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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100% 디워감상평

한일영 |2007.08.08 18:10
조회 27 |추천 0


가 개봉할 당시 심형래 감독의 차기작이 라는 기사가 났었다. 걱정 많이 했다. 중간에 라는 영어 제목으로 바뀌었고, 비슷한 동영상도 나돌았다.(조선 시대 회상씬) CG의 수준이 일본 게임 오프닝 동영상 정도로 보였다. 개봉도 계속 늦춰졌다. 더더욱 불안했다.

결국 만들었고 개봉했다. 미국인들이 이무기라고 정확하게 발음한다. 드디어 세계 문화계에 한국 괴물이 등재됐다. 심형래 감독이 영화 촬영을 하면서 미국 배우가 ‘한국 전설’이라는 대사를 말할 때 눈물이 핑 돌았었다고 하던데, 난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심형래 감독의 인간승리는 충분히 감격적이다.

옛날에 심형래 감독의 의 액션을 보며 열광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정확히 10년 전 영화다. 그 사이에 를 넘어 까지 온 것이다. 이것이 한국 특수효과 현대사다. 심형래 감독이 역사를 쓰고 있다. 60~70년대 괴수물의 전통은 끊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심형래 감독이 백지에서 다시 시작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렸을 때 를 AFKN을 통해 봤던 사람이라면 를 보며 감회에 젖는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우리나라 많이 컸다.

한 마디로 영화는 재미없다. 재미없는 사람에겐 재미없다. 특수효과 액션은 훌륭하다.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에겐 재밌다. 그러므로 나에겐 재밌다. 무게 잡느라 졸린 보다 더 몰아친다. 연출력의 부족을 템포로 보완한 것 같다. 편집이 튀는 것을 보니, 후반작업 과정에서 고심 끝에 이야기의 세심한 전개는 버렸지 싶다. 다행한 일이다. 졸린 오락 영화는 절대악이니까.(반지의 제왕도 2, 3편은 재밌다.)

시나리오, 시나리오하는데 시나리오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오락 영화 시나리오가 아무 생각 없는 게 당연하다. 가 특이한 것이다. 더군다나 는 아동용에 가깝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연출력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고의 연출력이 만나면 명작이 나올 수 있다. 최고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연출력이 만나면 쓰레기가 나온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독의 연출력이기 때문이다.

에선 배우 부분에 문제가 보인다. 이건 모두 감독 책임이다. 캐스팅도, 연기도, 화면 상에 보이는 모든 것은 다 감독 책임이다. 감독이 괜히 캐스팅권한을 행사하며, 또 현장에서 NG, OK 사인을 내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책임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조선시대 남녀주연의 어색함은 이 영화의 규모를 생각할 때 놀랍다. 미국으로 건너와서도 남녀주연은 아무런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감정이입이 안 되니 슬퍼야 할 때 전혀 슬프지 않다. 처럼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놓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액션도 허술하다. 첫째, 박진감이 없고, 둘째, 스타일도 없다. 똑같이 총 하나씩 들고 싸워도 되는 감독이 만든 장면은 사람을 긴장시킨다. 긴박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이목을 휘어잡는 액션이 있는데, 그것은 스타일이 있는 경우다. 매트릭스에서 로렌스 피시번이 칼 하나 들고 승용차를 가르는 장면같은 것 말이다.

엔 불행히도 그런 것이 없다. 도로에서 부라퀴 일당의 대장과 맞서는 장면의 경우 그 어떤 긴장감도, 시각적인 쾌감도 없다. 처럼 긴박한 액션이 아니고 처럼 느릿느릿 폼 잡으며 하는 둥 마는 둥하는 액션은 멋있어야 한다. 그런데 멋이 없다. 양측의 고수인 대사의 환생역 배우와 부라퀴 일당 대장의 액션이 모두 허무하다. 특히 대사의 환생역 배우의 무존재감은 놀라울 정도여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배우를 캐스팅했는지 경악스럽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이 이 모든 것을 다 뒤집는다. 바로 특수효과 액션이다. 부라퀴가 도심을 질주하는 장면은 통쾌하다. 부라퀴의 속도감과 좌우로 구불구불 움직이는 형태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기이한 건 사람이 하는 액션과 CG액션 사이에 연출력이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거다. 심형래 감독이 현장에서보단 스튜디오 작업실에서 강한 스타일인가? 잘 모르겠다. 의 유명한 버펄로 사냥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현장을 지휘한 건 케빈 코스트너가 아니라 촬영감독이었다는 믿거나 말거나성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심형래 감독도 현장 연출자를 따로 구하면 어떨까? 의 액션도 아마 쿠엔틴 타란티노가 직접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심형래 감독이나 영구아트무비의 특수효과 연출능력은 최고 수준인 것 같다. 단지 부라퀴가 집 한 채를 부수면서 튀어나오는 장면에서도 박진감을 잃지 않는다. 부라퀴군단이 쏘아 올리는 대포도 위력적이다. 기총소사, 유탄사격 모두 ‘제대로’다. 헬기에 달라붙는 익룡의 디테일도 훌륭했다. 부라퀴군단의 움직임에 따라 도로 간판이 튕겨 나가는 등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아시아산 블록버스터 중에선 최고의 반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액션영화인 와 비교하면 는 천외천이다. 이 작품의 완성도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웃긴다. 한국에서 2007년에 만든 특수효과 블록버스터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한국 자동차 업계가 처음으로 포니, 엑셀을 만들어 수출하려는데 벤츠와 비교하며 성능분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는 그렌저 수준이다. 렉서스보다 못하다고? 어쩌라고?


심형래 감독의 의지와 제작자로서의 능력, 팀을 이끄는 리더십, 특수영상 감각 등은 위대한 수준이다. 혼자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심 감독은 사람들이 자신을 영화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슬퍼하는 것 같다. 난 심 감독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심 감독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심 감독이 개그맨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영화를 못 만들기 때문이다. 제작자로서의 위대한 능력과 감독으로서의 연출력 사이에 심대한 괴리가 있다.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워쇼스키 형제의 처럼 극강의 연출력을 보여 능력을 증명하는 것. 둘째, 제리 부룩하이머처럼 제작에 집중하면서 연출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던지 아니면 연출을 분담하든지.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정도 만든 것만 해도 기적적인 능력이다. 이 영화가 비록 최고의 영화는 아니지만 90여분 시원하게 보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세상에 넘치고 넘쳐나는 졸린 영화들에 비해 이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게다가 이것이 한국 영화라니. 내 생전에 한국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자동차가 부서지는 건 처음 본다. 심형래 만세,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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