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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고양이 뚱이의 죽음

방호석 |2007.08.20 22:51
조회 79 |추천 1

지금 회사가 혜화동에 있을 때..

회사 식구들이 정말 이뻐하던 동네 고양이가 있었다.

 

그 고양이는 사람이 다가와도 도망가지 않고

쓰다듬어주면 기분좋게 그르릉 거리고

먹을 것을 주면 부비부비하는...

고양이스럽진 않지만 왠지 정가는 놈이였다.

 

우리 회사사람들은 뚱이라 불렀고

건너 애견샵 식구들과 부뚜막 공방에선 온달이라 불렀고

지나가는 아줌마는 나비라 불렀고

길건너 구멍가게 아저씨는 냐옹이라고 불렀다.

 

누가 뭐라고 부르던 뚱이는 항상 센티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정말 느긋하게.......걸어오곤 했다.

 

처음엔 마냥 불쌍해 천하장사 소세지 하나 사서

먹였던게 인연이 되어 쌀쌀할 땐 회사에서

자고 가기도 하고 밥먹으러도 오는 친분을 쌓았다.

 

못생기고 상처입고 뜯기고 살찐 몸이지만

지나가는 사람 누구하나 돌을 던지지 않았고

항상 쓰다듬었을 만큼 사랑스런 녀석.......

 

작년 10월 회사가 이사하면서 뚱이와 작별하게 되었다.

 

윗층 극단 사람들께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애견샵 식구들께 소식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아쉽게 아쉽게 혜화동을 떠났다......

 

가끔 뚱이 이야길 하며 회사사람들은 추억에 사로잡혀

퇴근 후 혜화동으로 달려가기도하고...

주말에 근처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뚱이의 구역으로 가 뚱아~ 부르기도 했다..

 

엊그제....애견샵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더랬다.

뚱이가 죽었다고...

술취한 사람이 발로 걷어차 갈비뼈가 부러져

심장과 폐를 뚫었고....3일간 너무나 아프게 지내다가

죽었다고 했다....

 

정감있었던 혜화동.....

신경질 적인 압구정동에 데리고 오는 것보다

훨씬 뚱이에게 행복한 곳이라 생각하며 두고왔는데......

혜화동 사람들은 절대 뚱이를 해치지 않을 꺼라 생각했는데..

 

그 놈.....사람 너무 좋아해서....

술취한 개새끼든 미친놈이든

그냥 자기 부른다고 귀찮은 표정 지으면서도

자기 불러준 정에 이끌려 뒤뚱뒤뚱 걸어가다가 그렇게....

 

뚱이는 계속 혜화동에 남아 혜화동을 바라보며 행복하길 바라며

높은 혜화문의 언덕에 묻어 주었다고 한다.....

많이 아픈 뚱이 끝까지 포기 안하고 병원을 뛰어다녀 주시고..

뚱이 잘 보내주신 부뚜막고양이 공방식구님들 너무 감사하다....

 

뚱이는 정말 모두의 고양이였는데...........너무 보고싶다...

 

 

뚱이 그렇게 만든 사람....이 곳에 올리도 없겠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쓰레기 같이 취급했던 생명이

얼마나 사랑 받던 아이였는지 알게 해주고 싶다...

조금이라도 후회스러운 맘이 들게...

조금이라도 죄책감 들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

 

유나앵(viseul)님의 글

 

(덧붙임) 그 일이 있은후로 그곳을 지날때마다 뚱이가 있는지

찾아보다가도 아.. 가버렸지.. 라는 생각이 괜히 우울해 진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고양이를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나로서도

뚱이에게 준 정들이 보고싶어 질때가 있다.

뚱이를 처음 만난건 나였다. 술취해 회사앞 평상에 있는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와서 내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던.. 그 뒤로 위의

글을 쓴 우리 회사 직원을 포함하여 전부 회사 냥이가 되었었다.

멍청하게 사람좋아하다 사람에게 상처받아 버린 놈...

괜히 오늘따라 더 보고 싶네.. ^^;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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