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더군
옷이 흠뻑 젖어서는 그 모습이 꼭 생쥐 같았지
나는 직업병이 도져서 그 남자에게 다가갔어
나도 종일 사람에게 시달린터라 꿀꿀했던 탓에
맥주를 한캔 들이켰지
남자는 의아한 눈으로 보더니 표정이 요상해졌어
얼마지나지 않아 우린 술친구가 되었고..
" 바보같아 보이지만 딱히 수가 없어요,,"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다는 그 남자는
길을 잃었대.
아아,, 그런 길말고 인생의 길을.
사정은 딱하더군,,
아버님은 알콜환자로 입원해 있고,
어머닌 재혼하셔서 가버리셨고
형제는 타락의 늪에 빠졌다더군..
본인은 오늘 공장에서 짤린 처지.
워낙 기반이 없는 가정환경 탓에
교육은 원하는 만큼 받지 못했고-
수리공이 되어 열심히 일하다가
노름과 술의 유혹에 빠져 모은 재산을
탕진해버렸다지..
" 살아봐야 뭐있겠어요-
이젠 지긋지긋해요- "
묵묵히 듣던 난 나의 얘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어.
폭력으로 찌든 과거를..
사업을 하시던 아버님은 외박이 잦으셨지
의심이 심한 어머님은 그럴 때마다 추궁하셨고
결국은 언성이 높아지고 폭력이 즐비했어
그 싸움소리가 익숙해질쯔음,
이혼을 하신 부모님
사춘기에 새아버지를 만난 나는 그래도 잘따랐어.
그 추악한 만행이 있기 전까지는..
끔찍했던 그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출을 했고 그 후엔 지금까지 집엘 들어가지 않았어.
서른이 넘도록..
삐뚤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
그러면 추한 인생이 더 추해질 것이기에.
친척집을 전전하며 독하게 학업을 마쳤고
심리치료사가 되기까지 그 고충은 감당해내기 어려웠어.
내겐 여동생이 한명있는데..
그앤 아버질 따라 갔다가 심한 폭력에 시달리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있어.
치료하기엔 이미 늦은 상태였지..
매일 그아이의 악몽을 꿔-
도와달라고.. 꺼내달라고..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어
돈? 지금에서야 그까짓게 무슨 도움이 되지?
몇번을 사회에 복귀시켜봤지만 자해가 심해서
잠시도 눈을 뗄수가 없었어.
내손으로 다시 동생을 입원시켰지.
얼마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왔더군-
물론 발길한번 두지 않았어..
세상엔 놀라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지만
모두 쉬쉬- 하는거야
조금쯤 문제가 없다면 그게 이상할 정도지..
같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걸 가뿐하게 넘기거나,
웃으며 넘길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럴수록 더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는 세상은 행복해 보이는거라고..
좀더 밝아 보이는거라고..
어느새 해는 뉘엿이 지고 있었고
우린 잠시 말이 없었어
헤어질 쯔음 남자는 말하더군-
아직은 최선을 다해야 할 때 같다고..
- "달콤한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