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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결핍’ 치료할 자연이 필요해

이기옥 |2007.08.25 21:31
조회 88 |추천 4


 

요즘 대다수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은 책 속에서나 존재하는 개념이

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 뺑뺑이’에 시달리고, 남는 시간마저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다 보니 계절의 변화를 박제된 지식으로만 접할 뿐, 몸과 마음으로 느낄 여유가 없다. 흙을 만지며 놀기는커녕 밟을 기회조차 그리 많지 않다.


어린이 비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증가, 감각의 둔화 등은 아이들을 교실과 학원, 고층 아파트에 ‘가둬놓고’ 키운 결과 빚어진 병리 현상이다. 미국 브랜다이스대 석좌교수인 리처드 루브는 최근 국내에서도 출간된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서 이처럼 아이들이 자연과 점점 멀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를 “자연결핍 장애”라고 정의하고, “자연과 아이들의 재결합”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아이들과 자연의 끊어진 관계를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이 과잉행동·우울증 증가
숲놀이·산책 즐기고 텃밭 가꾸면
생태적 감수성 키우기 도움

■“숲속이 놀이터보다 재밌어요”=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여기소마을에서 북한산자락으로 이어지는 숲길. 환경운동단체인 생태보전시민모임의 ‘숲속 자연학교’ 수업이 한창이었다. 숲속 자연학교는 도시 아이들에게 계절의 변화에 대한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 주고자 시민모임이 매주 수요일 운영하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6살에서 8살까지의 아이들은 숲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오르며 나뭇잎에 붙어 꿈틀거리는 애벌레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봤다. 함께 온 엄마에게 “애벌레를 집에 가져가 키우겠다”고 조르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식물을 관찰하는가 하면, 풀잎으로 손수건에 물을 들이는 놀이를 하며 2시간 동안 자연과 하나가 됐다.

초등학교 1학년 이선재(8)양은 “이곳에는 풀과 흙, 작은 곤충들이 있어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양의 엄마 고경희(38)씨는 “장난감을 사주면 며칠 못 가지만 숲에 데려다 놓으면 별다른 놀잇감이 없어도 오히려 잘 논다”고 말했다.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다”=‘숲속 자연학교’처럼 환경운동단체들이 운영하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전문가의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유익하다. 하지만 꼭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멀리 떠나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태보전시민모임 생태교육팀 활동가인 이영선씨는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만 가도 매우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고, 아파트 화단과 길가에서 자라는 이름모를 꽃과 풀도 훌륭한 관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이나 학교까지 가는 길에 어떤 풀과 나무가 자라는지 살펴보고, 그 식물들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을 아이와 함께 꾸준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충분히 키워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회장인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산책과 텃밭 가꾸기를 제안한다. 임 교수는 “산책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자연물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변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매일 산책을 하면 아이들이 오감으로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 “텃밭이 없더라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스티로폼 상자나 큰 화분에 채소를 기를 수 있다”며 “손수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수확을 해 먹는 경험을 한 번만 해봐도 감성과 영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생태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는 전북 익산 리라자연유치원 김용님 원장(서해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은 △흙이나 풀밭에서 맨발로 걷기 △꽃향기 맡아 보기 △나무 껍질 만져 보기 △돌멩이 관찰하기와 같은 활동도 작지만 의미있는 일상생활 속 생태교육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여러 연구 결과에 비춰 볼 때, 이렇게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란 아이들은 심성이 곱고, 교실에서 책으로만 배운 아이들보다 상상력과 호기심, 창의력도 뛰어난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다 보니 눈을 들어 멀리 내다볼 기회가 없습니다. 시야가 좁다 보니 영혼도 왜소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섬세한 몸의 감각도 점차 잃어가고 있고요. 아이들이 생명의 결대로 살아가게 하려면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임재택 교수는 “가둬 기르는 양계닭이 아니라 놓아 기르는 토종닭처럼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과 친해지는 산책 법칙 ‘매일, 가까운 곳부터’

산책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등이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에서 10여년 동안 실천해 온 경험을 토대로 펴낸 〈얘들아! 산책가자〉에는 아이들과 산책을 즐기는 방법이 잘 정리돼 있다.

■언제 갈까=산책은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맑은 날뿐만 아니라 흐린 날, 비 오는 날에도 산책은 가능하다. 비에 젖은 풀잎과 나무와 바위의 모습을 보고 지렁이나 달팽이를 관찰하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비에 옷이 젖거나 흙탕물의 감촉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어디로 갈까=가까운 곳에서 시작해 작은 동산, 학교 운동장 등 차츰 먼 곳으로 나간다. 처음에는 다양한 장소보다는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가는 것이 좋다. 매일 같은 곳을 가다 보면 길도 익히고 자연의 변화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에도 작은 공원, 언덕, 실개천 등 ‘틈새의 자연’은 있다.

■무엇을 할까=자연물을 보고 만지고 냄새맡고 맛보면서 온몸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풀로 풀뜯기, 돌멩이로 연못 만들기, 물수제비 뜨기 등 자연물을 이용한 놀이도 할 수 있다. 여름 산책길에는 꽈리 불기, 봉숭아 물들이기, 매미 잡기 등의 놀이를 해보자. 자연물을 채집해 보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산책 나가 주운 돌멩이나 곤충, 나뭇잎 등을 보물처럼 소중히 여긴다.

 

자료제공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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