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디워'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난생처음 조조가 매진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조금은 아쉽지만 오랫만에 찾은 영화관이라 다음 시간표를 예매한다.
(중략)
글쎄, 이 영화가 그렇게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스토리, 글쎄...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보는 이유가.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기다렸던 이유가,
지금껏 매체를 통해 떠들었던 이유가,
심형래 영화의 스토리가 미국의 어떤 영화의 시나리오보다
뛰어나는 이유에서였던가...
지금껏 주장해온 것은 미국의 그래픽기술과 견줄 수 있는 비주얼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뜬금없이... 스토리가 엉성하니까...
'디워'의 노력을 가리고 개쓰레기로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영화의 그래픽은 훌륭했다.
설사 그 영화가 기대했던 것보다 못한 영화로 나왔다 손치더라도 심형래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잠을 줄이고 고생했던 많은 스탭의 고생을 짓밟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그들이 과연 개쓰레기 영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렇게 밤잠을 줄이면서 그 영화를 만들었을까... 그들이 수년을 공들여 무언가를 탄생시키겠다고 애쓴 노력을 그렇게 쉽게 말한마디로 까뭉개기에는 이 영화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겪었을 그 노력과 눈물이... 너무 훌륭하다.
영화의 후반, 조조의 매진에 이어 오전부터 가득 메운 사람들 속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극장은 어느 새 기이할 정도로 흥분의 분위기로 기립박수가 터진다.
참 오랜만에, 시사회도 아닌 극장에서 박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를 본 것보다 더 재미있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 영화가 그렇게 못 마땅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감독이 주고자했던 메시지를 후기로 담아서 엔딩에 삽입시켰다고... 미국만 만들줄 알았던 화려한 CG를 우리도 따라했기 때문일까... 바보스럽고... 고집불통에 사기꾼소리를 들으며 영화에 미쳤던, 거기다 한국에서 그렇게 천시하는 개그맨이 만들어서...
이 영화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 CG, 미국과 견줄만한 기술, 이 영화에 투자한 -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영화인들이 배아파할 정도의 거금 - , 미국 시장의 1500여개의 개봉관, 바보 심형래의 연출작, 초반의 흥행력,
아니,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할 수 있다... 는 것이 아닐까...
내가 버리지 않는 한 꿈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 같은 것...
바보 영구를 보면서 바보 심형래처럼 되고 싶어 했던 아이들,
그 아이들이 다 자라 지금의 어른이 되고, 어린 날의 꿈과는 다르게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키운 아이들과 이 영화를 보러 왔을 때, 이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스토리?
누가 만든거야?
이무기가 뭐야?
저게 무슨 기법으로 만들었지?
어쩌면... 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나도 크면 저것보다 더 좋은 영화 만들어야지...
저 아저씨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어...
그렇게 자라서 그들은 바보 심형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영화감독 심형래를 기억할 것이다.
미래는 어떨지 모르겠다.
다만, 바보 심형래가 만든 바보같은 영화 '디워'가 시작이란 것이다.
늘 부러워하면서 '스타워즈'를 보고 '수퍼맨'이 이 지구의 영웅이라고 알면서, '이티'와 외계괴물은 늘 미국땅에 먼저 온다는 사실을 속으로 부러워하면서 질투했던 우리들은,
어쩌면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태극기를 배경으로 날아다니고, 우주괴물과 맞서싸우는 것을 지겨워하며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때, 심형래 감독의 '디워'는 기억에 없을지 모르겠다.
그런 영화도 있어서 하고 말지도 모를테지만...
분명 SF를 즐기고 판타지를 즐기며, 스크린 속에서 어색하지 않은 CG로 그런 류의 우리나라 이야기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혹은 영화인들이 맨날 조폭영화만 만든다고...
시나리오 작가들은 혹은 영화인들이 사랑이야기 밖에 못 한다고...
드라마 작가들은 불륜 스토리 밖에 못 쓴다고...
과연 그럴까...
외계를 배경으로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스토리를 쓰면 누가 만들어 줄건데... 화려한 CG로 태권브이를 스토리로 해서 영화 만들자면... 누가 만들어줄건데...
이 땅을 양분시킬 정도의 말다툼으로 번진 것에 대해서 안타까우면서 그런 류의 흑백논란에는 반대한다.
나는 우리의 가능성을 믿게 해주고, 꿈을 버리지 않으면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만들어준 심형래 감독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 사람이 어떤 인간성을 가졌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영화관에서 눈으로 목격한 기립박수를 받을 존재는 된다는 것이다. 그가 지금껏 달려온 시간 속에 담겨진 아픈 기억과 고투의 나날들에 박수를 보낸다.
결코 '디워'는 쓰레기라 치부할 정도의 그런 영화는 아니다.
소심한 나는 기립박수의 가운데 엔딩크래딧이 올라갈 때까지 앉아서 소심한 박수를 치며 영어자막의 한국인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자랑스러운 그 이름... 그 이름을 엔딩크래딧에 올린 그들... 심형래와 함께 얼굴 없는 노력가들, 그들에게 다시 박수를 보낸다.
바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바보 같은 영화 '디워'
그 바보 같은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진정 이 세상은 바보가 아니면 행복하게 살 수 없는가를 생각해본다.
모두가 하지 말라고 말릴 때 바보처럼 하겠다고,
해보지 않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바보스럽다는 것을 가르쳐준 바로 바보 같은 영화 '디워' 그 바보 같은 영화를 만든 살아있는 진짜 '바보 심형래'
미쳐야 미칠 수 있다.
이 세상에 진짜 바보들이 많이 생겨난다면 정말 좋아질 것 같다.
약지 않고 고집스러운 바보들...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을지도...
:: 이 동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가슴이 울컥해서... ::
2007년 8월 14일 화요일
전경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