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록과 수명을 고르게 베풀어 주심
1 3월 25일에 태모님께서 치성을 봉행하신 후 남녀 신도 수십 명을 소집하여 말씀하시기를
2 “모든 것이 칠성에게 매여 있으니 중천 공사(中天公事)를 조정(調定)하리라.” 하시고
3 “선천에는 창생의 수명(壽命)을 명부(冥府)에서 결정하였으나 후천에는 중천신계(中天神界)에서 책임을 맡아 균일하게 결정할 것이요
4 복록은 천지에서 평등하고 넉넉하게 정하여 후천 오만년 동안 끊이지 않고 베풀게 할지라.” 하시며
5 하늘을 향해 “중천신! 중천신! 중천신!” 하고 중천신을 부르시니
6 구름이 마치 머리를 숙이고 영(令)을 받드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더라.
살고 죽는 판단은 중천신이 하니
7 하루는 태모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칠성경을 많이 읽어라.” 하시고
8 “살고 죽는 판단은 중천신이 하니, 중천신에게 빌어야 조상길이 열리느니라.” 하시니라.
9 또 말씀하시기를 “상제님께서 임인년에 명부 공사(冥府公事)를 보실 때 선천 명부 물리치고 후천 명부를 다시 정했느니라.” 하시니라. (道典 11:236:1∼9)
"내 마음이 이렇게 어지러운 걸 보니 옛날 병이 다시 도진 모양이로구나. 이제 더 살기 어려울 것 같아 실로 걱정이다."
그리고 밤이 되자 공명은 부축을 받으며 장막을 나가 가만히 천문을 살폈다. 얼마나 되었을까, 그윽히 밤하늘을 올려보던 공명은 놀라고 황황한 얼굴로 장막 안으로 들어가 강유를 찾았다.
"내 목숨이 아침 저녁 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공명이 그렇게 탄식하자 강유가 놀라 물었다.
"승상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그같이 말씀하십니까?"
"내가 삼태성을 살펴보니 객성은 배나 밝은데 주성은 어둡고 흐렸다. 서로 나란히 비쳐도 그 빛이 꺼질 듯 희미하니, 그런 천상으로 보아 내 명을 알 수 있었다."
공명이 힘없이 대답했다. 강유가 그런 공명의 힘을 돋워 주듯 권했다.
"비록 천상이 그러하다 해도 하늘에 빌러 그걸 돌려놓는 법도 있습니다. 어찌하여 그 법을 써보지 않으십니까?"
"내가 원래 기양지법을 알고 있기는 하나 하늘이 그걸 들어줄지 모르겠구나."
공명은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강유의 말에 힘을 얻은 듯했다. 곧 하늘에 기도드릴 채비에 들어갔다.
"그대는 갑사 마흔아홉을 골라 검은 옷을 입히고 검은 기를 들려 내 장막 밖을 돌게 하라. 나는 장막 안에서 북두칠성께 목숨을 빌어보겠다. 만약 이레 동안 으뜸되는 등잔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면 내 목숨은 열두 해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등잔불이 꺼지면 나는 틀림없이 곧 죽고 말 것이니 쓸데없는 사람은 함부로 장막 안에 들이지 않도록 하라. 기도에 쓰이는 모든 것은 두 명의 나이 어린 아이들을 써서 나르게 하면 된다."
이에 강유는 공명이 시킨 대로 채비를 했다.
때는 마침 8월 한가위였다. 그날 밤 은하수는 빛나고 이슬은 방울방울 맑게 맺혔다. 바람 한 점 없어 깃발도 펄럭이지 않고, 조두(군사용구, 놋쇠로 만든 한 말들이 그릇으로 낮에는 솥으로 쓰고 밤에는 징처럼 두드리는 데 쓴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강유는 장막 밖에서 검은 옷 입고 검은 기 마흔아홉과 함께 공명의 기도를 지켰다. 공명은 장막 안에서 향을 사르고 제물을 차려 하늘에 목숨을 늘여주기를 빌었다. 바닥에는 일곱 개 큰 등잔을 밝히고 둘레에는 다시 마흔아홉 개 작은 등잔을 밝혔는데 그 한가운데 공명의 목숨을 뜻하는 주 등을 세웠다. 이윽고 공명이 배축을 드리기 시작했다.
"양은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나 숲속에 묻혀 조용히 늙으려 했으나 소열황제로부터 삼고초려의 은혜를 입고 뒷일을 맡기는 무거운 당부를 받게 되어 개나 말이 그 주인을 위해 힘을 다하듯, 저 또한 힘을 다해 나라를 훔친 역적을 쳐 없애기를 맹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제 뜻밖에도 장성은 떨어지려 하고, 받은 목숨도 끝나려 합니다. 삼가 글을 올려 푸른 하늘에 빌고 엎드려 그 자비로움을 구하오니 부디 이 목숨을 늘여주옵소서. 그리하여 위로 임금의 은헤에 보답하고 아래로 백성들의 목숨을 구해 주며, 옛것을 되살려 한실을 길이 이러나갈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 한 목숨을 부지하고자 망령되이 비는 것이 아니라 실로 가슴의 충절에서 비롯된 기도임을 하늘이여 굽어 살피소서."
그렇게 빌기를 다한 공명은 젯상 앞에 아침까지 엎드려 있었다. 오늘날의 추측대로 공명의 병명이 폐결핵이었다면 그야말로 치명적인 무리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빌기를 마친 공명은 아픈 몸을 이끌고도 진중의 일을 돌보기를 놓지 않았다. 끊임없이 피를 토하면서도 낮에는 싸움에 이길 의논을 거듭하고 밤에는 또 새벽까지 엎드려 북두칠성에 빌기를 그치지 않았다.
한편 사마의는 그 무렵 제명을 핑계로 영채 안에 깊이 틀어박혀 굳게 지키고만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밖에 나가 천문을 한참 살피더니 문득 기쁨을 이기지 못하는 얼굴로 하후패에게 말했다.
"내가 천문을 보니 장성 하나가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공명이 병들어 멀지 않아 죽을 징조다. 너는 군사 1천을 이끌고 가서 오장원에 있는 촉진을 살펴보고 오너라. 너희들이 건드려도 촉병이 달려나와 싸우지 않으면 틀림없이 공명이 병이 난 것이니 그때는 나도 틈을 타 그들을 치겠다."
그 말을 들은 하후패는 신이 나서 군사를 몰고 촉진으로 달려갔다.
그때 공명은 벌써 엿새째나 기도를 드리고 난 뒤였다. 아직도 주등이 커져 있는 걸 보자 공명은 마음속으로 매우 기뻤다. 이제 하루 밤만 더 버티면 다시 열두 해의 목숨을 얻게 된다는 희망에 차 머리를 풀고 칼을 짚은 채 빌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한밤중의 일이었다. 진채 밖에서 함성이 일어 강유가 막 사람을 보내 알아보려 하는데 위연이 나는 듯 달려와 공명의 장막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렇게 소리치며 공명을 찾아 허둥대던 위연이 잘못 발을 옮겨 그때껏 지켜온 주 등을 엎어 꺼버렸다. 그걸 본 공명이 짚고 있던 칼을 내던지며 한탄했다.
"죽고 사는게 다 명에 달렸으니 빈다고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그제서야 놀란 위연이 황황히 땅에 엎드리며 죄를 빌었다. 성난 강유가 칼을 뽑아 위연을 베려 했다. 공명이 그런 강유를 말렸다.
"이것은 내 명이 다해 그리된 것이지 위문장의 죄가 아니다."
그러자 강유도 속을 누르며 칼을 거두었다.
하지만 주등이 꺼짐으로써 공명이 받은 충격은 컸다. 그 자리에서 몇 차례 피를 토하더니 침상에 쓰러져 누우며 위연에게 말했다.
"이는 사마의가 내게 병이 있음을 알고 사람을 보내 우리의 허실을 살펴보게 한 것이다. 그대는 어서 달려나가 적을 맞으라."
그 말을 들은 위연는 곧 군사를 이끌고 영채를 나갔다.
출천 : 이문열 삼국지 평전 10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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