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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 끝내주는걸 봤다 !

김나영 |2007.09.10 20:04
조회 221,533 |추천 692

 샛노란 머리에 커다란 눈에 바싹 마른 몸에

 악기 가방을 들고 있는 아가씨가 만원 지하철에 탔다

 악기 가방은 어찌나 커다란지 가녀린 몸보다도 더 거대해 보였다

 척 보기에도 예쁘다, 라는 생각에 흘끔흘끔 곁눈질로 보는데

 내 옆에 와서 서더니 악기를 구석에 턱 세워놓고 쪼그려 앉아버린다

 많이 힘든가 ? 라고만 생각하고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 앞에 앉아 계시던 나이 지긋한 중년 신사분이

 여기 앉아 , 라고 그 아가씨에게 권하시는 것이었다

 막 퇴근하시는 길인지 말쑥한 정장 차림에 조금 피곤해 보이는

 흰 머리도 희끗희끗 눈에 뜨이는 평범한 중년 아저씨였다

 

 제대로 대답도 안 하고 쭈그려 앉은 채로 고개짓만 하고 있던 아가씨에게

 연신 앉아 , 앉아 하시다가 벌떡 일어나 내 옆으로 서시는 거다

 그제서야 알았다 , 그 여자는 커다란 눈이 새빨개지도록 울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숙여 신사분에게 인사를 한 아가씨는

 교대에서 사당역까지 가는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동안도

 끊이지 않고 계속 계속 울고 있었다

 신사분은 그저 점잖고 평온한 태도로 그런 아가씨에게 눈길 하나 건네지 않았다

 

 역시 피곤에 지쳐 허름한 폼으로 귀갓길에 서두르고 있던 내 숨통이 편하게 트이는 것만 같았다

 더 약하고 어리고 연약한 사람에게 아무런 사심없이 베푸는 선행이란 그 얼마나 광채가 은은하고 고귀한 것인가 !

 

 지하철 ,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생활의 장소

 그런 생활의 장소에서 결국 기억에 남는 대부분의 것들은

 추하고 이기적이고 피곤한 귀가길에 한숨만을 짓게 만드는 것들 뿐이었는데 

 난 오늘 얼마나 진귀하고 대단한 걸 보고 만 것인지 !

 

 아 , 내리는 역만 같았더라도 난 그 신사분께 슬쩍 다가가 말했을거다

 아저씨 정말 멋있어요 !

 

 

추천수692
반대수0
베플박승범|2007.09.10 21:17
훈훈한 얘긴데...난 무슨 생각을 하고 클릭을 했는지..부끄러워지네요^^
베플신호철|2007.09.11 10:41
아름답게 늙는 방법..................................그를 통해 배우고 간다.
베플김성덕|2007.09.10 21:04
YG Famliy가 부릅니다 "멋쟁이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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