CG는 내가 봤던 영화중 최고였던것 같다..)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라. 특히 3탄을 보면 그 내용을 도무지 알수가 없다. 이 사람이 저편으로 갔다가 이편으로 왔다가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은 스펙타클한 전투장면만 보여주고 영화가 끝나지 않는가?
결국 블록버스터라는 것의 핵심은 볼거리이고 심형래감독은 이를 제대로 짚어냈다. 디워의 스토리도 매우 단순하다. 용이 되어 세계를 파괴하려는 나쁜 이무기에 맞서는 이야기.
디워의 도시 전투신과 최종 전투신은 정말 스펙타클했고 관객들도 이에 매우 몰입되는 듯 했다. 나 또한 그랬다. 정말 이게 한국 기술로 나온 것인가? 300억으로 이렇게 만들었는데 보통 미국영화에 들어간다는 1500억정도의 규모로 영화를 만들면 대단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도시 전투신은 여느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볼거리가 블록버스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영화의 기본을 지켜야 그 볼거리가 더욱 사는 법이다.
디워의 스페셜 에디션을 보면 디워의 세계관은 다른 영화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스페셜 에디션에 나왔던 디워의 스토리는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고 극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영화로 풀어내는 것이 너무나 떨어졌다. 아무리 빠르게 전개한다고 해도 갑자기 남자주인공이 첫 장면부터 사건현장을 보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버린다든지, 여자주인공이 쌩뚱맞게 갑자기 부적을 붙인다든지 하는 내용들은 빠른 전개를 위한 것이었지만 스토리를 빈약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왜 여자 주인공이 저렇게 부적을 붙이게 되었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했다.
게다가 다른 조연들의 캐릭터도 아무리 빠른 전개를 위함이지만 그들의 성격을 다 보여주는데는 실패한 것 같다. 캐릭터 자체들도 약간 안맞은 옷을 입은듯 어색하게 보였고 그 캐릭터를 나타낼 수 있는 깊이가 떨어졌던것 같다.(하기야 트랜스포머 여주인공도 갑자기 주인공 교실에서부터 짠하고 나타나긴 했다;; 그런 이야기를 더 하면 흐름이 느려지니까 일부러 그런 것 같긴 한데.. 하지만 트랜스포머에서는 조연들은 그 자신들의 성격을 잘 보여주었다. 뭐랄까..)
결국은 이렇게 생각한다. 보통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길이는 2시간 정도이다.(심지어 2시간 30분도 있다.) 그런데 디워는 길이가 90분도 안된다.. 그러다 보니 조연들이 더 나와서 자신들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버렸고 자연스레 약간 빈약한 구조를 띨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만약 디워가 스페셜 에디션에 나왔던 세계관을 한 30분 보여주고 조연들의 출연 시간을 20분정도 더 늘였다면 어땠을까? 좀 더 완성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시간나면 디워 홈페이지에서 스페셜 에디션을 다운받아 이야기를 읽어보라. 매우 흥미롭다. 이것을 영화에 다 표현하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이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도 사실 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사람이 보기에 외국인인 우리가 보기에도 좀 어색한데, 외국인들이 보면 얼마나 어색하다고 생각할지.. 그부분이 조금 걱정이 된다.
또한 추종군단의 대장은 완전히 디워에서 개그맨이 되어버렸다. 그 연기도 사실 매우 어색했지만 철조망을 뚫고 지나가고 장풍을 쏴서 불기둥으로 여러명을 쓰러뜨리는 사람이 차에는 무기력하게 치여 쓰러져버리고, 이상하게 나오는 목소리와 배우가 싱크가 맞지 않는 기본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조금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또 하나 아쉬웠던 것은 사실상 주인공이었던 이무기들에게 인격을 부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들이 그냥 등장해 소리만 꽥꽥 지르고 부수기만 해버리니, 사실 추종군단이 기르는 대형 애완동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이들에게 뭔가 인격을 부여해서 생각을 말하게 하고 전투장면에서 둘이 뭔가 대화를 하면서 싸웠다면 극적 효과가 더 부가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디워의 스토리를 보니 이 둘은 원래 친한 친구였다고 나오던데 그런 부분을 더 영화안에 녹여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 마지막에 착한 이무기가 갑자기 나오는 건 정말 황당했다;;
하나 더, 여자 주인공이 여의주를 만들고 그것을 착한 이무기에게 보내 먹여버리는 건 더더욱 황당했다.(트랜스포머 마지막 장면에 큐브를 나쁜 주인공한테 들이대는 그 황당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의 영혼이 마지막에 둥둥 떠있는 장면은 제일 황당했다..-_-;)
그리고 조금 더 몰입해서 클로즈업으로 갔어야 하는 장면들을 풀컷으로 찍어버린다거나 하는 것도 매우 아쉬었다. 기술 디렉터로써 심형래 감독은 우수하지만 장면 연출에 있어서 심형래 감독이 조금 아쉬었던 것 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쉬웠던 것은 한국 회상 신이다. 기왕 판타지 영화로 찍은 김에 한국의 모습도 조금 판타지 하게 찍었다면 좀 시각적으로 볼만하지 않았을까..? 도사가 장풍을 쏘던데 그런 마술을 쓸 수 있는 집단도 좀 출연하고, 의상도 조금 더 화려하게, 세트도 조금 더 이쁘게 만들었을 수 있었을텐데,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버리는 바람에 약간 조선이 좀 덜떨어지는 집단으로 보이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도 최대한 맞서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럴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동일화 시켜서 마지막에 여주인공을 죽이려다 죽은 남자 요원에게 전생에 열심히 맞서 싸우다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 여자 주인공을 죽이려다 죽는 장군 역할을 추가해 주었다면 조금 그래도 조선 사람들이 열심히 맞서 싸우다가 무너지게 만들었다면 조금 더 덜 무기력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결국 아쉬움은 내 개인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어떤 언론에서는 10대들은 허접하다, 30대 이상은 좋았다고 하는데..) 외국사람들이 조선 회상신을 보면 매우 환상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조선은 익숙하기 때문에 이것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회상신을 특별하게 보이지 않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CG가 매우 좋아졌지만 마지막 전투 신에서 전체 세트와 주인공이 약간 어색하게 보였던 점이나, 도시 전투신에서 아트록스 군단의 실사와 CG가 잘 맞지 않았던 점, 용의 디테일은 좋았으나 전체적으로 보여줄때의 약간의 어색함, 등은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실사와 CG가 함께 나올때의 연기자들의 어색한 연기도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었다.(나중에 다음영화를 만들때는 배우에 돈 좀 더쓰시길!)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디워는 돈주고 보기 아까운 영화는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블록버스터라는 것이 볼거리가 풍성하면 우선은 욕은 먹지 않는다. 디워는 그것을 충실히 지켰고 정말 전투신등의 볼거리가 매우 좋았다는 점에서 기본의 이상의 성공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디워가 이번에 성공한다면 심형래 감독의 그동안의 아픔과 고생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 한국 기술이 이정도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민족주의, 방송 출연으로 인한 호감도 상승이 여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사람들은 아직 심형래를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뤄가는 개그맨 정도로 보지 진지한 감독으로는 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여러 부족한 부분을 사람들이 애교로 보겠지만 다음 작품부터는 심형래 감독의 작품을 냉정하고 진지하게 볼 것이다.
심형래 감독은 자신의 꿈은 디워로써 이제 시작했다라고 했다. 그렇다. 이제 시작이다. 헐리우드 예산의 5분의 1의 돈으로 이정도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 한국 기술로 헐리우드 기술에 맞먹는 영상을 만들어 냈다는 점은 정말 칭찬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연출력에 있어서의 부족함이 만들어낸 완성도 미달은 다음 영화에서는 절대 애교로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진정한 시작, 디워.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