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쥬펀

8th.Agu.2007
jiufen/쥬펀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 배경이기도 하고
유명한 애니매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기도 한 대만의 작은마을.
쥬펀, 그곳에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신비한 매력이 흐르고 있다.
과거에는 금광산이 있던 번화가였고 일제시대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단다.
이곳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이곳은 대만이 아니라 일본인것 같다고도 하고
이색적인 풍경과 분위기에 젖어 호평을 하고 마는 곳이다.
그 매력에 이끌려 나도 대만에서 쥬펀만은 꼭 가보겠다고 늘상 생각했었다.
대만에 도착한 이후로 매일매일 내리는 비, 게다가 어느순간 시작된 태풍.
원래도 생각이 많은 나인데 더더욱 생각이 많아진다.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내일 눈을 떴을 때 비가 안내리고 있으면 난 바로 가는거다.
이렇게 다짐을 하고 눈을 감는다.

아침이 밝았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는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고 중얼중얼...
그렇게 집을 나선다.

집 바로 앞에는 10시까지만 아침을 파는 가게가 있다.
중국에서의 풍경과 너무 비슷한 풍경이라 친근하다.
할아버지가 만드시는건 밀가루를 반죽해 구워내는 shaobing.

'할머니, 늘 먹던걸로' 라고 건방지게 말할 뻔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미 알고계실걸 내가 무얼 먹을지 말이야.
다른일을 하시다가도 내 얼굴을 보면 얼른 달려오시니까 말이다.

룸메이트 째니가 꼭! 먹어야 하는 것 중 하나라며 강력추천한 youtiaoshaobing.
요우탸오샤오빙. 밀가루를 기름에 튀겨낸 요우탸오를 구운 밀가루 빵 사이에 끼워주는 거다.
양념도 아무것도 안들어 가기 때문에 그저 고소한 향만 음미하면서 먹으면 된다.
듬뿍 발라진 깨와 아침에 기름에 튀겨낸 유우탸오 덕분에 고소한 향이 솔솔~난다.

그리고 이것은!
danbingjiazhupai
밀가루반죽과 게란을 함께 부쳐낸 뒤에
양념된 돼지고기를 안에 넣고 말아서 먹기 좋게 썰어주신다.
돼지고기는 꼭 우리나라 불고기 양념맛이 난다. 원래는 고기 빼고 danbing만 먹어도 맛있는데
오늘은 왠지 특별하게...ㅋㅋ

타이베이 기차역에 가서 먼저 루이팡ruifang행 기차표를 끊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완행열차 , 아주옛날 비둘기호 같은 기차표를 준다.
시간도 없고 좌석번호도 없고 플랫폼 번호도 없다.
그래서 어디가서 타야 되나여? 라고 물어보니 4번플랫폼으로 가란다. 곧 기차 오니 뛰어가라고...
10시 30분 기차라고 말이다.

황급히 뛰어왔더니 다행히도 기차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나보다.
25분차가 대기중인걸 보니 말이다.
뒤늦게 한숨을 돌리고는 천천히 지하로 연결된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10시 25분 열차.
지룽jilong행 열차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차를 보니 프랑스에서 베르사유 궁전에 갈때 탔던 국철이 생각난다.
완행기차라 역시 좌석없이 지하철 모양을 하고 있다.

10시 30분 루이팡 ruifang행 열차 탑승.
꼭 지하철 같지만 분명 기차다.
다만 완행 열차라서 종점인 루이팡 까지 가는 중에 한 정거장도 빼놓지않고 모두 선다.
그렇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느낌으로는 정말 천천히 가는거 같다.
중간중간에 장바구니 들고 타시는 할아버지도 있고 정겨운 시골기차의 기분이다.
루이팡 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서 쥬펀jiufen행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한다.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길래 루이팡에서도 한참인줄 알았더니 20분 정도 지나니까 바로 도착이다.
꼬불꼬불 산길을 열심히 달려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 경치 또한 가슴이 훈훈하게 한다.
쥬펀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쥬펀에 도착하면 기사아저씨께서
쥬펀도착이요~내리시오~라고 친절하게 말씀해 주신다. ㅎㅎㅎ

저멀리 보이는 태평양.
쥬펀에서 내리면 바로 정류장 옆에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쥬펀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저멀리 보이는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태풍이 오고 있어서 바람은 거세질대로 거세졌고 구름도 만만찮다.

저바다에 누워~~
대만이 섬나라이긴 하지만 타이베이 시내 안에만 있으면 섬나라라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하지만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 달리면
어디든지 이렇게 멋진 바다를 감상 할 수가 있다.

쥬펀 골목의 시작.
쥬펀구도에서 내리면 세븐일레븐이 보이는데 그 사이 골목이 바로 쥬펀 여행의 시작이다.
좁은 골목골목이 가게들로 꽉차있는 곳.
평소 같았다면 꽉찬 관광객들로 한걸음 한걸은 옮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태풍이라 사람들이 확실히 적어서 나에게는 오히려 고마웠다.

쥬펀은 크게 지산루와 수치루가 그 중심이 된다.
먼저 시작되는 지산루에서 발견한 아기자기한 숍중에 하나.
복고풍의 장난감이 가득해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신기하게 구경하는 곳이다.

팽이천국~
갖가지 모양의 팽이들을 가득히 담아놓고 팔던 가게.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팽이들이 눈을 간지럽힌다.

어흥~
중화권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사자.
끈으로 연결되어서 움직일 수 있는 장난감 인형이다.

쥬펀의 특징중의 하나는 먹을거리인 샤오츨 xiaochi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골목을 가득히 메운 샤오츨들은 구경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
바닷가라 그런지 생선완자를 만들어 국물에 따끈하게 끓여주는 집들이 보인다.

아하하 이것은~ㅋㅋㅋ
어릴적 많이 먹던 설탕뽑기!!
하지만 그 모양은 도라에몽이나 헬로키티처럼 현대식 큐트 캐릭터 ㅋㅋ
붕어나 잉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쥬펀쥬따오 (舊道jiudao:오래된 길이라는 뜻)라는 이름처럼 이곳에는 세월을 실감하게 하는
장난감들과 소품들로 가득하다. 이곳은 엣날 영화들의 포스터를 성냥갑으로 만들어 팔던 가게.

또한번 보이는 어묵완자.
저렇게 완자만 포장해주기도 하고 직접 탕에 넣고 끓여서 음식으로 팔기도 한다.

분위기 잡는 레스토랑. 무언가 빈티지한 소품으로 가득 꾸며놓은 지산루 중간쯤의 레스토랑이다.
클래식스쿠터를 비롯한 여러가지 빈티지 소품들이 한가득.

내사랑 타로케익. 영어이름으로는 타로케익이지만 음~위토우쑤!
위토우란 토란을 말하고 쑤는 라드를 넣고 반죽해 페이스츄리처럼 층이 겹겹이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겉은 페이스츄리처럼 바삭하고 속은 토란으로 만든 앙금이 들어있다.
달콤한 맛인데 한국서는 잘 안먹지만 토란의 매력으로 곧 빠져들게 되어있다.

이곳에도 형형색색의 사자 출현!

지산루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틈 속에 내가 있다.

유쾌상쾌통쾌 아주머니.
소세지를 구워서 파는 아주머니인데 폭탄머리 가발에 해바라기까지 달고 노래 부르시며
아주 흥겹게 일하시는 분이다.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친절하시고, 이렇게 즐겁게 사시는 분이 나의 롤모델.

더운 대만 날ㅆ에도 짜증한번 안내시고 얼굴은 싱글벙글 언제나 맑음이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간식거리.

내 생각에 분홍색은 딸기맛 갈색은 초코 노랑은 레몬??ㅋㅋㅋ
겉은 전분같은 것으로 만들었는지 투명한 감자떡 같은 느낌이고 속은 모두 다른 색으로 .
유효기간이 워낙 짧아 어떻게 사갈 수가 없었다.

골목의 나라 쥬펀.
여기저기 고개만 돌리면 골목골목에 계단들로 가득하다.
골목과 계단 그것이 바로 쥬펀을 설명해준다.

지산루와 수치루가 교차하는 교차로에 위치한 커즈찌엔 가게 .

커즈찌엔이란 우리나라의 쑥떡과 같은 음식이다.
쫄깃쫄깃하게 만든 떡 안에 종류별로 녹두,팥,토란 등의 여러가지 소를 넣어 만든다.
사서 바로 먹으면 따끈따끈한 맛을 느낄 수가 있고 사와서 후에 먹어도 쫄깃하고 맛난다.

지산루의 끝까지 걸어가면 태평양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미소로 사진을 찍는 곳.
나는 그저 바다만 찍는다.

좀아까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올라왔던 산비탈길이 그대로 내려다 보인다.
아기자기한 산골마을, 그 꼭대기에 신비의 세계인 쥬펀구도가 있다.

수치루로 내려가기 위해 가는 길에 보이는 쥬펀차관
차를 마시기도 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도 있는 곳. 쥬펀에는 경치가 좋은 찻집이 많은데
일부러 차를 마시기 위해 이곳을 찾을 정도라고 한다.

수치루의 돌계단.
좀고 가파른 수치루의 돌계단은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면 힘들기 때문에
대개 구도에서 지산루를 지나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한다.
이곳이 바로 쥬펀의 메인 스트리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비정성시의 실제 촬영장소인 까페 비정성시.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되었던 쥬펀에서 실제로 영화를 촬영했던 찻집이다.
아직도 저렇게 건물이 그대로.

까페 비정성시의 입구에는 영화 촬영장소라는 안내문(?)자랑문(?)이 붙어있다. ㅎㅎ

타이완 최초의 극장터인데 언젠가 한번 불이나 저런 무습이 되었다.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타이완의 최초 극장이 이곳 쥬펀에 있다는 거~

마지막 상영작일까? 영화의 포스터가 오래된 터에 그대로 붙어있다.

이곳이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저 계단 위에 센만 딱 올려놓으면 완벽한 사진 한장이 나올것 같다.
이 구도의 수치루 계단을 꼭 한번 내 두 눈으로 보고싶었다.
밤이 되고 어두워 진 쥬펀에 빨갛게 홍등이 켜지면 아마도 더 빠져들게 되겠지.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부는 바람에 근처 찻집에 들어가 아이스 망고티를 시켰다.
달콤하고 시원한 망고티와 함께 나온 위토우 쑤.
주인 할아버지는 내가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계속 나에게 일본어로 말씀하시며 이것저것 설명하고,
나는 너무나도 열심히 설명하시는 할아버지를 생각해 그저 일본인인척 해버렸다.
사실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는데 가끔 고개를 끄덕거리며 오이시이~~정도의 감탄사 정도 발사!

비가 사정없이 주룩주룩 하고 흐른다.
쏟아지는 비를 보며 한편으로는 나의 가슴이 후련해지고
한편으로는 나의 많은 생각들이 다시금 내 머릿속을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수치루의 홍등 가득한 좁은 계단을 올려다보고 싶어 내려갔었지만
나는 이내 곧 수치루의 최정상까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왜냐면 수치루의 맨 꼭대기에 이 아간이위위엔 집이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 호박, 토란 등으로 만든 경단과 비슷한 위위엔이라는 쥬펀의 명물을 만들어 파는데
특히나 그 맛과 가게 안의 전망이 유명한 곳이다.
위위엔은 빙수 위에 토핑으로 올려 먹을 수가 있는데 위위엔만 사갈 사람은 오른쪽으로,
위위엔을 얹어 빙수를 먹고갈 사람은 왼쪽으로 이렇게 두줄서기를 해야한다.

입구 바로 안쪽에선 열심히 위위엔을 만들고 계신다.
쉴틈없이 움직이는 빠른 손!

위위엔외에도 녹두나 대두 같은 토핑을 4가지까지 고를 수 있다.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팥만 골라서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곳의 뷰스팟은 아주 많이 유명하다. 통유리로 전망이 확 트인 곳에서 모두들 빙수를 한그릇씩 들고 앉아
그 경치를 감상하곤 한다. 쥬펀아래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려가는 길에 발견한 또다른 위위엔 가게.
아주머니와 아저씨 모두 쉴틈없이 빠른손을 놀리신다.

그리고 그 옆엔 마찬가지로 빙수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가게 안에는 유난히도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커즈찌엔 만드시는 아주머니.
내가 커즈찌엔을 샀던 곳에서는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우연히 길을 지나다
커즈찌엔을 만들고 계시는 분을 볼 수 있었다. 떡 반죽을 주욱~하고 떼어내 뚝딱! 하나를 만들어 내신다.

돌아온 루이팡의 작은 시내중심.
버스를 타고 다시 쥬펀에서 루이팡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작고 조그마한 동네이지만 확실히 기차역 부근은 번화한 시내 중심가의 모습이었다.

기차역 앞 풍경

루이팡 기차역. 우리나라 작은 시골의 기차역 같은 모습이다. 곳곳에 할아버지들이 앉아 쉬시고
자그마한 책방, 자그마한 슈퍼, 자그마한 찻집들이 있는 곳.

중국어의 숫자 8은 ba라는 발음이고 아버지는 baba라고 한다.
그래서 8이 두번 들어가는 8월 8일은 아버지의 날이라고 한다.
'아버지 사랑해요 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마세요' 라고 아버지의 날을 당부하고 있다.

루이팡 역을 떠나며... 작고 아름다운 마을 루이팡.그리고 쥬펀

루이팡 역의 기찻길.
아하!tip:타이베이 역이나 루이팡 역이나 역에는 모두 도장을 찍을 수가 있는데
만약에 기차여행 후에 그 표를 기념으로 갖고 싶다면 도장을 받으면 된다.
기차표에 도장을 찍으면 검표원이 걷어가지 않고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준다!

기차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완행이 아닌 직행열차다. 열차가 없는지라 한참을 기다려 타는 열차.
신기한것은 직행이나 완행이나 소요시간이 별반 차이 없더라는 것, =)

직행열차의 내부는 우리나라의 무궁화호 정도의 기차와 비슷하다. 원하면 의자를 돌려 마주볼 수도 있다.
내 자리에 먼저 타고 오던 어떤 모녀가 앉아 있었는데 마침 내 좌석번호가 딸이 앉은 자리라서
여기 제 자리인데요 라고 말해 딸이 일어났다. 내 또래로 보이는 딸에 어머니는 연세가 있어 보이셨는데
딸이 철이 없는건지 자꾸 엄마한테 일어나라고 하질 않나 엄마 무릎 위에 앉질 않나 엄마랑 실랑이...
괜히 옆에서 보는 내가 민망해서 자리를 양보해야 할것 같은 부담감에 시달렸다.

퓌곤에 지친 나!
날씨가 안좋아서인지 내 기분도 내 체력도 가라앉고 만다.
이제는 집으로 향하는 시간! 고고고~

타이베이역에 도착하기 한정거장 전 기차역을 지나며...

타이베이 역에 도착해 집으로 가는 지하도를 가는 길에 발견한 한국의 광고.
이런 광고를 보니 새삼 한국이라는 나라가 새로워 보인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제일 반가운 그 이름 한국, 왜냐면 나는 자랑스로운 한국인이니까 말이다.
`
====================================================================
타이베이 주변엔 이렇듯 하루만 시간을 내면 도심을 떠나 색다른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나중엔 남부나 중부 지역까지 꼭 한번씩 들르는 대만 전국일주를 해보고 싶습니다.
아주 작은 섬나라 이지만 볼거리가 많아서인지 저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한국 분들은 누구나 대만에 가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으실겁니다.
제가 그랬던것 처럼 여러분들도 분명히 그러실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