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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스위스 ‘마날리’ 한철 배낭여행자의 인도방

김정삼 |2007.08.18 18:55
조회 107 |추천 1
인도의 스위스 ‘마날리’ 한철 

배낭여행자의 인도방랑기 3

멀리 보이는 흰 만년설이 더 이상 멀리 있지 않은 곳. 그 아래 하늘을 찌르듯이 솟아있는 빼곡한 삼나무숲, 북적거리는 도시 풍경, 복잡한 살림에 심신이 지쳐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인도의 스위스, 마날리’에 가보기를 권한다. 글·사진 김정삼

히말라야로 떠나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는 인도의 버스길, 한참 달리다보면, 피로감에 지쳐 어디에서라도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렇게 지친 모습으로 일행이 도착한 곳이 인도의 북서부 지방 마날리다. 하지만 마날리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피부로 와 닿은 신선한 공기. 평균기온 35도를 오르내리는 열대 인도기후에서 탈출.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 맑은 가을날, 한국의 내장산이나 설악산에 소풍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시외버스 정류장을 품에 안은 듯, 둘러 싼 고산들을 보면 마날리에 대한 호감을 바로 느끼게 된다. 해발 1900m 고산지대. 지리산 천왕봉 높이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이곳에서는 일상이다.  
  

히말라야 설산을 처음 만나는 마날리 아침
여행자의 눈길을 처음 사로잡는 건 삼나무숲이다. 길게는 40m까지 이르는 큰 키와 두 손으로 품에 안아도 양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자란 삼나무들이 온 도시를 감싸고 있다. 산등성이 곳곳에 여행자들을 위해 지어진 각양각색 별장들도 물론 볼거리로 충분하다. 아울러 도시를 가로지르는 계곡에서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걸러지지 않는 빙하의 물이 고스란히 흘러든다. 
히, 말, 라, 야. TV에서 봤거나 지도책에서나 마주치던 히말라야를 직접 눈으로 본다는 건 여행자에게 ‘여행의 끝’을 직감하게 한다. 더 떠날 것이냐, 이대로 돌아갈 것이냐.  마날리는 히말라야를 오르는 관문 도시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산 자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은 마날리의 아침을 잊지 못한다. 이른 아침, 여행의 숙취에서 깨어나 게스트 하우스 방문을 열고 나오면, 저 멀리 산 위에 희게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있다. 처음엔 ‘그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보다가,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히말라야다. 금새 탄성이 일어난다. 만년설이 뒤덮힌 영혼의 땅이 눈앞에 서 있다. 세상에 태어났다면 한번쯤은 내 발로 디뎌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곳. 마날리는 히말라야 산맥 바로 밑 마을이다.
         
패러글라이딩으로 본 고산도시       
인도인들에게 마날리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고 했다. 여행자들도 현지인의 자랑섞인 설명을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인구 10억이 내뿜는 소음과 쓰레기, 살림살이의 부산함을 인도의 전부인양 알고 있다가, 뽀족 지붕이 인상적인 별장 도시 마날리를 본 다는 게 누구나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일행은 마날리에 여장을 푼 다음날, 도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공법(?) 여행을 하기로 했다. 바로 패러글라이딩을 타기로 한 것. 마날리에서 맞바람이 유명한 3000m 고지에서 지상 최고의 레포츠를 하기로 했다. 일인당 비용은 1천 루피(한화 2만5천 원). 그 고지를 찾아가는 길도 여행 과정이다. 특별한 여행, 도로 사정이 좋지 않는 인도에서 3천 고지를 차로 간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짚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 시간 여 남짓 달리고 나서야 차는 멈춰 섰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서 꼭대기까지 다시 오르는 길은 등산. 일행이 정상에 오른 시간은 정오 12시 경. 오전에서 오후로 시간이 넘어가는 찰나였기에, 산 아래 풍경은 구름 모양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다. 그야말로 ‘둥실둥실’, 우려했던 것 보다 자연스러운 비행이 펼쳐진다. 발 아래 마날리는 지도 위 풍경이다.  마날리를 가로지르는 마날수라는 계곡에서 흐르는 강, 삼나무숲, 양떼, 사과밭, 구획 정리로 무언가가 촘촘히 심어진 밭떼기 등등. 무엇보다 마날리를 둘러싼 고산들과 어깨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넉넉함이 내내 들뜨게 한다. 마날리 패러글라이딩은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레포츠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마날리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마날리는 히말라야 산맥을 흐르는 맑은 빙하가 흘러 내리기에 인도 북부에 공급하는 생수의 50%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 물로 만든 맥주는 한국 맥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고, 그 물에서 뛰어노는 송어요리도 일품이다. 아울러 마날리는 사과 주산지다. 히말라야 물과 햇빛이 만들어 낸 사과는 그 맛이 정말 달다. 그 물에서 여행자들이 묵는 숙소 마당에는 어디엘 가나 사과나무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 자주 보는 부사와 홍옥 계통의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나는 이 누구나 무료로 따 먹을 수 있다. 사과 인심은 넉넉한 곳이다.
힌두어로 마날리를 풀어보면 사연이 있는 이름이다. 도시 지명은 힌두의 마누신이 배를 타고 내려온 곳이라는 전설이 어린 곳. 힌두어로 주거지를 뜻하는 ‘아라야’가 마누와 합쳐 마날리가 됐다고 한다. 그 지명 얘기처럼 구 마날리 삼나무숲 속에 있는 목조 사원은 그 형태가 유례가 없어 인도에서도 유명하다. 양뿔이 걸려있는 사원은 이 지방의 독특한 풍습을 보여준다. 


죽음의 도로를 지나는 ‘로탕패스’ 체험
마날리가 유명한 이유는 또 있다. ‘히말라야 신들의 낙원’이라는 라다크 지방 ‘레'로 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평균 고도 3500m 고지에 있는 레는 ’죽기 전에 꼭 가보야 할 곳‘으로 세계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그 경계가 시작되는 마날리는 전진기지다. 마날리에서 20시간. 그 레를 가려면 목숨을 건 자동차 도로를 달려야 한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도로, 운전에서 잠시 긴장을 놓으면 끝없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일이 현실로 일어나는 곳이다. 레로 떠나기 전 만나는 로탕패스는 마날리 도심에서 2시간 가량 달려야 한다. 히말라야 설산으로 떠나는, 레로 가는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곳이기도 하다. 산 곳곳에 불교의 흔적이 남아있어 고산지대의 신성함을 더한다. 로탕패스를 가는 길에는 오색의 룽다 깃발이 쉼터 곳곳에 걸려있다. 이 위험한 도로를 달리려면 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누구나 믿게 되는 곳이다.  2m가 넘는 큰 날개를 펼치며 고산을 넘나드는 곤돌라의 비행은 여행자의 조바심을 넉넉하게 격려하는 중이다. 레로 떠나기 전 신의 영역 히말라야를 오감으로 느끼는 현장이다.

로탕패스 마지막 고지는 히말라야 산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한 시간 가량 말을 타는 데 300루피(한화 7천5백 원). 말들이 흰 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3500m 정상까지 알아서 안내한다. 30도 넘는 날씨 속에서 지내 온 인도에서 로탕패스 평균 기온 10도 가량 날씨는 그야말로 한겨울이다. 함께 여행을 온 인도인들은 흰 눈을 만져보면서, 감격에 찬 표정을 짓는다. 인도인들에게 눈(雪)은 힌두의 주신 시바신이 살고 있는 영험한 땅을 밟았다는 것이고, 특히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건 무한한 영광이다. 인도인들의 천진난만한 환한 웃음이 기억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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