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할 것도 없이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엠비씨 월화 미니 시리즈.
남장 여자 은찬(윤은혜)를 내세워 그 가게의 주인인
한결(공유)과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깔끔한 화면, 개성있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남장여자라는 상황에서 그려지는 한결과의
아슬아슬한 사랑싸움이 관람 포인트다.
이 드라마의 전개는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와 크게 다를바 없다.
생계형 발랄 씩씩한 여주인공에
적당히 싸가지 없는 부잣집 외동아들 남자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를 적당히 긴장시킬 강력한 사랑의 남녀 라이벌
그리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개성있는 조연들..
프린스 커피점이라는 독특하고 약간은 세련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에피소드가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시종일관 밝은 톤으로 또 세세한 부분을 잘 잡아내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드라마의 연출력으로 인해
이 드라마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해 주는 것이 따로 있다.
여자 주인공 은찬이 남장을 하고 근무 한다는 것..
이것은 주요 갈등의 원인을 제공해 준다.
처음 이 소재는 등장인물들간의 적당한 긴장감
(비밀 유지 혹은 공유)을 조성하며
적당히 즐길만한 에피소드를 제공하는데서 그쳤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좀 심각해졌다.
한결이 남자로 알고 있는 은찬에 대한 감정 때문이다.
시청자도 알고 은찬이도 알고 가게 동료들도 다 아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결만 모른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둘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고
은찬의 적극적이 애정공세에 대해서도 관대한 자세를 취하지만
한결에게는 그야말로 뜬 눈으로 밤새며 고민할 만한 연애감정인
것이다.
은찬의 속사정을 아는 이 드라마 속 동료들은 두루뭉실
넘어가면서 말한다.
'인간적으로 끌리니까 그럴 수 있는 거'라고....
한결이 은찬에게 보여주는 스킨십이나 애정공세는
은찬이 실제로는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용납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또한 한결이 은찬을 '남자'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하는 행동이 한결 자신에게는 '동성애'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묘한 경계선에서
특히 한결에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멜로 드라마의 소구 공식을 갖고
가치관의 줄타기를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주 조심스럽고 은밀한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물어오고 있다.
'인간적으로 끌리는 관계는 에로스로 갈 수 있다'라는 것에 관해..
결국 은찬이 여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는
이런 불편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번 주 방영분을 보면서
한결이 은찬에게 하는 행동은
결코 남자 대 남자 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고
실제로 은찬이 '남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시청자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면
공영방송에 대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도 남을 만한
내용들이었다.
갈등과 자극은 드라마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 갈등의 중심이 바로 '남장 여자' 은찬이다
이것은 드라마 자체로 '용납할 수 있는'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남자든 여자든 될 수 있는 정체성이 모호한 남장 여자를
내세워 시청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내의 갈등을 저울질하고
있는것 같다.
이번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아주 치열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제법 묵직하게 치고 빠진다.
시청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장치(결국은 이성애로 돌아온다는 약속)를 걸어두고서 말이다.
차라리 솔직히 깨놓고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보다
이렇게 해피엔딩을 약속한 가짜 '동성애'가
더 자극적인 선악과가 아닐까.
계륵............>
어쨌든 작가는 매우 영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그저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아 둘 만한 갈등 요소를 최대한 활용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쨌든 보는 입장에서 불편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에 너무 심각하게 딴지 거는 것이 웃기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사실 이제 은찬이 여자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소재의 갈등구조가 사라지고
보통의 트렌디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 안에서 뻔한 스토리가 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끌어나가는 것이
작가 분의 역량을 평가하는 관건이 되리라...
어쨌든 이 드라마
아기자기한게 재밌는 건 사실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