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불에 묻어버린 달의 전설
요즘은 달구경도 쉽지 않다. 특히 도시에 살면
달뜨는 것도, 해 뜨는 것도 무감해 진다.
해가 뜨고 달이 떠서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오는 것이
아니라, 아침 뉴스로 하루가 시작되고 마감 뉴스로
하루가 간다.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는 이미 옛 이야기
다. 도시민은 달 밝은 밤길을 재촉하던 것도 다 잊
어 버렸다.
달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다. 어두우면 스위치 하
나로 만사 오케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끔씩 전원을 끄고 달을 보러온
다. 가 보니 없더라는 데. 그런데도 달집이네 계수
나무와 토끼 한 마리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방아 찢는 옥토끼가 적어도
한 마리는 거기에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모두가 전기 불을 밝히니 달구경이 쉽지 않다. 아예
안 중에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을
끄고 달을 보러 온다.
아마 영영 달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달 보러 가는 일
조차 없어졌을 때, 우리는 달 보다 달맞이 언덕이란
이름으로 달을 보던 옛일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
겠다.
:: 부산 일보 - 문화 기획 - 2003년 9월 5일(金)
사진가 김홍희 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