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중음악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노래를 형편없이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팝의 교과서라 불리는 밥딜런은 웅웅거리는 저음 목소리 창법은 지금 노래를 하는건지 염불을 외는건지 알수가 없다. 롤링스톤스의 보컬 믹 재거를 보면 박자 무시 정도는 기본이요 제멋대로 불러재끼는 음정은 지금 울나라 음악판이었다면 퇴출감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산울림의 김창완 아저씨의 가창력은 아무리 잘 봐줘봐야 보통사람 평균밖에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늘 라디오에서 울려퍼진다.
2.
미로밴드가 망쳤다는(!) 'smells like teen spirit'이란 노래 때문에 덩날아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한다. 근데, 궁금해지는 게 있다.
커트 코베인은 노래를 그렇게 잘했을까?
너바나가 등장하기 전인 80년대는 헤비메탈의 절정기이자 동시에 쇠퇴기였다.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헤비메탈은 락의 장르 가운데서도 대단히 하기 어려운 장르다. 이들은 화려한 사운드와 특유의 강렬함을 무기로 70~80년대 대중음악계을 석권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 초기의 박진감 넘치는 신선한 음악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이제 고음만 질러대고 기타만 화려하게 갈겨댔지 별다른 개성도 없이 늘 비슷비슷한 밴드들만 나오는 헤비메탈에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람들의 앞에 너바나가 나타난 것이다. 너바나의 음악은 단순 무식 저돌적이었다. 날고 기는 헤비메탈 보컬리스트에 비하면 커트 코베인의 보컬은 잘부르기는 커녕 오히려 '음치' 수준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기교도 없는 그의 목소리가 지친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왜 그랬을까?
너바나의 곡 territorial pissing을 함 들어보자(파일첨부했음). 마지막에 이어지는 커트의 개짖는 절규를 어디서 들은 듯 하지 않은가?
3.
우리나라 사람들은 멜로디를 좋아한다고들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보컬이 부르는 주선율이다. 울나라에 노래방이 그렇게 많은 이유도 이런거고... 가요를 즐겨듣는 사람은 함 찬찬히 생각해보라.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도입부나 악기 연주가 생각이 나는가. 멜로디는 생각이 나도 이런 것은 무의식중에 흘려 넘겨듣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원체 우리나라 가요가 멜로디를 중심으로 만드는 노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 음악을 이루는 것이 멜로디 뿐이겠는가. 서양 클래식 음악은 기본적으로 화성이 중시되는 음악이고 흑인음악은 리듬 빼면 시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악=노래' 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있다. '노래를 잘부르는 것=음악을 잘하는 것' 으로 속단해 버린다.
이러한 이유로 울나라 가요판은 늘 '가창력'을 '검증' 한다. 노래를 잘부르면 다 실력파 뮤지션이 된다. 그렇다고 그 기준이 제대로 있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알앤비만 꺾어 부르면 무조건 가창력 좋다 그러고, 쇼 프로에서 개폼잡고 발라드 한소절 흐느껴 부르면 감동적이라면서 방청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다 그 목소리가 그 목소리, 별다른 개성도 없으면서.
4.
예술을 꼭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로밴드에게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가수를 하겠다고 했으면 그것에 완벽에 완벽을 가할 의무가 있다고. 하지만 요새 음악판 돌아가는 것을 볼 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놈의 표절은 울나라 가요의 고질병이 되어버려 이젠 아무도 문제삼지 않고 S모 기획사의 모씨는 '립싱크 장르론' 따위의 새날아가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하는 판이다. 소위 '만능 엔터테이너' 라 불리는 양반들은 하라는 음악은 안하고 각종 쇼 프로그램에서 말 그대로 쇼나 하면서 인기가 사그러들만 하면 솔로 데뷔니 누드 화보니 찍어대며 구차한 가수인생을 징그럽게 우려먹고 있지 않은가.
노래를 좀 못불렀다는 이유만으로는 경멸과 야유의 대상이 되면서 음악 자체를 내팽게친 주제에 소비자를 우롱하는 자들은 '감미로운' 목소리 하나로 앨범을 팔아먹고 칭찬을 받는다.... 진짜 욕먹을 넘들은 따로 있지 않을까?
5.
분위기 있는 와인도 좋고 시원한 캔맥주도 좋지만 때론 밤새도록 쓰디쓴 깡소주에 취하고 싶은 힘든 날도 있다. 세상이 원래 다 그런법이다. 다른 것에 있어서는 알면서도 유독 음악에 있어서는 아름다운 것, 고운 것, 부드러운 것만을 원한다. 이런식의 고정관념은 좀 버릴때도 되지 않았나.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smells like teen spirit' 을 SG워너비의 소몰이창법이나 고운 발라드 버전으로 불렀다면 어땠을까? 좀 느끼하지 않았을까?
노래에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미로밴드는 그 노래를 '개같이' 불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잘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 앨범 한장 낸적 없는 젊은 뮤지션을 가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탄의 대상으로 삼기 전에 그들이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는지, 한눈 안팔고 열심히 음악 하는지 기대를 갖고 함 꾸준히 지켜봐 주자.
※보너스. 글읽느라 귀찮았을 사람을 위해 동영상 하나 올린다. smells like teen spirit을 얀 코빅이란 양반이 코믹/엽기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smells like nirvana. 동영상을 올릴 수 없는 관계로 그냥 클릭해서 유튜브에서 보라;
http://youtube.com/watch?v=ixyTNd-Ln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