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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산책하듯 거닐며 노니는 예향

오석원 |2007.09.07 21:26
조회 126 |추천 0


이몽룡이 성춘향을 보고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던 광한루원을 산책하듯 거닐고 있자면 신분을 초월한 남녀간의 사랑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른다. 금방 비질을 끝낸 듯한 뜰에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나뒹굴고, 잉어 노니는 연못 위에 놓인 돌다리로는 연인과 가족들의 한가로운 발걸음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누각에 올라서자 눈앞에 그네 뛰는 춘향이가 푸른 나무 위로 봉긋 떠올라 추파를 던질 것만 같다.

섬진강의 지류인 요천이 가로지르고, 남동쪽은 지리산과 맞닿은 남원은 전남 구례와 함께 지리산 등산의 초입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지리산 종주에 나선 이들은 대부분 구례 화엄사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선택하고 있고,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을 찍고 오는 단거리 코스도 남원에서는 대중교통편이 없어 구례로 가야 한다. 남원에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을 그다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예로부터 남원은 '천부지지 백야옥리(天府之地 百野玉里, 하늘이 정한 땅으로 비옥한 들판이 백리에 걸쳐 있다)'라고 불렸다. 한마디로 남도 땅의 큰 고을이었던 남원은 하늘이 내려준 길지로 호남평야의 배후도시였다.

남원 시내로 들어서자 춘향이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기기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춘향, 월매, 도령 등 춘향전의 주요 캐릭터가 도로 이곳저곳의 식당과 슈퍼마켓 간판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이 같은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광경을 보니 남원이라는 지명보다는 춘향고을이라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는 곳이지 싶다.

춘향전의 주무대는 '광한루'이지만 우선 지난해 문을 연 춘향테마파크를 방문하기로 했다. 도심의 남동쪽을 가로지르는 요천 변으로는 사람들이 한가하게 농구와 달리기를 즐기고 있고, 한쪽으로는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요천 위에 놓인 춘향교를 건너자 도로는 춘향테마파크로 이어졌다.

매표소를 지나자 에스컬레이터가 손님을 맞는다. 양쪽으로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전하는 연초록빛 대나무 숲이 도열해 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왼쪽으로 드라마 '쾌걸춘향'의 등장인물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놓은 사진촬영 장소가 나타난다. 방문객들이 배우들과 어우러져 사진을 찍는다.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춘향마당의 사각형 바닥 분수에서는 어린이들이 얼굴과 몸에 물줄기를 맞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분수 옆으로는 성춘향, 이몽룡, 변사또, 월매, 방자, 향단 등 춘향전의 주요 등장인물의 모습을 그려놓은 검은색 사각 기둥이 놓여 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히 이히 히이 내 사랑이로다' 등 각 기둥에는 판소리 춘향전의 노랫말이 적혀 있다. 노랫말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가락이 입 안에서 맴돌고 절로 어깨가 들썩여진다.

춘향마당 반대편으로 이동해 커다란 가락지 조형물인 '옥지환'을 지나자 장승들과 돌탑이 서 있고, 춘향과 이도령, 방자와 향단의 모형 앞으로는 김소월의 '춘향과 이도령'이란 시가 커다란 돌에 새겨져 있다.

옆으로는 '사랑의 담장'이 마련돼 있다. 담에는 사랑하는 마음을 담뿍 담은 글귀들을 새긴 하트 모양의 언약판이 포도송이마냥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당신에게 부족할지 모르지만 노력하는 사랑이 되겠습니다. 사랑을 위한 사랑으로 당신을 생각하겠습니다. 저의 모자란 점도 나은 점도 모두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철이♡정이 2006. 06.18' 연인과 함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귀들을 읽으면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만 같다.

산책로 같은 비탈을 따라 월매집, 부용당, 글방, 공방 등이 들어서 있고, 동헌에 들어서면 변사또에게 고문 받는 춘향이를 만날 수 있다. 동헌 입구의 누각에 오르자 남원 시내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아늑한 분지에 도시가 형성된 남원에는 높은 건물도 별로 없다.

내리막 끝에는 춘향의 옥중생활을 재현해 놓은 옥사정이 있다. 옥사 안에서 칼을 쓰고 이도령을 맞는 모습과 옥사장들과 흥정하는 월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춘향테마파크를 한 바퀴 돌아보면 춘향전 한 편을 보고 나온 느낌이 든다. 춘향테마파크의 후문은 놀이공원과 숙박시설, 음식점이 있는 남원관광단지와 연결된다.

춘향테마파크에서 나와 요천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광한루로 연결되는 승월교를 만난다. 연인이 함께 건너면 사랑이 돈독해진다는 승월교는 자동차나 자전거가 지날 수 없는 돌다리이다. 승월교에서 내려다보는 요천과 주변 풍경이 사뭇 한가롭다.


광한루원의 너른 뜰에는 연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산책을 즐기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등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걸음을 조금 옮기자 사각형의 연못 가운데 팔작지붕이 유연한 완월정(玩月艇)이 앞을 가로막는다. 땅과 물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지은 누각으로 연못에 빠질 듯 가지를 늘어뜨린 푸른 나무들이 하얀색 연꽃과 어울려 유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광한루로 향하는 '오작교'에서는 손을 잡은 연인과 가족 방문객들이 연못 속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못에는 커다란 비단잉어들이 누런 물빛 사이로 고개를 치켜들고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탐하고 있었다. 족히 어른 한 팔 길이는 되어 보이는 잉어가 3천 마리나 있다고 하니, 물빛이 맑았다면 '물 반 고기 반'의 모습이 되었을 듯싶다.

연못의 둘레에는 아름드리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다. 시원한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연못에 반사된 오작교와 기념사진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이 바람을 따라 일렁거린다. 눈앞에는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하얀 구름이 광한루 지붕 아래에서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하루해가 저물고 다시 춘향테마파크를 찾았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그곳은 낮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하고 있었다. 입구의 대나무 숲은 화려한 빛을 발하고, 동헌의 처마는 오색 빛 화려한 곡선미를 뽐내고 있었다. 바람 부는 동헌 누각 위의 하늘에는 별들이 물끄러미 남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진/이진욱 기자(cityboy@yna.co.kr)ㆍ글/임동근 기자(dklim@yna.co.kr)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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