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 예쁘게 꾸미던 전례를 복식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60년대의 공작새 혁명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공작의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한 것처럼 미래에는 남성복이 더 화려해질 것이라는 이론이다. 현대에 들어서 남성을 위한 옷이 보통 어두운 색상의 테일러링 수트였다면, 그들의 의상이 화려해지는 현상은 게이 패션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려한 색상의 카라 없는 재킷, 슬림 핏의 바지와 부츠 등의 아이템이 소개되었던 것. 1960년대에는 비비드한 프린트 셔츠와 함께 프릴과 크라바트-남성들의 목을 장식하는 천-가 돌아왔다. 이후로 남성과 여성이 같은 가게에서 같은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유니섹스 룩이 크게 증가했다. 공작새 혁명은 당시 유행한 사이키델릭과 함께 화려한 컬러 시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곧 이어 대중문화가 확산되면서 유명한 락 스타들의 복장은 사이키델릭 룩의 절정이 되었다.
알려져 있듯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컷의 외형이 더 아름답게 발달했다. 10%의 수컷만이 자손 번식의 영광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최상의 자손을 남기려는 본능에 따라 힘 또는 외적인 아름다움, 먹이 구하는 능력으로 암컷에게 선택 받는다.
인간 세계도 마찬가지. 남성을 위한 사회, 경제 구조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선택 받기 위해 외모에 투자 했다면 이제는 파워를 갖춘 여성들의 등장으로 그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느 시대에나 외모 꾸미기에 각별한 애정을 쏟던 남자들은 존재했다. 조선시대에도 우리는 여성들이 가체를 위해 집 한 채 값을 들였다고 만 알지 남성들의 실상은 잘 모르고 있다. 성리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옷으로 자신을 과시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교복을 입으면 가방이나 신발, 하다못해 필통 등으로 자신이 남과 다름을,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 아닌가. 다시 말해 담배 케이스, 갓 같은데다 집 한 채 값을 들인 것이 조선시대 양반님들이었던 것.영화 의 등장인물들이 명함종이에 계란 껍질이 있네 없네 하면서 상대방의 부를 가늠하는 것처럼 그런 종류의 소비와 치장은 자기 만족이자 과시였다. 시대는 바뀌었고 소소한 소품으로 만족하기 어려워진 남성들은 옷을 비롯한 외형적인 모든 것들로 그 범주를 넓혀 개성 뿐 아니라 마인드를 표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현재의 남성복은 여성복만큼이나 다채로워졌다. 그 동안 남성들이 외면하고 금기시했던 화려한 칼라, 섬세한 디테일 등 여성적인 조형 요소들이 적용된 남성복이 오히려 남다른 남자로 보일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현대 여성복이 실용성 측면에서 대부분 남성복의 요소를 도입하여 발전한 것이라면 미래의 남성복은 폭 넓은 개성과 신체의 자유로움을 위해 여성복을 차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전 모 카드 회사의 광고에서 미니 스커트를 입은 남성들이 등장했었다.뭐 당장은 아니더라도 혹시 아나? 이번 가을, 내년 봄에 밑 위 길고 헐렁한 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던 남자들이 그 다음 시즌에는 치마를 입고 나타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