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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스 월드>에서 <관타나모로 가는 길>까지

김정진 |2007.09.07 23:32
조회 65 |추천 0

  

 

도대체 어떻게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들이 쿠바에 있는 미국의 포로수용소 관타나모까지 가게 되었단 말이지. 파키스탄에서 결혼하는 친구 아시프를 따라 루헬, 샤픽, 모니즈는 영국에서 파키스탄으로, 또 여기까지 온 김에 미국의 공습이 끊이지 않는다는 아프가니스탄도 한번 가보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혼란스러운 도시 분위기만큼 쉬지않는 미군의 폭격이었다.

 

그날은 드디어 다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어김없이 공습이 이어졌다. 그들은 엉겹결에 탈레반 본거지로 피신하게 되고 이젠 탈레반의 포로가 되어 도망가게 되지만 폭격은 끝날 줄 모른다. 아무런 빛도 없는 사막의 밤, 어디서 날아오는 지도 모르는 총알을 피해 밤새도록 같은 자리를 맴돌며 도망치던 그들은 다음날 새벽 이곳 저곳에 떨어져간 팔과 몸뚱아리를 확인하며 친구를 찾는다. 하지만 그들은 곧 탈레반으로 오인되어 연합군에 잡히게 되고 포로가 되어 관타나모로 이송되게 된다. 2년여의 기간동안 죽음의 공포 속에서 끝도 없이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동조 세력으로 추궁당한다.

 

그들의 고국, 영국조차 있지도 않은 문서와 영상을 만들어 빨리 자백할 것을 협박한다. 그들은 영국에서 조차 보호할 의무가 없는 2등 국민이었기 때문일까. 부시는 '그들은 살인자이므로, 우리와 동등한 인간적 가치를 갖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로 몰아갔다. 예전에는 보드나 타고 랩을 하며, 간간히 돈이나 물건을 훔치는 정도의 나쁜 짓을 일삼던 청년들은 순식간에 전쟁과 거대한 폭력이라는 '이 세상의 어딘가'를 경험하면서 세상을 달리보게 되었다.

 

 

 

영화에 연합군에 의해 컨테이너 박스에 갇혀 숨을 쉴 수 없게 된 포로들이 괴로워 하다 질식해 죽는 장면이 있다. 이는 감독(마이클 위터바텀)의 다른 영화 를 떠올리게 한다. 9.11테러가 있기 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난민캠프에서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던 자말이 브로커에 의해 컨테이너 박스에 갇히게 되는 장면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이는 아시프의 전 세대들이 영국으로 들어와 이주노동자가 되는 과정이다. 그들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는 방법 하나는 자본과 빈곤의 세계화로 인한 이주노동자가 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폭력의 세계화로 인한 테러리스트(혹은 낙인찍히는)가 되는 길이다. 둘 다 '우리와 동등한 인간적 가치를 가지지 않은' 길이다.(그렇기에 그들은 대륙을 넘어갈 때마다 컨테이너에 실리게 된다) 그렇게 또다른 아시프와 자말은 오늘도 에서 까지의 어느 사막 위를 차별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걷고 있을 것이다. 세상을 달리 보게 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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