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수대야에 담겨나온 큰 빙수를 앞에 둔 두사람,
- "오~ 여기 떡있다. 아싸, 내꺼~"
신나서 숟가락질을 하는 남자,
헌데 이쯤되면 같이 숟가락을 들고 덤벼야 할 그녀가 어째 조용합니다. 딴생각을 하는 듯 심각한 얼굴.?
- "에이, 삐졌구나. 알았어, 알았어. 떡 너 먹어. 여기 있어."
남자가 여자의 숟가락 위에 그 귀하다는 빙수 속 하얗고 말랑말랑한 떡을 얹어주는데도 여자는 "음, 고마워." 그럴뿐 신나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부터 좀 조용하다 싶은 그녀,
- " 이상하다. 만날 때까지는 기분 괜찮았는데 무슨 일이지.?
너, 뭐 걱정되는 일 있어.? 아니면 내가 뭐 기분 상하게 했니.?"
남자의 말에 여자는 손가락으로 빙수를 저으며 망설입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서 남자의 얼굴을 한번 보고, 다시 고개를 숙여 빙수 그릇만 쳐다보면서 하는 말,
- "아까 만났던 내 친구 있잖아. 미혜라고.. 걔 되게 이쁘지.? 날씬하고.."
이곳으로 걸어오던 중에 우연히 만났던 그녀의 친구, 갑자기 왜 그 이야기가 나오는줄 몰라 잠시 어리둥절합니다.
- "저기 난 잘 못봤는데.. 그 친구가 왜.?"
여자는 얼굴도 들지 않고 다시 말합니다.
- "걔 되게 예쁘지.? 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자 남자는 조금 당황합니다. 그러곤 처음으로 자기 여자 친구가 좀 이상한가.? 생각도 해봅니다.
- '혹시 질투의 화신.? 의부증.?
아니다, 내가 너무 그 여자를 열심히 봤나.? 말실수라도 했나.?'
남자가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그녀가 다시 말을 꺼냅니다.
꽤 어렵게..
- "실은 내가 걔랑 되게 친했는데 요즘엔 잘 안만난다.?
왜냐하면 예전에 내가 만났던 오빠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 여자처럼 보일거 다 아는데, 근데.."
말하기가 꽤 어려웠던지 몇분 사이에 얼굴이 다 고단해 보이는 그 표정이 가여워서, 조금 불쾌해지려던 자기의 기분같은건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리곤 말하겠죠.
- "야, 거짓말을 해도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너보다 이쁜 사람이 어딨냐.? 너만큼 이쁜 사람 하나면 있으면, 야.! 우리나라도 벌써 선진국 됐지~ 통일도 됐겠다.
날도 더운데 별소리를 다 듣겠네."
똑똑하고 자주적이고 구김살 없던 그대가 한번씩 바보처럼, 끈적이처럼, 비비꼬인 사람처럼 굴 때 -
나는 그녀에게 실망하는 대신 더 사랑해 주겠다고..
빙수에 하나밖에 없는 체리도 그대에게 다 주겠다고..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