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모습과 웃음소리에 보는나도 즐거워진다 이윤정감독을 보니...
"18회분 감독보고나서..."
마침내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불이 꺼졌다. MBC 월화드라마 의 마지막 촬영이 있던 지난 8월 26일. 이 드라마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이었던 ‘커피 프린스 1호점’ 앞에 모인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숨 죽인 채 카페의 소등을 지켜보고 있었다. 커피 프린스의 불이 꺼지는 마지막 회 마지막 컷. 조용한 ‘OK’ 싸인이 떨어지자, 아까부터 울먹이던 윤은혜는 기어코 울음을 터트렸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은 서로 얼싸안고 넉 달 가까이 함께 해준 서로를 다독였다. 곧 샴페인이 터지고 맥주가 부딪히고 행가래를 치고 소리를 질렀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긴 시간 달구어진 그 여름밤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종방 후 최초로 만난 이윤정 감독과 의 인터뷰는, 그렇게 기분 좋은 소음을 BGM으로 깔고, 프린스들이 삼삼오오 모여있곤 했던 ‘커피 프린스 1호점’ 의 1층 테이블에서 진행되었다.
: 방금 전 마지막 회 마지막 컷을 찍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이윤정: 그냥 오히려 덤덤하다. 방송은 7월 2일부터 2달 정도였지만, 촬영은 4월 30일에 스타트해서 오늘이 98일째, 거의 100일 정도를 찍었다. 끝났다는 것도 믿어지고, 섭섭함보다는 오히려 기분 좋은 느낌이다. 되게 좋다. (웃음)
: 체감 시청률로는 한 50%는 될 만큼 한동안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늘 이야기가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사람들의 반응을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같더라.
이윤정: 그랬던 것 같다. 한 4, 5회 나간 후에 좋은 반응들이 많이 들려오고, 이 사람 저 사람 어떻다 얘기들을 많이 하니까 그런 저런 반응들에 휩쓸리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오히려 잘 안 들으려고 했다. 나는 지금 이 한 신을 재미있게 찍는 게 너무 중요하니까 다른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따박따박 촬영에만 집중하면서 갈 수 밖에 없었다.
: 마지막까지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을 쏟긴 했지만, 은찬이 여자임을 밝혀지고 한결과의 모든 오해가 풀린 후부터는 극적인 긴장이나 밀도가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그냥 보던 거니까 관성으로 본다, 는 시청자들도 꽤 있었고.
이윤정: 끝으로 가면서, 확실히 16부작 미니시리즈가 너무 긴 호흡이라는 게 느껴졌다. 12회 넘어가니까 찍는 사람도 조금 지루해졌다. 사실 우리는 12부에서 드라마가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 결국 16부라는 긴 호흡을 가져가는 부분에서 실패한 건가.
이윤정: 확실히 16부는 그만큼 시간을 많이 들였음에도 너무 급할 수밖에 없다. 내가 지구력이 없는 것 일수도 있는데. 다음이라고 호흡조절에 대한 감이 생길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16부작이라는 형식 자체가 가진 모순이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들이 한 회를 두 개 정도의 큰 사건을 중심으로 쓸데없는 액션과 리액션으로 첨철된 구성을 보여 왔던 것도 이런 이유가 있는 거다. 마음을 읽어나가는 16부작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다. 70분짜리 16부작은 같은 식의 대하사극이 아니고서야 그 밀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40분짜리 12개 정도면 맞을 것 같다. 물리적으로 인간이 자기를 깨끗한 상태로 두고 자기 마음이 어떻게 움직여지는지를 바라볼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한데 그게 너무 없다. 우리는 그나마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공장의 붕어빵처럼 딱딱딱 찍어야 했으니까.
: 반쯤 찍고 시작했었나?
이윤정: 아니. 6회 반, 7회 정도 찍고 출발했다. 사실 방송 전까지가 제일 재미있었다. 부담도 없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촬영 자체가 재미있었다. 1, 2회 방송 나갈 때는 너무 부담이 많아서 힘들었다. 겁이 났다. 한 컷, 두 컷이 이어져 70분이 나간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 사실 세련된 감독이면 스스로 재미없어도 재미있는 척하고 찍었을 텐데. (웃음)
이윤정: 그러게, 하지만 정말 그랬다. 재미없었다. 팔팔하지 않았다. 대본을 처음 보여줬을 때 데스크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미쳤냐? 여자라는 거 더 빨리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관심 있는 건 밝혀지기 전까지의 긴장이었다. 그렇게 10회 이상을 갔는데 정작 그게 밝혀지고 나니 막막한 거다. 그러다 보니 12회에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후로 고생은 했지만 속상하진 않았다. 그게 뭐 큰일이라고. 이미 그 안에 할 얘기들은 이미 다 했는데.
: 할 얘기는 뭐였을까?
이윤정: 당연히 사랑이다. (웃음)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 형태가 무엇일까. 나는 왜 이런 마음이 들까, 왜 떨릴까, 왜 흥분될까, 왜 아플까, 왜 좋을까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 이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그 형태들에 대한 이보다 더 디테일 할 수 없는 묘사였다고 본다. 형이상학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보여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이윤정: 작가는 방에서 글로 숨 쉴 수 있는 한계치까지 글을 쓰고, 배우는 이게 내 대사려니 연기하고, 연출은 현장에서 이 공간과 이 시간을 잘 활용하고 특히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시너지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 서로가 사랑한다는 것은?
이윤정: 배우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감독이 배우를 사랑하고 배우들끼리 서로 사랑하면, 찍는 순간 기묘한 상승 작용이 일어나고 결국 좋은 신이 만들어지더라.
: 혹시 그런 상승작용이 일어났던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이윤정: 사실은 없다. 생각하면 있겠지만 딱히 하나를 꼽으라면 없는 것 같다. 조감독인 장의순 감독도 누가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냐고 물어보면 아무것도 생각나는 장면이 없다고 하더라. 그저 많은 순간들이 그랬던 것 같다.
: 이정아 작가(소설 의 원작자인 이선미 작가)를 비롯해 작가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윤정: 아예 작가가 우리 집 옆 아파트에 작업실을 내고 오가며 살았다. 처음부터 회의를 회의처럼 딱딱하게 하기보다는 노는 것처럼 자유롭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준비했다. 그 때가 정말 좋았는데(웃음). 쓸데없는 감정소모 없이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다. 먼저 같이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작가들이 대본을 써왔다. 그 다음엔 내가 그 대본 위에 한 줄, 한 줄 글로 리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본을 쓴다는 게 워낙 예민한 작업이고 답도 없다. 그런데 누군가 작업한 걸 보고 그저 즉흥적인 말로 풀다 보면 감정적으로 다치는 경우도 생기고, 자꾸 단정을 하기 쉽다. 하지만 글로 쓰다 보면 한번쯤 필터를 거치게 되기 때문에 이렇게 고쳐주세요, 요구하기 보다는 자꾸 물음표를 만들어 가게 된다. 오히려 그 리뷰의 시간은 나 자신을 설득하고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런 ‘리뷰 수정법’은 표민수 감독 방식이라 하더라. 그렇게 괴롭게 리뷰를 써서 보내면 정말 도사들처럼 내가 헷갈리고 자신 없었던 부분을 고쳐 보내줬다.
: 거슬러 올라가 솔직히 1회를 보면서 좀 걱정을 했다. 아! 이 드라마 망했구나. (웃음) 그런데 3, 4회부터 뭔가 다른 화학작용이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공유라는 배우에 대한 느낌이 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드라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정을 붙이게 된 사람들이 많더라.
이윤정: 사실 모든 배우들이 잘해주었고 열심히 했지만 공유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 혹은 공유라는 배우에 대한 내 선입견의 변화를 느끼는 부분이 가장 컸던 작업 같다. 공유를 처음 만나 한 5시간 가까이 이야기했다. 본인은 자기의 모든 이야기를 다 했다고 했는데, 나는 이야기를 듣고 카페를 나오는데 머리가 아팠다. 두통이 너무 심했다. 게다가 한결의 첫 신을 중국집에서 찍는데, 솔직히 말해 앞이 안 보였다. 캐스팅 때에도 우려가 없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겁이 덜컥 나더라. 탈출구가 안 보여.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할, 비빌 언덕이 안 보였다. 공유를 편집실로 불러서 중국집 커트를 보여줬는데, 감독님, 저 못 보겠습니다, 라고 했다. 그 전에는 자기가 찍은 드라마들을 재미있게 봤는데 이상하게 이건 못 보겠다고. 도저히 앞으로 못 나가겠더라.
결국 촬영을 안 하고 하루 종일 공유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 사람, 비빌 언덕이 너무나 충분한 사람인 거다. 그저 내가 그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것 뿐 이었다. 내가 굉장히 오만하고 선입견이 있었던 거지, 밀착해서 보니까 재미가 있었다. 왜 시청자들이 한결을 보면서 저건 진짜 공유의 모습 아냐? 라고 생각하는 딱 그 부분일거다. 그것이 이 남자의 진짜 매력인 거다. 어쨌든 그 날을 지나고, 은찬이에게 주민등록번호 부르라고 하던 호텔 신을 찍는데, 와! 정말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게 2회였다. 2회 초반. 그 뒤로 돛을 단 듯이 나가는 게 보였다.
: 은 은찬이라는 여자아이의 성장 혹은 삶의 이야기다. 캐스팅 과정에서는 이런 저런 사람들이 물망에 올랐겠지만 지금 보면 윤은혜 아닌 은찬은 생각 할 수도 없을 정도다.
이윤정: 사실 도 거의 안 보고, 를 한 20분 봤었나 그랬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황인뢰 선배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처음 만나 2시간 정도 얘기하고 나니, 신인 배우였어도 캐스팅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첫날 첫 컷부터 믿음보다 더 큰 결과를 보여줬다. 어쩌면 은찬에 대한 사랑으로 이 드라마를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내가 많이 기대기도 했고. 어느 날 은혜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주인공 인데다가, 감독의 기대까지…. 부담스럽지 않냐고. 이렇게 대답하더라. 주인공이니까 부담감이 있어요, 그런데 재미있으니까 괜찮아요, 라고.
: 을 보고는 이 감독이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을 보고나니 왜 우리가 꼭 성장해야 하지? 라고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이윤정: 김창완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철들기는 되게 쉽다, 철 안 들고 살기 어렵다고. (웃음)
: 사실 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기성의 삶의 목표 같은 것으로부터 너무 자유롭다. 물론 이 공간 안에서는 리얼리티가 있어서 이상한 느낌이 전혀 안 들지만 사실 이건 판타지로 이루어진 완벽한 성이 아닐까.
이윤정: 내가 사는 게 그래서 그렇다. 성벽을 쌓아서 그 안에 있는데 성벽이 균열이 생기면 모든 것이 이상해 보인다. 오늘 엔딩 신에 카메라가 쫙 빠져서 커피 프린스 건물을 전체를 찍었다. 의 엔딩과 같은 마음으로 일상이다 라고 생각해서. 쭉 빠지는 촬영을 하는데 너무나 마음이 이상했다. 결국 커피 프린스 안에 흩어져 있던 모든 프린스들이 다 나와서 “커피 프린스 안녕!” 이라고 외치도록 찍었다. 카메라 감독은 현실적이고 어찌 보면 성숙한 시선을 가진 사람인데, 이거 너무 유치해, 라고 하더라.
나도 아는데, 일단 찍어 보자, 해서 딱 찍었는데 뭔가 느낌이 있었다. 편집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결국 이 장면이 방송되었다 - 편집자). 의외로 그런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하림이(김동욱)는 굉장히 진지한 배우라서 늘 감독님 이렇게 막 해도 되요? 하고 의문을 가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나도 진정으로 설득이 되고 배우도 진정으로 설득이 되는 부분들이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유치해도 가는 거다.
: 이제 그런 유아적인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없나.
이윤정: 아니. 그냥 유치한 게 내 마음에 더 와 닿는다. 그런 부분이 좋을 때가 있다. 진심이니까. 강박이 아니니까. 어른처럼 찍으면 멋있어 보이기도 할 텐데. 굳이 그러고 싶진 않다.
: 피자를 둘둘 접어서 한입에 집어넣는 은찬이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다들 엄청 먹어댄다. 밥을 먹든, 과자를 먹든, 커피를 마시든, 이토록 다양한 메뉴에 이토록 많이도 먹어대는 장면들을 연출한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
이윤정: 회장실에서 첫 신을 찍을 때였다. 마지막 컷에 김영옥 선생님이 뭔가를 오도독 깨물어 드시도록 했다. 커트에 잡히든 안 잡히든 항상 회장실에는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다. 한결이가 처음 오는 신에서도 박하사탕을 꺼내 던진다. 사실 회장실이라는 공간이 사람을 굉장히 권위적으로 억압하는데, 그런 순간이 너무 웃긴 것 같았다.
잘은 몰라도 회장실의 회장님도 사실 우리랑 똑같지 않을까. 양말 벗고 운동하거나 요가를 하거나 TV 보거나 야한 동영상을 보거나.(웃음) 뭔가 생동감 있는 액션을 주려고 보니 먹는 것을 선택 한 거다. 그런 딱딱한 룰을 깨는 데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은찬이 집에 들어가면 모두 늘 과자봉지를 달고 사는 건 그 공간의 사람이 친밀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거고. 일단 뭔가를 먹으면 드라마에서 늘 나오는 딱딱한 자세를 벗어날 수 있어서 편안하고 좋았다.
: 출생의 비밀, 재벌아들, 집안의 결혼 반대 등,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의 잔재로 볼 수 있는 부분들을 굳이 이 드라마에 들고 들어온 이유는 뭘까? 이왕 들고 들어왔으면 잘 써먹어야 할 텐데 의외로 아무 긴장감 없이 맥없이 그 산들을 넘어버리니까. 이 사람, 일부러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오히려 이런 클리셰의 꼬리뼈들을 드러내놓고 정면돌파 하겠다는 치기처럼 보이기도 했고.
이윤정: 그건 긍정적인 해석인 거고, 사실 겁나서 들고 왔던 거다. 12부 이상의 드라마를 짜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져온 설정이었던 거다. 그런데 막상 겁나서 들고 들어오긴 했는데 별로 재미도 없고 그렇게 가기 싫어진 것뿐이다. 일부러 이렇게 보여야지 하는 치기나 용감한 행동은 아니었다.
: 공간에 대한 욕심이 많이 느껴졌다.
이윤정: 모든 스태프들이 감독님 취향 참 독특하다고, 자기는 이런 것 정말 처음 해 본다고 말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해왔던 것들에 비춰봤을 때는 이상한 것이 너무 많은 거다. 한결 오피스텔을 옥상에 나무로 짓거나, 유주의 집 구조도 이상해. 공간, 미술, 소도구, 사실 남자들이 보기에 하나도 안 예쁘고 이상한 거다. (웃음) 그래도 결국 이 이상한 취향을 누구보다 잘 형상화 시켜주었다. 한성 집의 경우 이 드라마를 찍는 내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설렘을 주는 공간이었다. ‘커피 프린스 1호점’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구석, 어떤 코너, 어떤 계단, 들풀, 햇살까지도 좋았고 그런 공간적인 설렘 속에서 그 신에 대한 느낌이 나왔다.
: 이 드라마에는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남자다운 남자가 하나도 없다. (웃음) 굳이 이윤정이란 사람이 ‘여자감독’ 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결과물을 보고 유추를 하다 보니 기존의 남자 감독들의 드라마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보였다. 남자들이 만든 드라마가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면 은 여자들이 모든 힘을 가지고 부재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부성에 대한 갈망을 보인다.
이윤정: 글쎄, 의식해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점은 있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는 정말 다르니까.
: 이 드라마는 어쩌면 목표 없는 드라마란 생각이 들었다. 가치를 지향하지도 않고, 가치 자체가 해체되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랄까.
이윤정: 목표 같은 건 없었다.
: 어떤 감독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전달하고 싶어서 드라마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윤정이라는 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윤정: 굳이 드라마를 찍는 데 있어 그런 가치를 갖고 들어가서 할 것이 뭐가 있을까. 결국 이 한 신을 잘 찍느냐 못 찍느냐, 얼마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집중하는 가가 드라마의 힘인데, 마음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에 겉에 이유를 만들고,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라는 슬로건에 의지해서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만의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 를 둘러싼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것을 다 떠나 ‘인생이 뭐 별 거 있나, 오늘 좋은 사람하고 사랑하고 뽀뽀하고 잘 먹고 잘 살자’ 하는 걸 드라마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사실 고은찬이 바리스타가 되거나 한결이 미국에 가서 일한다거나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처럼 안 느껴지는 것이다.
이윤정: 맞다. 큰 의미를 안 주고 찍었다. 당신이 얼마나 귀중한 생명체인데 이 하루와 이 순간을 버리느냐, 라는 생각인데.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진짜다’ 라는 것 외에는 사실 아무 것도 없었다. 커피 프린스에 남고 미국에 안 간 것이 어떤 명분 때문이 아니라 지금 너 재미있잖아. 여기가 좋았잖아. 그것이 답이었던 것 같다. 하루를 함부로 살지 말자는 거다.
: 그게 실질적으로 드라마에서 보여 졌기 때문에 많은 젊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윤정: 미래를 생각 안 한다고 해서 쾌락적이거나 감각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험 들듯이 고시 공부하듯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모든 것들이 가치로 계산되니까. 내가 얘랑 얘기하는 것은 시간 낭비, 내가 책 한 줄 읽는 것은 시간을 세이브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일상의 가치를 구분하는 것이 상당히 폭력적인 것 같다.
: 누군가 나에게 은 어떤 드라마예요? 라고 묻는다면, 연애 권하는 드라마, 라고 대답해 줄 것 같다. 그만큼 연애를 둘러싼 풍경에 대한 묘사가 탁월했다. 감정의 디테일에 대해 배우들과 어떻게 이야기했나.
이윤정: 어떻게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강요했던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이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니까. 배우가 무엇을 연기하기 위해 자신에게 없는 바깥 것을 가지고 오면 바보 같아진다. 배우도 감독도 이번 테이크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거다, 서로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잘 맞아 떨어졌다. 매번 답을 모르고 들어가 답을 찾고 나온다.
: 한성-유주, 한결-은찬 이 두 커플은 심할 정도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다 같은 인간들인데 사랑의 단계가 달랐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 속에서 진짜 그리려고 했었던 연애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이윤정: 정해진 건 없었다. 그저 연애와 감정흐름의 패턴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에 대한 되게 재미있는 생각들이 드러나는데 그런 부분이 한성-유주 커플에서 드러나길 바랬다. 설렘 같은 것을 다 걷어내고 인간 대 인간으로 딱 맞닥뜨려 졌을 때 너 까고 나 까고 다 깠을 때의 감정이 뭘까. 한결과 은찬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할 때의 기승전결이 잘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언제부터 드라마 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나.
이윤정: 워낙 드라마를 좋아했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했지만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라마를 볼 때 제일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중학교 2학년 때 황인뢰-주찬옥 콤비의 이란 베스트셀러극장을 보고, 박상원씨가 주연한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드라마 감독이 되어야지 생각한 것 같다.
: MBC 최초의 여성 드라마감독, 이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붙는다.
이윤정: 나에게 큰 의미는 없는 타이틀이다. 그것에 대한 책임감도 없고. 6개월 연수하면서 드라마국은 절대 여자 안 뽑는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어떤 예능국 선배에게 말했는데, 그럼 국장님 찾아가서 이야기해, 하더라. 그때는 연수생이라 국장실이 어딘지도 몰랐는데 무작정 국장실에 찾아가서 저 드라마 PD하고 싶어요, 하고 인사하고 나왔다. 6개월 후에 드라마 국으로 발령이 났더라. 너무 좋았다.
: 순해 보이는데 은근히 늘 기존의 틀이나 관습에 반항하는 삶을 살았다. (웃음)
이윤정: 태도가 반항적인 게 아니라, 정말 죽어도 이것만은 안하고 싶은 걸 못하겠다고 하는 거다. 원해서 반항하는 게 아니라 진짜 하기 싫은 거 안 하려고 반항하는 거다. 그러고 보면 뭔가를 바라는 힘은 약한 것 같다 오히려 정말 싫은 건 못하겠다는 힘이 더 강하다.
: 목표 없는 드라마였다고 하지만 에서 이것만은 해야겠다는 것은 있었을 것 같다.
이윤정: 액션, 리액션으로만 이루어진 드라마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너무 얇게 빚는 것도 싫었다. 인형극도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형화된 콘티를 피하려고 노력했다. 가령 보통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뭔가 새로운 결정을 급박하게 내리면 달리던 차를 끼익- 돌려 유턴을 한다. 그런 게 싫어서 한결의 차가 멈추고 카메라가 쭉 빠지는 샷을 찍은 거다. 익숙해서 나쁜 게 아니라, 그 모든 행동들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게 싫어서 다르게 만들고 싶었다.
: 시청률이 잘 나와서 가장 기뻤던 점은 뭔가
이윤정: 하루는 한성 집에 누워서 맥주 한 병 먹으며 누워있었는데 참 좋더라. 시청률이 나오고 사람들이 좋아해 준 덕에 외압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아무런 침해 받지 않고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서로를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 상황을 만든 것 그것이 가장 고마운 일이다.
: 을 마친 이후에도 이윤정이란 감독이 이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까가 참 궁금했었다. 지금은 아마 보다 많은 이들이 이 감독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할 것 같다. MBC의 의 영화화에 대한 이야기도 슬며시 나오고도 있고.
이윤정 : 회사는 진지하게 이 드라마의 영화화를 고려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못한다고 했다. 뭐랄까.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 느낌이랄까. 이미 다 말 했는데 뭘 또 해, 그저 반복하는 거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다음 작품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없다. 그저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한 것 같아서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렇다고 범죄물이나 스릴러물 같은 장르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고 그저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 가장 구체적인 답이 될 꺼다. 어른스러운 사랑이야기라면 같은 밀도 있는 드라마도 좋고, 이나 같은 느낌의 이야기도 만들고 싶다. 지금 고민은 그저 어디서 새로운 힘을 짜낼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커피 프린스 바깥은 여전히 축제였다. 한결과 은찬이 한성과 유주가, 홍사장과 민엽이 선기와 하림이, 아니 모든 스태프들이 뒤엉켜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로 서로 물장난을 치고 술을 먹고 소리를 지르고, 이들은 드라마 속 그들처럼 뛰어 놀았다. 바깥에서 벌어지는 그 소란스럽고 드라마틱한 광경을 애써 외면하며 인터뷰를 이어가던 중 열린 창문 넘어 갑자기 물벼락이 쏟아졌다. 그들의 풍경은 한없이 따뜻했지만 물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드라마가 끝나고 비로소 현실의 온도가 우리를 침범하는 순간, 그렇게 은 우리에게 안녕을 고했다.
출처 :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mm=002003000&article_id=46601
인터뷰 내용을 보구..
아쭘마..너무..멋진여성을 보았고
왠지 느낌이..너무좋았다..
나이가 똑같다는거...나두..유치하다는거..
나..대게 유치하다..참..!!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 지났고..
이제..이윤정감독의 담 작품 함..기달려..보려고..한다..
기대만땅~~~~~~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